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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제주도 한달살기 - 하면 생기는 몸의 변화 Yunah Kim (kyeonah) 2022-5-16  08:35:24

 

제주도 한달 살기 - 하면 생기는 몸의 변화

 

 


소나무 삼나무 삼림길을 따라 베릿네 오름에 오른다. 정상은 뻥 뚫린 하늘, 중문의 제주와 남태평양과 박수기정, 갯깍주상절리, 산방산, 범섬과 한라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 곳은 천상인가? 머리에 말풍선이 달린다. 그때 새소리가 들려오면 세상은 화룡점정, 의문은 사라지고 그곳은 천상이라 선언된다.

 

새들은 노래를 한다.

뾰오오 뾱뾱뾱, 째째째째 짹, 히리 히리리, 구구 구구구, 찌잭찌잭, 새들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리와 리듬을 가졌다. 새는 울기보다 노래를 한다고 생각한다. 리듬감 때문이다. 울음엔 리듬감이 아니라 슬픔과 한과 삶의 무게가 실린다. 새들은 각자의 성량에 톤과 박자를 유지하면서 즐겁고 청량하게 지저귄다. 흰구름과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와 초록 산과 연두 나무에 더해진 새의 노래소리는 완성된 천국이다.

 

베릿내 오름 정상에서 남태평양쪽으로 올레 8길을 따라 내려가면 중문색달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장 앞에는 The Cliff 라는 카페가 있는데 바다전망을 할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놓여있어서 나는 그 곳에 앉아 암석 깔린 해변에서 촤르르 촤르르, 파도가 일품 명창처럼 내지르는 소리를 듣는다. 가슴에서 몽글몽글 희열이 피어 오른다. 소리 뿐 아니다. 바다는 그곳에서 행위예술을 펼친다. 코너를 향해 달려오는 물결 답게 일자가 아니라 이리저리 나뉜 파도는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삼각 깃발을 펼치듯 하얀 포말을 풀어낸다. 꼭지점부터 펼쳐진 포말은 종국엔 삼각 보자기가 되었을 때 사라지는데 서로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펼쳐지기도 방향이 다른 두 보자기 세 보자기가 서로 포개지기도 한다. 그때 나는 무아지경에 빠져 박수를 친다. ! 자연의 예술행위에 말문이 막힌다.

 

그 바다 한 편에는 주황색 뒤웅박이 푸른 물 위에 둥둥 떠있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숨이 차면 부여잡고 쉴 수 있는 태왁. 해녀들은 새벽녘에 바다에 들어가 멍게, 해삼, 전복, 낙지, 미역을 딴다. 만족스러울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일정 시간(8시 전후)이 되면 하나씩 둘씩 태왁에 몸을 싣고 오리발로 장구치며 물에서 나온다. 해녀의 망을 건네 받은 요리사는 빨간 대야에 싱싱한 해삼물을 넣고 박박 씻어서 장사준비를 한다. 신선한 해물모듬 한 접시는 3만원이다. ‘색달해녀의 집에서 아침마다 벌어지는 광경이다.

 

해녀들의 행렬이 사라질 무렵이면 멀리서 탕탕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The Cliff의 직원들이 너른 노천에 가득 놓인 빈백(bean bag)과 캐노피 소파에 먼지를 터는 소리다.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 해변으로 내려간다. 아직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늘자리에 매트를 깔고 신발을 벗고 달팽이처럼 앉아서 바다를 마주한다. 한국에서 눈을 감고 오롯이 파도소리만 들을 수 있는 건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겨울 바다 뿐이다. 아니면 늘 음악소리나 사람소리가 함께 들린다. 나는 추위에 떨지 않으면서도 모래사장에 매트를 깔고 앉아 파도소리만 들었으면갈망했고 요즈음, 그 갈망을 채우며 산다. 곧 누군가의 고성이 봄바다를 굴러다니겠지만 그러면 그런대로 그들의 행복을 지켜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늘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머리 꼭대기에서 봄볕이 쏟아진다. 이글대는 봄볕에 내 몸은 얼룩 고양이, 점박이, 로스트 양이 되어간다. 왼손은 갈색이, 오른손은 버석한 진갈색 잎새가 되었고 정강이엔 쓰라린 빨간 꽃이 피고 얼굴은 은하수를 품고 머리 꼭지는 농익은 아보카도가 된다. 볕에 꼬슬린 머리카락은 풀풀 바람 많은 제주 창공을 휘날다가 엉겨서 손빗질을 거부한다. 몸은 그런데 마음은 풀어지고 맑아지고 하얘지고 말랑거린다. 울 아버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서 풋,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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