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달 넘게 계셨던 시어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한달간 뭔가 몰아치고 정신없던 느낌이였다가 갑자기 맥이 빠지는 기분이랄까...
오시기 전까지 일다니면서 조금은 느슨했던 가정생활이 어른들 계시는 동안 엄청 쫏기는 기분이였던것 같습니다
다른 집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희 시어른들은 의외로 편하고 좋은 분들입니다. 뭘 해달라는것도 없으시고, 닥달하는것도 없으시고, 잔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아니시고, 그저 자식들한테 부담줄까 오히려 불편해하고 어려워 하시는 느낌... 그러다보니 알아서 해드려야 할것 같은 더 마음이 쓰이는 분들...
여행을 다녀온 시간외에 집에서 제일 신경이 쓰였던 건 아무래도 먹거리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남편도 입이 까다롭지 않아 아이들과 저희는 차리지 않고 그냥 편하게 식사를 하는 편입니다.
헌데 먹는 시간을 젤 즐겁다고 하시는 어른들이 계시니 매일 국물이 있어야 하고 고기나 생선등 몇가지 반찬이라도 있어야 하고.. 아무거나 다 잘 잡수시는 아버님을 위해 군거질 거리도 있어야 하고, 우리끼리 뭘 해먹을때와 다르게 이런 모든 점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5년전에 오셨을때는 아마 저도 젊었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어머니 좋아하시는 쇼핑도 함께 가고 수다도 떨고 맞춰드릴수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아프다 보니 뭘해도 힘이 들고, 마냥 웃으면서 맞춰드리지도 못하고.. 그렇게 돌아서면 죄송스럽고.. 아마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이에 갱녕기도 조금은 섞여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방이 둘밖에 없어서 거실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편하게 눕고 싶을때 자고 싶을때 잘수 없었던 점도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돌아가실때까지 딱 채워서 해먹고 어제부터 저희 냉장고는 다시 공간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는데, 뭘 해먹어야 할지 모르겠고.. 퇴근후 집에 가니 큰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없으니깐 집이 조용하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떠드는 분들도 목소리가 크신 분들도 아니였는데 아마 존재가 사라짐에 대한 허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래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어제는 그저 그동안 쌓인 피로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출근하면서 든 생각은 오늘 뭘 해먹지... 마켓에서는 뭘 사야 하지.. 뭔가 빠져나간 허전함, 입구를 몰라 어딘가 헤매고 있는 느낌... 한달 넘게 휘몰아친 태풍이 잠잠해 지자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기분이라고 할까... 어른들과 우리는 아마 엄첨 잘 해먹었던것 같습니다. 헌데 지금은 뭘 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또 뭘 먹어야 할지 걱정을 하는것 보니... 그동안 먹는것에 길이 든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버님 가시면 안볼것 같은 아침 드라마를 어제 식사후 궁금해서 찾아보고... 지금은 왠지 나사 하나가 빠진 그런 모양세입니다.
아버님 말씀처럼 저희가 한국에 나갈 일이 쉽지 않으니 이제는 언제 또 만나뵐수 있을지 마음도 무겁고, 아직도 결혼후 통화외에는 만나지 못한 엄마가 그리워지기도 하고, 왜 이리 사는게 빡빡하고 돈 벌긴 힘든지, 살면서 한번은 가족 모두 한국을 나갈수 있는 날은 있을지, 가족이란 그런건가 봅니다. 잠시만 있어도 정이 드는거 보면, 오늘은 난자리에 잠시 허전함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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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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