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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신가요? Yunah Kim (kyeonah) 2022-2-15  02:20:17



당신의 아버지는 안녕하신가요?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거기엔 새 생명의 탄생이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 아버지가 호호 할아버지가 되니, 거기에는 또 다른 탄생이 기미를 내비치고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탄생과는 반대 개념인 죽음이라는 두 글자다.

 

누구에게든 하루가 지나면 하루만큼 죽음이 다가오므로 호호 할아버지에게 가까워지는 죽음은 자연의 이치인데 그것이 내 아버지라서 새삼스러운가 보다. 어떻게 우리 아버지한테 노쇠와 죽음이란 단어가 이렇게 근접했는지, 진짜 그런 일이 생기는 건지,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나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한 알의 성냥을 켰을 때 희망을 꿈꾸고 그것이 꺼지면 추위와 두려움에 떠는 중이다.

 

전 생애에 걸쳐 붙박여 있던 존재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는 낯설음사실은 결혼을 하고 또 미국에서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던 세월동안 조금은 익숙해졌을 지도 모르는 감각이지만 멀리 떨어진 것은 단지 육체 간의 거리였나 보다. 한 밥상에서 같이 밥을 먹지 않더라도 언제든 만나려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위안이 되었던가. 나는 아버지가 장생하는 소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무는 생물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아버지의 병약에 죽음을 떠올리며 이렇게 낯설고 당혹스러운 것이다.

 

요즈음은 맛있는 것을 먹으면 아버지 입에 넣고 싶고 좋은 풍광을 보면 아버지 눈에 넣어드리고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드시던 진미와 눈에 담던 절경의 안타까움이 고대로 내 마음에 내려앉은 형세다. 핏줄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거부하지 못 하도록 묶여 있지만 지구상에서는 제각기 살아가다가 일정한 세월이 지나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진 후에 종국에는 가슴에 내려앉는 그런 인연 말이다. 무심한 듯 깊이 사랑하는 관계

 

원래 나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인데 죽음이란 글자 앞에서는 마음의 변곡이 유난스럽다. 가족이 아플 때 간호는 극진히 하되 안 죽으니 걱정말라는 말을 약처럼 건네곤 했다. 생각해보니 그 말은 바로 죽음만큼은 큰 산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지난달 주무시듯 돌아가신 어머니를 잃은 친구는 마음의 준비없이 맞이한 사별이 또 한스러우니진인사대천명, 사별의 운은 하늘에 맡기고 매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듯 하다.   

 

울 아버지가 사위에게 들려주시던 말씀을 가끔씩 떠올린다. 오래 산 남자가 아비를 잃어 한꺼풀이 벗겨진 세상을 바라보며 아직 아비를 잃지 않은 남자에게 가슴의 그리움을 뱉어내던 말, ‘아버지 생전에 더 잘 해 드려라.’ 당신이 못해서가 아니라 더 잘하지 못한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던 말. 남자 대 남자간 대화였지만 이 세상 아비를 둔 누구에겐들 안 해당이 될까. 그래서 딸인 나는 내 아버지께 간곡히 속삭인다.


아버지, 이 겨울만 잘 버텨내세요. 곧 봄이 오면 새싹처럼 아버지도 소생하실 거에요. 그러면 꽃 구경도 하고 산책도 다니고 맛있는 것 드시고 시골에도 가시고 우리 애들 결혼하면 증손주도 보셔야 하고요... 나를 위해선지 아버지를 위해선지 진인사 대천명이지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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