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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우리는 미국 횡단중 - 12일 째 Yunah Kim (kyeonah) 2021-6-30  23:57:34



우리는 미국 횡단 중 – 12일 째


 

 

1년 수개월 동안 집콕을 하던 생활이 막내의 고교졸업과 함께 막을 내렸다. 오늘은 집 없이 떠돌아다닌 지 12일째. 그간에 주차장에 붙박혀 있다시피 한 자동차는 제 정체성을 되찾아 신명나게 달렸고 앞으로도 당분간 달릴 예정이다. 메릴랜드에서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일리노이, 미주리, 캔자스, 콜로라도,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라스베가스실은 자동차 보다도 자동차 주인이 더 정체성을 찾은 셈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주인장이 그간에 장하게 오랫동안 콕 박혀 살았다. 그리고 곳곳의 숙소에는 그런 차와 주인장들이 넘쳐났다.

 

아파트 계약이 끝난 당일, 세 식구와 로우지는 각자의 짐과 큰 애에게 줄 살림을 발 뻗을 자리에까지 구겨 넣고서 세번째 미국 횡단여행?을 떠났다. 이것이 여행인지 이사인지 아리송한 것은 바로 발 밑의 짐들 때문이었다. 발만이라도 편히 뻗을 수 있다면지난 12일 동안 나는 이젠 고차가 된 혼다 오디세이를 몹시도 그리워했다. 우리의 새 인연인 SUV는 기름을 왕창씩 먹으며 힘을 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힘겨워 보였다. 이러다 주저앉지는 않을지 은근한 걱정이 내 마음 한 켠에 웅크리고 있어서 여행이 여행다운 가벼움이 없었으며 사실 그보다 더 마음의 무거움을 부추긴 시츄에이션은 울 막내의 진로 때문이었다.

 

막내는 오라는 대학이 없어서 갭이어를 결심했다. 제가 가고 싶은 학교만 응시해서 반은 웨잇 리스트에 남고 반은 리젝을 먹었는데, 공부를 단순히 외우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특성 때문에 미국(IB)교육을 선택했으나 전학 온 이후 친구들보다 필수 이수 과목을 하나씩 더 소화해 내야 하는 학업량이 주어져서 잘 짊어지고 학업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전학과 코로나로 인해 여러모로 단절된 엑스트라 커리큘럼과 표준시험을 보지 못한 운명이 막내의 현재를 결정했다. 난 공부만 최고라 생각하지 않는 엄마라서 다른 재주가 보였다면 막내는 한국에서 살았을 터이다. 불행?하게도 막내는 공부에 주된 재주가 있어서 한국식 학원교육과 기계적인 학습을 싫어한 나는 막내와 함께 미국에 남아 입시를 치룬 것이다.

 

그리하여 애초엔 메릴랜드에서의 생활이 2년 반으로 예정되었으나 뜻하지 않은 난관에 부딪혀서 자칫 3년 반으로 연장될 뻔 했는데 더 이상 혼자선 살지 못하겠다는 남편 때문에 우리는 8월에 모두 한국에 들어간다. 그리고 집 없는 떠돌이 생활은 그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우리 가족은 조지아에서 캘리포니아로, 캘리포니아에서 매사추세츠로 횡단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대충 주와 주 사이를 지날 때 분위기가 어떤 지 짐작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새로운 경험을 하니, 역시 미국은 넓고 세월 따라 세상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영향도 있어서 감히 미국이 이렇다고 장담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

 

예를 들어, 동쪽에 가까운 인디애나 폴리스와 중앙에 위치하는 미주리의 세인트 루이스는 모두 중부에 속하며 어느 쪽에도 동양인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분위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인디애나 폴리스에선 호텔과 마트 등에서 마주치는 꽤 많은 사람들이 인사는 커녕 모두 화난 듯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은 반면, 세인트 루이스에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그렇게 친절할 수가 없고 눈을 맞추며 웃을 뿐 아니라 배려가 푸근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두 곳 다 대도시의 극히 제한된 곳의 분위기를 경험했을 뿐이어서 그 주 전체가 동일한 색깔인지는 모르나 적어도 중부는 이렇다,고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은 배운 셈이다. 또 누군가 인디애나 폴리스와 세인트 루이스 중 어디서 살래? 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이런 경험은 내가 겪어본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고, 사람은 주변 환경에 의해 지배를 받는데, 환경은 또 사람이 만드니… 우리는 여행을 해야한다. 갇힌 틀로부터 거듭나기 위하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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