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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즐거운 대화법 Yunah Kim (kyeonah) 2020-7-31  07:33:38


즐거운 대화법

 

 


이른 아침 산책을 나가다 한 이웃을 만났다. 우리 아파트에는 혼자 사는 중장년층이 많고 만나면 매우 살갑게 인사를 한다. 사람이 반가운 게다. 우리 윗윗집에 사는 이 이웃은 특히나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인지 마주칠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건네곤 하는데 오늘은 자신의 소개를 구체적으로 하고 싶었는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내가 트럭을 몰고 다니니까… (다음 말을 하기 전에 이웃은 조금 주저했다) 소위 레드 넥(red neck)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꽤 배운(educated) 사람이에요. **** 대학에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죠. 아버지가 그 학교 교수라 등록금도 면제받았어요. 사람들은 말이죠, 처음엔 레드 넥인줄 알다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내가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하죠…”

 

이웃의 말을 듣는 도중에 자뻑? 이란 단어가 떠올랐지만 곧 맞는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와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시사에도 밝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논리적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지식인이란 느낌은 그렇게 받을 수 있다. 단 내가 좋아하는 지혜와 생각이 깊고 성찰이 느껴지는 말은, 그리하여 인생에 배움을 주거나 깨닫음이나 기쁨을 주는 말은 교과서적인 배움이나 좋은 대학과는 상관관계가 짙지 않다.

 

이웃과 담소를 나눈 후 고즈넉한 산책길을 걷는데 언젠가 청남대라고 충청북도에 소재한 대통령 별장에 갔다 만난 할머님 생각이 났다. 청남대를 돌아보고 근처 마을에 들렀다가 정자가 있기에 남편과 함께 노곤한 몸을 뉘어 쉬고 있었는데 앞에 사시는 할머님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셨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니 그때부터 정자에 앉아서 이야기 보따리를 한껏 푸셨지.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사시는 할머님 역시 말동무가 그리우셨던 게다. 이러저러한 개인사부터 근처 멋지게 지어진 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 청남대에 대통령이 휴가 올 때의 풍경, 군인들이 보이고 마을 전체에 출입이 통제되기 시작하면 아, 대통령이 오시나보다, 짐작할 수 있었단다. 과거 정권별로 달랐던 특색 있는 풍경을 조리 있게 말씀하시는데 어찌나 재미 있던지제일 삼엄한 경비태세를 취했던 대통령은 전두환씨 였고 노무현 정권에 들어서는 민간인에게 개방을 해서 관광객들 덕에 근처 상권이 활성화되고 혜택을 입었단다. 할머님 말씀은 내용도 흥미롭고 재미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통찰이 뛰어났고, 불필요한 불평이나 탄식 등이 일체 없으셨고, 모든 사안에 대해 정확히 한번씩만 언급하셨으며, 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하시고, 선한 마음으로 타인을 위한 배려가 따뜻했고, 말귀를 어찌나 잘 알아들으시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 너무나 명쾌한 답변을 하시고아무튼 나는 할머님과의 대화가 너무도 즐거워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울 정도였다. 그 할머님, 학교 교육을 전혀 못 받으시고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할아버님만 의지하며 사셨는데 몇 년 전 돌아가셨다 하셨지

 

이젠 그럴 나이가 되어서인지 누군가와 말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대가 어떤 사고를 하며 어떤 성품, 지식 혹은 상식을 갖고 있는지조금 더 겪어보면 지혜로운지 고집스러운지 포장을 하고 있는지 너그러운 사람인지 배배 꼬였는지 이기적인지, 생각이 깊은지, 혜안이 있는지등등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오십의 나이를 지천명이라 하나보다. 하늘의 뜻을 알 정도이니 사람의 뜻은 더 쉽게 파악이 되는 이치일라? 물론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런저런 경험이 쌓여 인지력이 성장한 덕분인지 사람에 대한 촉이 민감해지고 더 샤프해지는 것 같다.

 

나는 대화를 즐기는데, 말맛 깊은 사람과의 대화는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말맛은 생각이 깊어야 깊어진다. 깊은 말맛이것은 현학적인 것도 지식이나 정보로 가득 찬 것도 아니다. 배웠던 안 배웠던 상관 없다. 솔직하고 지혜롭고 넉넉하며 바르고 진정한 인류애와 사랑이 스며있고... 가식 없고 비꼼 없고 포장과 변명 없고 가짜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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