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어가는 걸 새삼 느낄때가 있는데 그건 건강에 적신호가 올 때인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니깐 이렇게 이야기 할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남편은 참 건강한 사람입니다. 작년에 생명보험을 들려고 종합검진 했을때도 상위 1%의 건강한 사람으로 나왔고 평소때도 잘 먹고 잘 자고, 말 그대로 특별히 이상이 올게 없는 사람입니다.  헌데 그런 사람이 한번 아파서 쓰러지니깐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잖아도 한참 더운 여름철에 너무 찬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울때 일수록 속은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올 여름 유난히 더위를 타면서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바로 찬 아이스크림이나 소다를 마시던 남편..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 뜨거운 음식과 차가운 음식을 먹어대서 솔직히 과식이 아닐까 걱정은 되었는데 평소 아무 이상 없던 사람이라 설마 했습니다.  헌데 어느날 새벽녁에 갑자기 남편이 속이 답답한지 침대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쓰러지는 것입니다.  쿵 소리에 놀라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모르겠다고 몸이 이상하다고...

몸의 체온이 급속이 떨어지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이 단단해지면서 식은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체온증이라는 생각에 위선 침대에 눕자고 일으켜 올리는데 그대로 속에 있는걸 다 게워내는 것입니다.   어찌나 놀랐는지 그냥 체한건가 했는데 우선 게워낼수 있는 만큼 게워내고 토사물이 든 이블을 걷어내고 화장실로 간신히 남편을 옮겨서 속에것을 마저 게워냈는데도 몸의 체온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았않습니다. 손을 따는데도 피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모든 혈이 막혀있고 어렵게 맛사지를 하고 뜨거운 찜질을 계속하면서 그나마 피가 돌고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더군요. 결국 열 손가락을 다 따고 새벽내내 맛사지를 해 댔습니다. 약을 먹으면 그대로 올라오니 함부로 약을 먹을수도 없구요.  다행히 다음날 괜찮은지 쉬었으면 하는데 쉬지 않고 출근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결국은 일하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습니다. 그냥 체한건줄 알았는데 감기기운과 함께 체기가 오면서 한의원에서는 토사광란이라고 하는데 몸에 있던 기가 한꺼번에 다 빠져 나가서 기운도 못 차리고 머리도 아픈거라고 하더군요.

거의 일주일을 한의원에서 지어온 약을 먹고 집에서 쉬면서 일을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기가 허해졌을때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알아보고 생전 처음 소 양을 넣고 된장국도 끊여보고 꼬리곰탕에 백숙에 정말 일주일 동안 기를 보존할수 있는건 어른들께 물어봐서 먹였던것 같습니다. 속은 가라앉았어도 어지럼증이 심했는데 그게 기가 허해지면 몸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한의원에서 어지러운데 먹는 약을 지어서 다시 1주일을 먹었습니다. 그걸 먹더니 그나마 어지럼증이 없어지니깐 견딜만 해 지고 평소의 생활로 돌아갈수 있었습니다. 병원은 안가봐도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이번 사례는 한의원이 더 적당한 대처였던것 같습니다. 결혼해서도 결혼전에도 그렇게 아파본적이 없는 남편이였습니다.

그날 새벽 남편이 토하지 않았다면 기도가 막혔을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911를 불러야 하나 했는데 토하고 체온은 떨어졌어도 정신은 말짱했던 남편이 손가락 따고 일단 급한 처방을 하므로 해서 그 순간의 고비는 넘겼지만 처음 이런 일을 겪으면서 암담하다는 생각도 들고 사람일이 정말 알수 없구나 싶은 두려움도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서로 안녕하세요? 라고, 잘잤냐고 인사를 하는지, 그게 얼마나 깊은 뜻이 있는 말이였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참 건강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그렇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낼은 정말 알수가 없구나 싶었습니다.  몇일 전 교회 권사님 한분이 이제 50대 가장이신데 당장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심장쪽이라 병원에서 괜찮다고 해서 수술을 받으시고 그날 새벽에 그대로 세상을 뜨신 일이 있었습니다. 전날까지도 멀쩡하게 낼 수술 잘되게 기도 해달라고 지인들과 통화도 하고 얘기하셨던 분인데 말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기 마련이고 떠날 때도 있을거라는 건 압니다. 그래도 되도록 준비되어 있을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언제까지나 함께 할것 같은 사람이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무섭고 많이 슬펐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남의 일처럼 그저 제 3자의 입장으로만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누구에게도 세월은, 시간은 피해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남편이지만 그를 바라볼때마다 마음이 아파오기도 합니다.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봐 먹는거에 항상 조심, 또 조심도 하게 됩니다.

세월앞에 장사 없다고 하지만, 사는 동안 많이 사랑하고 많이 웃으며 많이 안아주는 모두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