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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한국이닷 - 뭘 그렇게 까지? Yunah Kim (kyeonah) 2021-9-29  09:19:11


한국이닷 - 뭘 그렇게 까지?

 

 


한국에 왔다. 나와 막내는 2년 반만의 귀환이지만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 놓은 탓에 생소한 환경이 수도 없이 펼쳐졌다. 먼저 약 7주간 지속된 여행모드를 접고 한국가는 날, 비행기 안은 이제껏 경험한 적 없이 한산했다. 늘 그렇듯 3등석 한 자리값만 지불했으므로 지정된 좌석에 앉아서 오는게 당연했으나 곳곳에 빈 자리가 보이니 딴 생각이 들었다. 3등석의 1등석화?^^를 꾀해 보고자 승무원의 양해를 구해 가족을 버리고 빈 자리를 찾아 누워서 왔다. 다리도 안 붓고 몸도 덜 찌뿌둥 하고좋았다!! 다만 나머지 가족이 제자리에서 꼿꼿하게 조는 모습을 보며 '나는 역시 아줌마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기쁘게도 백신접종을 완료한 자는 격리면제였다. 영사관에서 출발일 기준 2주 전에 2차 접종을 끝냈음을 컨펌 받으면 된다. 출발일로부터 3일 안에 실시한 PCR 테스트 음성결과가 있어야 출국이 가능하다. 한국공항에서는 백신 맞았다는 확인을 무수히 했을 뿐 아니라 외국인은 절차 하나를 더 거치는 관계로 나로서는 인생 최장 입국신고시간을 기록했다. 다음 날,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결과통보를 받으면 그때부터 자유의 몸이 된다!

 

미국에서는 drive throughPCR검사를 받은 덕에 차창을 내리고 앉아서 본인 인증 후 - -> 검사를 받은 반면, 한국에서는 1차 등록 - ->세정제로 손소독 - -> 비닐장갑 착용 - -> 2차 등록장소에서 본인인증을 거쳐 키트를 건네 받고 - -> 검사원이 있는 곳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좁은 땅이고 드라이브 쓰루가 일반적이지 않으므로 다 이해한다(drive through인 곳도 있다). 하지만 휴지통 가득 비닐장갑 무덤위에 잠시 꼈던 장갑을 투척하면서 많이 씁쓸했다. 손세정제를 썼지 않은가, 꼭 이렇게 폐비닐을 생산해야 할까그래서 2주 후 다시 갔을 때 손 소독을 했으니 장갑 안 끼면 안 되냐,했더니 안 된단다. 괜한 사람을 힘들게 할 수는 없으므로 고분히 말을 따랐지만 한숨이 나왔다



검사원이 가림막 밖에 장착된 장갑속으로 손을 쑤욱 내밀어 긴 막대를 내 코 속에 푹 넣어 점막에 닿았을 때 머리가 찡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는데 그대로 막대를 빙빙 돌려댈 줄 몰랐다. 눈물이 불끈 솟았고 곧바로 편두통이 밀려오는데 세상에나 진정한 편두통에 나는 3 시간을 시달렸다. 미국에서는 그냥 콧망울 안쪽만 휘휘 저어서 검사를 하던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지…? (2주 후엔 부디 살살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2주동안 매일 아침, 바쁜데 전화를 해서는 열은 없냐, 두통이 없냐, 목은 안 아프냐, 달라진 특이사항은 없냐를 묻는데, 있어도 없다고 하면 그만인 추적설문조사때문에 허무해 웃었다. 거짓말을 한들 누가 알겠는가. 그런 ARS 전화확인 없이도 주의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겠지나는 소모적인 행위를 끔찍이 싫어하므로 뭘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들었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마트나 백화점, 공공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방송이 같은 말 반복의 끝판왕임을 알게 된다. 라디오공익광고에서는 효도, 불우이웃 돕기, 환경보호를 막무가내로 반복한다. 애를 쓰지만 주입식 교육의 일환일 뿐이다. 진정성을 느끼게 돕기보다는 의무처럼 느끼게 만든다. 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죄의식을 심어 주기엔 알맞은 방법인 것 같지만 그것도 착한 사람이나 느끼겠지. 종국엔 무감각해지기 십상이다. 지구를 생각하자면서 폐비닐이 쌓이는 행정을 하고 아직도 먹고 남은 음식 버리는 일상에 거리낌이 없다. 여전히 GPS는 두 번 말하면 될 걸 네다섯번 반복한다. 우리 로우지만 해도 미국에 갈 때와 한국에 올 때의 절차가 달랐다. 한국에 올 때는 준비과정이 복잡다단하다. 온라인, 휴대폰으로 쇼핑할 때도 절차가 까다로워서 왜 이렇게까지? 란 의문은 절로 나온다.

 

모든 일에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효율이 떨어지면 높은 가성비와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효율성을 높이는 최선이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는 일일 것이다. 한국문화의 고질적 병폐가 허례허식인데 불필요한 예와 의식은 불필요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잔소리와 주입교육도 마찬가지다. 없는 것 없고 금수강산 아름다운 한국이 더욱 살기 좋아지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 빼기 운동이 절실해 보인다. 기왕 미국을 보고 배울 거라면 영어가 아니라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미국의 국가철학)을 참고 삼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든다. 이건 8여년 전, 처음 귀국했을 때부터 품어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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