말복도 지나고 가을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더위는 꺽기지 않고 기승을 부립니다.
이미 개학을 한 학교들도 많지만,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토랜스 교육국은 다른 교육국이 날짜를 변경하든 말든,
초지일관 똑같은 6월 3번째 방학날짜와 9월 노동절 이후 개학날짜를 지키는 학군입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한참 더울때 집에서 시원하게 뒹굴 거릴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왠지 똑같은 방학일자인데 가끔은 더 길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학교가 시작 하기전 아이들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보다 엄마인 저한테 해당되는 말 같기도 합니다.
올해 큰아이가 9학년으로 고등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중학교에서 십대가 되었을 때는 여전히 아이같았는데 고등학생이라고 하니깐 왠지 대견하기도 하고 낮설기도 하고 많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예전과 다르게 바뀐 고등학교의 현실이 많이 당혹스럽게 와 닿기도 합니다. 그나마 지역적 안전도가 높은 곳이라 아직까지 학교내 폭력이나 문제가 생겼던 적은 없는 곳이라 이런 점에서는 덜 불안하지만 이제는 정말 부모 손을 떠나서 자기 스스로 모든 알아서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일일히 참견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시간에 대해 계획성 있게 사용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조금은 낙천적이고 세상에 급한게 없는 딱 제 아빠를 닮은 큰아이와 알게 모르게 부딪칠때가 많습니다. 하라면 잘하는데 문제는 제 스스로 하려는게 아니고, 하라는 것만 하는 성격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것조차도 급하지 않아서 세번은 말해야 듣는.... ㅠㅠ 지는 잔소리로 들릴테고 저는 시간낭비로 생각이 되니 사이가 좋다가도 부딪친다고 생각하는데 큰 녀석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런 성격이다 보니 학원도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엄마때문에 킨더때부터 학원 생활을 해서 인지 학원을 너무 싫어하기도 했고 성적은 제자리 걸음에 스스로 하기 보다는 의존도가 높아지는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중학교 입학하고 학원 안가는 대신 약속을 했더니 학원 다닐때보다 나은 성적은 유지하긴 하지만 공부를 딱히 잘하지도 않는 그저 평범한 성적이라 아예 저희 기대도 높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중학교때 가질수 있는 여유와 틀려도 봐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대학을 들어가든 사회로 나가든 결국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배우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부모들의 참견보다는 직접 카운셀러를 만나 자신이 뭘 해야할지 생각하고 의논하고 정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라면 참견 하지도 않고 아이들 스스로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히려 알기 때문에 감히 엄마 속여서 딴짓은 못하겠지 생각도 들고.. 하지만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이겠죠. ㅠㅠ 큰아이의 고등학교는 성격만큼 좋은 녀석들과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는 확실히 여자아이라 그런지 야무지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둘째가 있어서 막내 밥도 챙겨줄것 같고 걱정이 덜 되는것도 사실이고 가끔 저랑 똑같은 성격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맘에 안들기도 하지만, 하나 있는 딸이 엄마를 닮은건 왠지 당연한게 아닐가 싶긴 합니다. ㅠㅠ
지금까지는 제 오빠랑 방과후 함께 걸어왔기 때문에 걱정이 안됐는데 이제 여자 아이 혼자서 집까지 걸어온다고 하니 좀 신경이 쓰이기는 합니다. 그나마 걸어오는 길에 가계들이 많아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가계로 들어가던가 차량이랑 반대 방향으로 뛰라고 가르치고는 있지만 그저 아무일 없이 학교를 잘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둘째에 여자 아이다 보니 공부보다는 신변에 더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이제 4학년이 되는 막내는 여전히 키가 작습니다. ㅠㅠ 남들이 보면 이제 1, 2학년으로 생각될 정도로.. 몸무게도 50파운다가 넘지 않습니다. 그래도 영양부족은 아니라고 하는데 남자 아이다 보니 키도 걱정이고 막내라 그런지 뭘 해도 맘이 놓이질 않습니다. 어찌보면 젤 욕심도 많고 큰아이보다 야무진데도 항상 아기 같아서 그런지 올해까지는 방과후 큰아이에게 초등학교 들려서 막내 데려오라고 얘기합니다. 다른 두 아이에 비해 말도 행동도 느렸던 탓에 모든 관대해 지는 기분입니다. 내년에는 좀 크려나....
한꺼번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둘이 중학교를 다닐때는 뭔가 안심이 되기도 하고 서류 작성할때 시간 절약도 되고 좀 편했는데 어느새 셋의 학교가 뿔뿔히 흩어지면서 뭔가 해야 할것도 많은것 같고 생각도 복잡해 지고 여러가지 일이 늘어난 기분에 피곤이 먼저 밀려옵니다.
초.중.고 학부형이 되는게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운것 같습니다. 아직 학교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커가는 아이들이 걱정이 됩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회와 가까와 질수록 대견하고 기특한 아이들보다 세상에 나와서 살아갈 아이들이 먼저 걱정이 되는 세상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고,
사랑이 많은 아이들이라 고맙고,
우리 아이들이라 고맙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말없이 매일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4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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