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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우리는 미국 횡단중 - 7월의 어느 하루 in Arizona Yunah Kim (kyeonah) 2021-8-17  09:14:30


7월의 어느 하루 in Arizona

 


저는 요즈음 새벽 545분에 일어나 555분부터 1시간동안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습니다. 동부에 있을 땐 시작 시간이 855분이었는데 서부로 오니 3시간이나 빨라졌네요. 처음엔 새벽 리딩이 언감생심 가능할까 했는데, 왜냐하면 저는 올빼미형으로서 새벽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꼭 해야지, 라고 마음먹자 어느새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 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음은 레알 매직 같은 거네요. 꼭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제 몸은 새벽을 맞아 책을 읽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내 새벽이 달라지고 그러면 하루가 달라지고 일년, 이년, 인생이 달라지고

 

이 곳은 아리조나 피닉스이기 때문에 7월 새벽의 공기가 시원하지 않습니다. 놀라운 경험입니다. 낮동안 어마어마하게 달궈진 탓일라나요? 새벽이라도 화씨 80도가 넘어서 있습니다. 늘 문틈을 여미고 에어컨을 틀어야 합니다. 실내 공기도 텁텁합니다. 새벽에 책을 읽을 때 영 뇌가 맑아지지 않아서 오늘은 뒷 정원에 나가 읽어보았습니다(지금 친구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훨씬 머리가 맑아집니다. 독서모임을 마칠 무렵, 7시즈음 되니 뺨이 뜨끈해졌습니다. 9시만 되어도 길가에 산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낮의 마을은 유령도시같네요. 이것이 피닉스의 여름입니다. 적어도 3,4 개월동안은 같은 풍경이라네요. 대신 겨울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엄청난 햇볕의 폭격을 받아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충만해 졌는지 밤에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네요. 로우지를 깨워 아침 쉬야를 시키고 맨손체조를 시작합니다. 그래도 분명 7시가 8시보다 시원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팔다리를 벌렸다 올렸다 구부리기 시작하자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사지를 움직이는 것조차 얼마나 큰 은혜인지 아버지가 하지마비가 되신 후 깨달았습니다. 인간으로서 두 다리로 걷고 자유의지로 용변을 보고 밥을 먹는 일상이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라는 사실과 함께요. 그 전까지는 인간은 동물이랑 다르다고만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래야 하지요. 인간이면서 본능에만 촉을 세우고 살면 동물보다 못 하니까요. 왜냐하면,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 마음의 무능이고, 없다면 할 수 없지만 있는데 안 사용하는 건 책임회피니까요. 무언가를 낭비하는 것이고요.

 

아버지는 지금 무얼하고 계실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주무시겠지? 아버지는 오늘도 열심히 재활하시면서 땀을 내셨겠네요. 초기처럼 눈에 확확 보이는 진전은 없지만 아버지의 몸은 봄에 움틀 싹처럼 대지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흙을 뚫고 여린 잎을 보이는 생명처럼 아버지의 굳은 다리는 힘을 얻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싶고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기도를 합니다. 자유로이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화장실까지 걸어가 용변을 보는 행위가 얼마나 행복한 축복인지 알게 하소서, 만인이 이 진리를 깨달아 손에 더 큰 것을 쥐기 위해 아둥바둥 살다 벌어지는 상처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해주소서그러면 이 세상은 얼마나 맑고 평온하고 아름다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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