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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빛 수채화처럼

눈 내리는 날, 빵집에서 만났던 그 남자 cindy hong (cindyhong) 2018-12-14  09:20:49





어느 눈 내리는 날, 빵집에서 만났던 그 남자






12월이 되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 온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매년 12월이면 그때의 추억이 떠 올라 경쾌한 캐롤송과 함께 그 기억속으로 나래를 펼쳐봅니다.

그 시절도 오늘처럼 하얀 눈이 대지를 하얗게 덮고 나무마다 하얀 눈송이를 달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맞이하는 첫 겨울인터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절경이 눈이 부셨습니다 . 

이리 저리 바라보는 풍경들은 모두가 성탄절 카드처럼 예쁘고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날은 성탄절이 다가오는 12월22일 저녁이었습니다. 

이렇게 정확히 기억해 내는 것은 큰 아들의 생일이 12월23일이기 때문입니다.

창문을 바라보니 하얀 눈은 그치고, 초록의 겨울 나무들이 아름다운 눈꽃을 머리에 이고

활짝 핀 모습은 내 마음을 마구 설레이기 충분했습니다.


미국 온지 5개월만에 운전면허를 가지게 되었으니,

자꾸만 어디론가 드라이브하고 싶었던 호기심 많았던 

 30대의 나이는 나를 그대로 집에 머물게 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이면 큰 아들의 생일인터라 이번에는 아들의 생일 케잌을 특별히 사주고 싶었습니다.

때때로 남편이 사다 주었던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빵 맛이 좋아서

유난히 아들들이 그 케잌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눈이 내려 좀 겁이 났지만, 좋아 할 아들들을 생각하면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홀로 드라이브를 하여 30분 떨어진 '베로나' 라는

동네에 있는 아름다운 빵집에 도착했습니다.

그 빵집은 대를 이어하는 유명한 빵집이었습니다.






그 시절 주로 남편이 회사에서 퇴근하며

이 빵을 사다가 우리 가족들을 즐겁게 해 주었던 추억이

지금도 한편의 아스라이 내리는 영화가 되어 그리워집니다.

그 빵집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올라있었습니다.

 




빵으로 만든 예수님, 천사도 있었고 장식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습니다. 

즐거운 케롤숑과 휘황찬란한 성탄절

조명 때문에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까지 숨이 차는 것 같았습니다. 

쭉 한번 둘러 보았지만 동양인은 오직 나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우리동네는 정말 아시아인이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빵집의 풍경이 황홀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카운터에는 5명의 도우미들이 서 있었고, 

빵을 사러 온 사람들은 한쪽 켠에 일렬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잘 선다는

먼저 미국에 온 친구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 생각이 떠 올라 곧바로 나는 그 줄 맨 뒤로 가서 섰습니다. 


30명 정도의 줄이 점점 줄어 들어 나의 위치는

앞에서 여섯번째 정도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제야 가만 보니 카운터의 도우미들이 #34, #35 이렇게 호명을 하면,

손님들은 카운터 도우미 앞에 가서 하얀 종이표를 내고

 뭐라 뭐라 솰라 솰라... 말을 하고 빵을 사가지고

 돈을 지불하고 돌아 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내 손에는 종이표가 없잖아?..' 

순간 당황해졌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이쪽 저쪽을 살펴보니,


문입구 옆에 두루마리 화장지 방식으로

가느다란 둥글게 생긴 종이 뭉치가 걸려있었습니다. 

들어오는 손님들은 그 곳에서 표를 한장씩 떼어서 줄에 가서 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30분동안 헛수고를 하고 이처럼 서 있었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랴?  겸연쩍고 좀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줄에서 나와서

문 입구에 가서 종이표 한장을 떼어 가지고 황망히 줄 맨 뒤쪽으로 가서 다시 줄을 섰습니다.


그 찰라, 갑자기 어느 젊은 백인 남자가 성큼성큼 급히 내쪽을 향하여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익스큐즈 미 "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아까 줄 앞에 있을 때,

내 뒤에 서 있있던 신사복 차림의 그 남자 였습니다. 


그 남자는 내가 하는 모습을 쭉 보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줄에 서 있던 손님들은 일제히 나와 그 남자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 레이디, 지금 금방 뗀 그 종이표를 나에게 주십시오."


나는 이 남자가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단 말인가?  

얼굴이 화끈 화끈 달아오르며 그 짧은 순간이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가슴까지 벅차 올랐습니다.






정말 내가 큰 실수를 했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서 얼떨떨한 기분으로 눈을 크게 뜨고 그 남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달라는 대로 내 종이 번호표를 그 남자에게 주었습니다.


 그 남자는 내 표를 받더니,

" 여기, 이 표를 받으세요. 당신은 저 앞자리로 가야합니다."


그는 자신의 종이표를 나에게 건네면서. 

나를 자신의 앞줄 그 자리로 정중히 안내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비로서 이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내 표를 가지고 맨 뒷줄 아까 서 있었던 내 자리로 가면서 

어깨를 우쑥 올리곤,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아,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을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뭉글뭉글 피어 올라오는 고맙다. 이상의 그 마음을,

그리고 알수없는 부끄러운 마음,
이런 감정이 나를 에워싸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졌습니다.





난 엉겁결에 그의 앞 자리에 가서 일찍 빵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면서, 

그 날 하루 내내, 그 남자의 친절로 내 마음이

봄 햇살처럼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에, 

나는 그 빵집에서 나오면서 그 남자에게 수집어서

 "고맙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출입구의 문만 바라보며,  

뒤도 돌아보지않고 황급히 그 빵집을 빠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바른 예절을 보여주지 못하고

몹시 당황했던 내 모습이 환히 보여 부끄러워집니다.


못내 아쉬어 늦었지만,  미국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그 남자에게 마음을 다하여 감사함을 드리고 싶습니다.






갓 미국 정착하려 할 때 내게 참으로 좋은 마음으로 미국을 살아가게 해주었던

  그 남자의 친절, 그 미소짓는 얼굴만은

지금도 생생히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월은 흘러 어김없이 성탄절은 다가오는 12월,

동네 멀리서 아련히 케롤 쏭이 들려옵니다. 큰 아들의 생일이 12월에 있어.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 그때의 감동스런 추억 속을 걸어봅니다.



글- 신디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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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2016년​*<좋은 생각>에서 -상품과 수필 부분 작가상을 받았음.

2016년 *버지니아 리치몬드 성탄절 추억 이야기 음모에서

일등, 상품을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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