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보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안을위해 재로그인해주십시오.

연아의 이야기

제주도 한달살기 - 혼자서 가다 Yunah Kim (kyeonah) 2022-3-29  05:34:04


제주도 한달 살기 - 혼자서 가다




비행기 옆자리에 털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앉았다. 혼자서 제주도에 간다는 설정이 생생해졌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 공용의 팔걸이에 제 팔꿈치를 얹어 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 가족이 아닌 타인의 팔꿈치가 내 팔을 지긋이 찌른다. 매우 달갑지 않았지만 무언이든 유언이든 티는 내지 않기로 했다. 제주가는 길이니까

 

하늘이 온통 뿌얬다. 수중기속을 이륙해서 한동안 안개속을 가르는 느낌이다. 청주시내가 온통 회색이었다. 미세먼지와 이별을 꿈꾸기 위해서라도 나는 곯아떨어졌고 열린 창으로 뜨거운 햇살이 뺨을 긁어대서 잠결에 창문 가리개를 내렸다. 덜컹, 목근육에 충격이 가해졌다.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기내에 착륙을 알리는 멘트가 퍼지는 동안 뒷목이 아파서 한참동안 주물렀다. 문득 러시아 항공기 안에서의 추억이 교차됐다. 기장은 세상에서 제일 매끄러운 착지를 했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정말 날던 그대로 내려 앉아서 나는 착륙한 게 맞나? 어리둥절한 채로 박수를 쳤다. 자신의 일을 훌륭하게 잘 하는 사람은 늘 존경스럽다. 앞자리에 앉은 부자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아빠 왈, 비행기에 사람이 많고 짐이 많으면 착륙할 때 이렇게 된대보이진 않지만 어린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내 기억에 러시아 항공기에도 사람은 많았다.

 

내가 탈 공항버스가 멀리 보이기에 열나게 뛰어서 작지만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올리는데 그걸 가지고 탈 자리 없다고 운전석에서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 그러면 어떻게 하죠? 하고 물으니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뭘 어째요, 짐칸에 실어요, 한다. 제주도에 혼자 온 적이 처음이고 공항버스에 탄 적도 처음인 나는 확실히 상식이 모자랐다. ... 아저씨도 짐칸 문을 열어 놓던지 아니면 친절하게 안내를 하던지 둘 중 하나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짐칸문을 열어놓고 밖에서 안내하는 기사분들이 떠올랐다. 그는 임무를 방임하는 지도내 힘으로는 버겁던 짐칸 문열기와 문닫기를 두 번 시도했다. 첫번째 칸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도 있는 게지비행장에 올 때 만난 버스 기사분은 얼마나 친절했는데비행기에서 내 캐리어를 올려주던 청년, 짐을 함께 내려주던 여자분은 또 얼마나 사려가 깊었는데나는 삶을 꽤 살아본 사람답게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는다.

 

늦은 오후에 버스를 1시간 40여분이나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건너온 이유는 어차피 서귀포시에서 머무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타원형으로 누운 제주도는 가로로 반을 갈라서 위쪽은 공항이 있는 제주시, 아래쪽은 서귀포시로 나뉜다. 제주시는 바람도 거세고 보다 도시적인 분위기라면 서귀포시는 가운데 한라산이 막아주어 비교하자면 더 온화한 날씨와 전원풍이다. 나와 더 맞는 환경인 셈이다. 서귀포시라도 한라산이 막아주지 못하는 동쪽 끝과 서쪽 끝은 바람이 거세고 춥다고 했다. 일을 해야하는 경우는 제주시, 비교적 장기간 머물기엔 서귀포시, 잠시 관광하며 지내기에는 애월읍제주도에는 서울의 강남이나 천안의 불당동 청주의 복대동 같은 개념으로 지역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목적과 취향과 필요에 맞게 거주지를 정하면 된다. 외지인은 어디를 보아도 감탄이 나오는 유네스코 3관왕을 품은 멋들어진 땅이지만 주민은 매일 보는 풍경에 무디어져서 좀 떨어진 땅이 더 멋지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제주도인지 천안인지 서울인지 모를 공항근처 도심지를 지나자 자연경관이 멋들어지게 펼쳐지기시작한다. 진정 모든 것이 용서 되는 순간, 반갑다, 고맙다, 제주다!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