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웠던 부부

예전에, 내 보기에 위태로운 남자가 있었다. 어쩌다 알게 되었고 마음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안정감이 없어 보였고, 자기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해서일까, 그걸 통해 내 눈에는 마음이 헛헛해 보였다. 그는 누군가를 애타게 갈구하고 있었다. 그 기원을 하도 표명해서, 또 그 허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내 친구에게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어울릴만한 사람이 있어서 소개팅 자리가 꾸려졌다. 나는 안 나갔고 내 친구는 친구를 데리고 나가 공동주선자로서 자리를 이끌었다.

뻔한 이야기는 뻔해서 놀랍지도 않다. 위태로운 남자는 소개 받은 여자가 아닌 주선자에게 반했다. 외롭고 위태로운 남자의 무기일 수밖에 없는 불도우저 같은 힘으로 한 착한 여자를 힘차게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결혼 준비를 시작했고 청실홍실이 위태롭게 후다닥 엮어졌다.

나는 친구에게 다짐하듯 물었다. 그 사람 사랑하는 거 맞지? 정말로 사랑하는 거지? 친구는 신념에 찬 고갯짓을 보여줬다.

그래도 나는 위태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란 감정의 위태로움,은 귀가 닳도록 들으며 나이를 먹지 않았던가. 잘 살아야 할텐데… 잘 살아야 할텐데… 응원과 기원의 마음으로 테두리 밖에서 간절하게 지켜보았다. 그들은 의외로 재미있게 살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시간의 힘도 빌려 위태로움을 조금씩 잊기 시작했다. 이후 우리는 각각의 남편을 따라 다른 타국땅에서 삶을 일구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위태로움 같은 걸 거의 잊고 살았다.

세월이 많이 지나 우리는 몇 년 전에 한국에서 다시 모였다. 친구의 말로 그려보자면 예전에 위태로웠던 그 남자가 지금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안정적이거나 타협적이거나 배려를 해주는 남자로 변신을 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가 안 돼 보였고,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대단하다 친구야. 어떻게 그것을 다 참고 받아주며 사니?” 그러자 친구는 정색을 했다.

“나는 참지 않아. 억지로 참으면서 어찌 살겠니? 나는 이해를 하고 살 뿐이야. 이 사람의 환경, 유전적 인자(시부모님의 성격을 참조), 성장과정...을 참조해서 말이지. 이 사람은 이렇게 클 수 밖에 없었구나,라고 인정하니 지금의 모습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게다가 나 아니면 이 사람을 이해해 주고 받아줄 사람이 없으니 나라도 그래주자는 마음도 크다.”

나는 큰 착각에서 깨어나 우렁차게 박수를 쳤다. 지금껏 그들을 위태롭게 본 것은 내 선입견, 내 환영, 막연한 기우였다. 그 남자는 사람 볼 줄 아는 눈을 가졌고, 특히 자기와 잘 맞는 여자를 알아보고 서둘러 백년회로의 연을 꿰차지 않았던가. 하지만 내 박수의 의미는 이것이었다, 대단한 내 친구에게 바치는 감동과 찬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