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폐렴이었다네요 – 코로나19도 걱정 마세요

난생처음 겪는 듯한 질기고도 표독한 이 감기증세는 알고 보니 폐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거요거이 우한폐렴?? 이란 조바심이 들만큼 지금껏 경험한 감기와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19가 뉴스로 보도되기 전부터 아팠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불안에 떨었을 지 모르겠다.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더 이상 어찌 들어맞을까??^^ 아무튼 얼마나 지독했으면 한달이 넘은 지금도 조금 무리를 하면 잔기침과 가래가 귀환하신다.

폐렴에 무지했던 나는 무조건 감기에 걸린 후 증세가 심해지면 폐렴이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감기바이러스와 폐렴바이러스는 각각 다르단다. 감기가 심해져서 합병증(2차 세균감염)으로 폐렴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지만 본질적으로 감기균은 감기를, 폐렴균은 폐렴을 일으킨다. 늘 혼선이 이는 것은 초기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에 내가 폐렴을 독감이라 착각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등이 오슬거리고 쇠골뼈가 만나는 목자리 깊숙이 심하게 균에 잠식된 느낌을 받았는가 했는데 곧 열이 났고 동시에 두통과 객담이 심해졌으며 세상에 가래를 뱉으려다 기도가 막혀서 숨을 못 쉬고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체험을 생생하게 했다. 온 몸은 쑤셨고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린 후엔 며칠동안 침대에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으면서 무기력증을 제대로 실감했다. 모든 증상은 소나기처럼 갑자기 한꺼번에 왔다. 이후 귀는 염증이 생겨 먹먹하고 콕콕 쑤셔 댔고 말을 많이 하면 숨이 가쁘고, 콧물은 나지 않았지만 코머리가 예민해서 모든 맛에 달고 짠 느낌이 심했고, 기침을 하면서 온 몸을 들썩인 탓에 누워서도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이런 초토화된 느낌…

이 정도로 아팠으니 만약 우한폐렴이라는 의심이 들었다면 두렵지 않았을까. 단지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일반적으로는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쓰는데 병세가 심한 경우 바이러스에 맞는 치료제를 쓴다고 한다). 평소 건강한 사람에겐 가볍게 지나간다는 코로나19 보다 더 독한 폐렴을 나는 폐렴이란 생각은 해보지도 못하고 아직은 젊으니 독감으로 죽기까지 하겠어? 하는^^ 무한 긍정의 마음으로 천장을 벗삼아 며칠을 보냈다. 서서히 회복하는 기운덕도 있었지만 공포심을 안 가지고 대응한 덕도 컸을 것이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파워이자 문제점은 전염력이다. *중국 연구진과 함께 코로나19 연구를 진행하는 하버드대 역학과(epidemiology) 마크 립시치 교수는 1년동안 전세계 40~70% 인구가 감염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가 아니라면 걸려도 가벼운 증상만 겪는다고 설명했다(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솔직히 힘은 약하고 번식력만 우세한 신종 바이러스… 우리는 지금 그것에 너무 괘념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과 개인사이, 나라와 나라사이에서 무례한 신경전도 범람한다.

혹여 중세 유럽인구의 1/3을 죽음으로 내몬 흑사병, 신대륙에서 인디언을 초토화시킨 천연두, 세계 1차 대전에서 전쟁으로 죽은 사망자보다 3배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을 공부했던 후유증 때문일까? 국민이 잔뜩 움츠리고 두려움에 떠는 동안 경제는 마비되고 경제성장률이 저하된다. 우리는 SARS, 신종플루, 메르스를 겪어 봤다. 현대의학과 현대인의 충만한 영양은 전염병을 앞서간다고 했던가? (호모 데우스를 쓴 하라리가? 가물가물^^) 너무 두려워 말자. 어쨌거나 건강한 사람은 집에서 잘 치유하면 다시 벌떡 일어나 지겹거나 혹은 즐거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내가 폐렴인줄 모르고 겪은 폐렴을 병원에 가지 않고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집에서 적절한 대처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선 (가습기)를 틀었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목에 있는 병원균이 체내에 더 잘 침투하므로 실내습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물)과 함께 복용한 (면역증강제)도 한 수였다. 무엇보다 면역력이 생겨야 병마와 싸울 수 있다. 알고 보니 속이 울렁거렸던 건 폐렴 때문이었는데 몸이 면역력을 높이려면 영양공급은 필수이므로 소량이라도 (과일)과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분히 잠)을 잤다. 자는 동안 땀이 나면 다음엔 조금씩 회복이 되었다. 또 (증상별로 약)을 먹었다. 인후통에는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두통약과 해열제도 먹었다. 증상을 약화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칫솔을 소독)하기 위해 소금물에 넣어 두고 사용했다.

일주일 넘게 꼼짝없이 누워 지내자니 침대가 감옥 같았다. 그래서 좀 나아졌을 때 꽁꽁 싸매고 내가 (좋아하는) 바닷가에 가서 짭쪼름한 바닷바람을 쐬었고 기분이 (즐거워서인지) 중이염과 몸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하니 무섭게 달려든 병원균이 슬금슬금 물러갔다. 기본적인 상비약을 구비해두고 집에서 잘 케어하면 오히려 병원에 가고 검사를 하고… 그러면서 피로해지고 다른 병원균을 옮아오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번잡하지 않아서 좋다. 단 3,4일 경과를 지켜보다가 전혀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악화된다면 그때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겠지.

PS

지피지기는 백전백승, 폐렴에 대해 알아보자. 

폐렴은 전염성과 비전염성으로 나뉜다. 바이러스와 세균, 기타(진균, 클라미디아…) 원인균들은 전염이 되고 이물, 공해물질, 알레르기, 약품 같은 발병원인은 비전염성으로 생긴다. 흡연, 석탄, 미세먼지, 가스 등이 이에 해당되겠다.

전염성

1)폐렴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튄 비말(작은 침)에 있는 균을 흡입하거나 2) 원래 목, 입안, 코에 있는 균이 폐에 들어가면서 폐렴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자는 동안 분비물이 기도를 통해 몸에 들어가는 경우는 흔한데 정상 컨디션에서는 기침으로 뱉거나 면역체계가 방어해주지만 면역력이 약한 경우엔 발병이 된다.(질병관리본부의 폐렴에 관한 정보를 참조)

예방법

손을 깨끗이 씻고 면역력을 키우고 몸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다.

해열제는 체온이 39도 이상 오르는 경우 불가피하게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몸이 열을 내는 이유는 침입균과 싸워 열에 약한 균을 무력화시키는 메커니즘인데 박멸되기 전 섣불리 열을 내려버리면 균이 몸속으로 숨어들어가 증세가 오래간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리면 해열제 대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등이 빨갛게 될 때까지 문질러주는 것도 좋다. 딸들에게 해주던 요법인데 신기하게 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