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비 소식은 한동안 긴장되어 있던 신경을 느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빗소리,  떨어지는 빗물, 적당히 시원한 바람..... 잠시 답답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자꾸 화를 내는 제가 보입니다.

사춘기라고 반항을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서 말썽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

아파서 걱정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남들과 같은 속도로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자라길 바랬으면서... 구김없이 밝게,  모나지 않고 둥글게...

헌데 너무 구김이 없고 둥글다 못해 아무 생각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을 보고 화를 내는 건 제가 가진 저의 모순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런 마음을 좀 떨쳐 볼까 싶어 오늘은 오랜만에 책 한권을 꺼내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야기 - 작은 행복를 위한 99가지 지혜"

언제부터인지 생각하는 책 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볼수 있는 책을 더 선호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대에 구입해서 20년도 더 된 이 책이 오히려 지금 제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이 책은 세가지 소재로 나눠져 있습니다.

1.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2. 순수한 세계로 돌아가는 이야기

3. 시간을 소유하는 이야기

이 중 지금 제 나이에 아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에 제일 와닿은 글은 "시간을 소유하는 이야기" 입니다.  

시간을 소유하는 이야기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을 합니다.

지금 무언가 서두르고 있지 않나요?

현대 사업사회는 효율성과 거기에 걸맞는 언행, 그리고 그 결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뛰어라, 그리고 성취하라, 그렇지 않으면 쓰러질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에게 더 소중한 것은 깨달음입니다. 분주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더 급한 것은 그 길을 잘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기 책에 담긴 글 몇개를 소개합니다.

**그 어떤 것도 무심히 지나치지 마세요. 흐르는 물과 자라나는 곡식,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이웃의 잔디를 관심있게 지켜보세요...

**뜨고 지는 해와 달을 보세요. 우리가 해와 달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한결같은 움직임 때문이지 그 속도 때문이 아닙니다.

**아무 일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세요.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입니다.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삶을 이끌어 나가세요. 이때 속도나 효율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음악가는, 풍부한 표현력과 의미를지니고 연주하는 사람이지 제일 먼저 연주를 끝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대에게 내려진 축복을 헤아려 보세요.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서두름 없이.....

저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서두르라고 하는 걸까요? 세상에서 낙오자가 될까 걱정을 하지만 솔직히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다른 시간을 간다고 낙오자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저 똑같이 가지 못할때 그 불편함이 고스란히 부모에게 오는것이 귀찮았을 뿐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제 마음을 다스리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참 쉽지는 않습니다. 내 마음을 다스리면 다들 행복할것 같은데...

오늘 만큼은 화를 내지 말아야지 생각 했는데 오늘도 막내에게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이렇게 후회의 글을 남깁니다. ㅠㅠ 오늘 이 빗소리에 감당 안되는 화가 다 떠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