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생일,
별거 없다지만 나름 가족끼리 계획도 세워보고
저녁은 뭐 먹지 행복한 고민을 충분히 할수 있는 날.
그런 내게 이번 생일은 병으로 쓰러진,
정말 복도 지지리 없는 날 일수도 있었다.
어쩜, 13일의 금요일탓이라고 말할수도 있고..
전날 그동안의 피로때문에 8시부터 기절하듯 뻗어버렸던 나
그러다, 새벽 6시부터 살살 아파오던 배..
조짐과 함께 시작된 복통과 설사의 향연 ㅜㅜ
그동안 생각지도 못하게 쌓인 피로가
몸살을 동반하면서 장염까지 왔던 모양이다.
올해는 생일뿐 아니라,
다음날 발렌타인 데이까지 날려버렸다.
아이들은 운전도 못하는 엄마 덕분에
주말 내내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방콕을 하고...
그렇게 남편이 애들 챙겨 먹이고, 생일은 언제였나
발렌타인 데이가 있어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우리집..
그나마 아이들이 엄마 생일이라고 선물을 사왔다.
발 때문에 잘 걷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푹신한 슬러퍼와
차에서 사용하라고 목베개를 사왔는데,
아마 올해가 아이들이 처음 자기들 용돈으로
엄마의 생일 선물을 한 해가 아닌가 싶다.
배는 계속 아프고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들 덕분에 잠시 행복감을 느껴봤다.
매년 오는 생일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외에는,
어느 해부터 나이 계산을 잊었다.
굳이 기억할 필요도 없었고, 말하고 다닐 이유도 없었다.
헌데 올해 딱 생일날 쓰러져 아프니깐
나이를 먹는것이 슬프기도 하고,
해마다 아픈 몸이 야속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마냥 어릴 것 같던 아이들이 어느새 엄마를 생각하는
기특한 녀석들로 성장해줘서 고맙기도 했다.
13일의 금요일,
하도 미국에서는 안좋은 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부러 생각지 않으려고 이런 날을 더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의연중 나 또한 안 좋은 날이 아닐까 머리속에 각인 된 것은 아닌지...
어느 나라나 징크스처럼 싫어하는 숫자나 날짜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날이 나쁜 날만은 아니였다.
이번에 아쉽게 지난 생일은
내가 아프므로 해서 남편의 보살핌을 다시 느꼈고,
아이들이 마냥 엄마품에서 사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하는 독립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런 날이기도 했다.
아파도 가족이 있어서 따뜻했던 13일, 그리고 14일..
올 생일도 발렌타인도 그저 남의 집 얘기처럼 지나갔지만
나름 나쁘지 않았던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포근했던 날이였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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