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부스스 헤어 대책

마른 풀때기 같은 엄마 머리칼에 헤나를 발라주었던 막내가 작은 병 2개를 내밀었다. 로즈마리 민트 오일과 아르간 오일이었다. 보통 백인들은 머리카락이 얇아서인지 부스스한데 한 친구 머리가 늘 챠르르 윤기가 흘러서 물어보니 두 오일을 두피에 발라 마사지하고 두세 시간 방치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했단다. 막내는 효과를 잘 모르겠다 했지만 제 머리카락은 젊고 건강한 흑발이지 않은가, 이미 챠르르 충분조건을 갖추었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는 매우 효과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바람이나 습기 없이도 실오라기처럼 풀풀 날리는 머리칼을 보면서 머리칼에도 젊음이 고여있었고 나는 그것을 잃고 있고나... 실감이 되었다. 진시황제도 어쩌지 못했던 늙음인데 내가 무얼 어쩌랴,해도 서운한 것은 서운했다. 완경이 되니 노화의 생명력은 젊음을 갉아먹는 속도만큼 활개 치는 것이 보였다. 젊음의 상징인 맨드르와 챠르르는 영원히 곁에서 떠나갔다.

이번 여름에 나는 폭삭 늙었다고 느꼈다. 기록을 넘긴 폭염으로 인해 늘상 돌아가던 에어컨 바람 속에서 늙어갔다. 정작은 작년 말에 영원히 안녕을 고한 달거리의 빈자리 탓이겠지만... 그런데 가을이 오니 조금 나아진 느낌이었다. 폭염에 덜 짓눌려서인지, 에어컨 바람이 줄어서인지, 노화된 얼굴에 적응된 덕일 듯도 하고, 그런데 무엇보다 스물한 살 막내가 떠난 것이다.

방학 동안 내 눈은 늘상 막내의 하얗고 탱탱하고 맨드르한 피부를 바라보다가 그 모습에 익숙해진 채 거울 속 내 얼굴을 맞닥뜨리면 뽀얗고 탱탱함은 누리탱탱과, 맨드르는 쭈그리와 극 대비를 이루었고, 그래서 막내가 있던 여름 동안 내 눈은 나를 더 노화되게 보았던 것이 틀림없다. 이런 원리와 같다, 눈이 큰 사람과 마주하다가 화장실에라도 가면 거울 속 내 눈은 단춧구멍처럼 보이는 원리(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던가!). 굳이 의식적인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 눈은 그런 일에 매우 익숙한 것이다. 그러니 순간에 보이는 대로 믿는 건 위험한 일이다. 가끔은 의식하지 못한 채 왜곡을 진실로 간주한다. 우리는 여러 차례 거듭해서 바라보고 천천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눈은 크던 작던 좋은 시선을 가져야 아름답다!!)

각설하고,

이후 나는 머리카락이 부스스하다 느끼면 두 오일을 두피와 모근에 여러 방울 떨어뜨려 벅벅 문지른 후, 그닥 오랜 시간을 두지 않더라도(2,30분) 그리해서, 감았다(너무 많은 양을 바르면 감아도 착 가라앉아서 스타일링을 망칠 수 있으니 실험을 통해 자신의 양을 발견하시길...). 감은 후엔 머리칼 끝에 아주 조금 모로칸 에센스 오일도 바른다. 그랬더니 가끔은 차르르가 놀러 왔다. 또 한가지는 과한 헤어 드라이기 사용도 버석함을 가중했다. 뭐든 과한 것은 모자라느니 못하다는 아포리즘은 진리다.

헤어 팩이나 헤나보다 간편해서 좋고, 친환경적이고, 두피가 민감한 편인 내게도 전혀 이상이 없어서, 독자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어 이 글을 포스팅하기로 했다. 눈에 들어가도 따갑지 않은 제품(올개닉)을 골라서 당신의 머릿결을 챠르르로 유지 혹은 변모시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