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을 꿈꾸는 분들께 - 가성비 갑인 주거지를 소개합니다

대봉연시라는 게 있다. 도토리 형상인데 일반 연시보다 크기가 두 배정도 크고 맛도 달다. 관심이 없다가 한 슈퍼마켓에서 대봉연시 4개 포장에 2만원대로 파는 걸 보았다. 세상에 얼마나 맛있으면 이리 비싸도 팔릴까, 놀라면서 이 과일에 대해 궁금증이 올라왔다. 선뜻 손은 안 갔다. 연시를 좋아하지만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슈퍼에 들렀는데 4개에 4천원대인 걸 찾았다. 흠집 하나 없는 상등품은 아니지만 맛은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해서 올타쿠나 사먹었다. 음… 새로운 발견, 달콤함에도 급이 있는 대봉연시…

한국에서, 요 새로운 발견같은 곳이 천안아산역 인근일 것이다.

순 내 생각이지만 한국의 타지역이 일반연시라면 서울은 대봉연시다. 서울은 내 고향이고 멋진 관광지이자 볼거리와 재미로 그득하고 맛집 넘쳐나고 자연도 이쁜데다… 매력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서울에서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서울은 2만원대 대봉연시다.

한번은 오랜 동안 강남에 살았던 지인이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주변에 대한 첫인상을 말했다. “여기 강남같아요” 편도 4,5차선 도로와 즐비한 빌딩. 그 빌딩안에 갖가지 병원과 학원과 편의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있고… 강남은 딱히 재미는 없지만 살기에 최적화 된 곳. 서울의 재미는 강북에 몰려있지… 천안의 불당동이란 곳은 강남과 동일선상에 있다. 다른 게 있다면 4천원짜리 대봉연시. 싼 돈으로 럭셔리 달콤함을 즐길 수 있다.

천안 불당동과 아산 배방의 경계에 천안아산역이 있다.

KTX(강북행 고속열차), SRT(강남행 고속열차) 뿐 아니라 국철과 전철도 운행된다. 65세? 이상은 전철을 타고 세월아 네월아 서울까지 오갈 수 있다. 주변에는 시외버스도 있고 서울까지는 1시간 10여분 걸린다. 물론 하행선은 부산까지 연결된다. 교통의 요지다.

역사주변이 주거지역이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가까운 곳은 5분, 조금 먼 곳도 도보로 2,30분이면 접근가능하다(물론 더 먼 곳도 있다). 근처에 큰 대형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갤러리아 백화점, 극장, 병원, 학원, 카페와 음식점이 즐비하다. 도보거리는 아니지만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한방병원도 있다. 생활의 인프라가 강남급이다.

나는 천안보다 고향인 서울을 좋아한다. 하지만 수중에 4천원이 있으니 4천원짜리 대봉연시를 사먹어야겠지. 그래도 대봉연시를 먹을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

더 크고 안락한 주거지에 살면서 가끔 서울로 부산으로 놀러가는 방법도 있어서

역이민을 꿈꾸는 분들께 이 곳을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