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새로운 생명 하나가 우리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참 인연이란 이상합니다.

10대때 아끼던 고양이를 아주 슬프게 잃고 나서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이들한테도 나중에 커서 너희가 돌볼 수 있을때 너희가 키우라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그 인연이 찾아 올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살고 있는 아파트가 주인이 바뀌고 사방을 공사한다고 어수선 합니다

그 와중에 집 앞에서 애절하게 우는 소리를 듣고 딸아이가 새깨 고양이 한마리를 주워 왔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다 연락을 받았는데 아이가 도저히 두고 올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도로 버리라고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거두었으니 키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아마 어수선한 공간에서 새끼를 옮기던 어미가 떨어트리고 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사람 손까지 탔으니 아마 어미가 찾으러 와도 찾아가지 않고 오히려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당장 걱정스러운건 고양이 먹을거리랑 밖에 있던 녀석이라 병이라도 걸린 건 아닌가 걱정되 되고..

바로 병원에 담날 예약을 하고 퇴근하면서 새끼 고양이 먹거리랑 필요한 물건을 샀습니다. 

고양이 제품을 구입하면서 참 신기했습니다.  아마도 이미 키울거라 확정을 했던것 같습니다.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을 보니 너무 작았습니다. 이제 겨우 6-7주정도...

집에서 맞이한 녀석은 정말 귀여웠습니다. ^^ 너무 어려서 목욕을 시켜야 할까 걱정도 했지만 벼룩을 틀림없이 가져왔을 녀석을 씻기지 않을수가 없어서 결국 목욕을 시켰는데 둥둥 한 서너마리의 벼룩이 죽어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ㅠㅠ   처음 보는 녀석인데 사람을 참 좋아합니다. 아직 어려서 체온이 필요한지 꼭 사람 품을 찾아서 잠을 청하더군요.. 남편은 막내가 생겼다고 좋아합니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동물도 이렇게 이뻐할줄은 몰랐습니다. ^^

다음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깐 대충 막 6주가 지난 새끼라고 했습니다.  주사를 맞치고 벌레 죽이는 약을 몸에 뿌려주고 감기기운때문에 코가 막혔다고 눈과 코에 약을 넣어 주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특별한 병은 없고 아주 건강한 숫놈이라고 하더군요..  딸아이가 암놈갔다고 했는데.. 저희 딸아이 팔자는 여동생 둘 팔자가 아닌가 봅니다. ^^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싸고 놀고... 처음 와서는 눈치보고 기운도 못차리더니 이제 3일째 아침부터 기운이 넘치는 녀석을 맞이했습니다.  이제는 잠을 자도 벌렁 누워서 무방비 상태로 배를 보이고 자고.. 원래 동물은 안전하지 않으면 배을 보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이곳이 제 집이라고 생각 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미가 없다보니 배변 훈련이 잘 되지 않아서 오늘도 다른 곳에 실례를 했는데 이제 13살 짜리 딸 아이가 다 치우고 정리하고... 아이들이 책임감이 생긴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처음 왔을때 보다 3일만에 똘똘해진 녀석의 이름은 달을 상징하는 LUNA입니다. 암놈인줄 알고 지은 이름인데 바꿀까 하다가 어짜피 중절 수술하면 굳이 성별이 필요없다는 말에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6개월정도 되면 중절수술을 해주려고 합니다.  숫놈은 발정기가 되면 밖으로 나가서 다시 안돌아오고 길고양이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남편의 책상밑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오늘 찍은 사진입니다. 눈동자 색이 파란빛입니다. 털이 까매서 까만 눈인줄 알았는데 빛속에서 본 눈동자는 파란빛입니다.  업둥이는 복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많은 집 두고 저희 집 앞에 버려져 있었던 것도, 밖에 잘 나가지 않던 저희 아이들이 발견한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연이 찾아와 저희 가족이 된 이 녀석이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처음 사진과 마지막 사진을 보더니 믿는 구석이 생겼는지 눈빛이 달라졌다고 하더군요. ^^

LUNA야 건강하게 잘 자라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