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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딸이 이런 말을 했다 Yunah Kim (kyeonah) 2020-8-30  09:21:28


딸이 이런 말을 했다

 

 


간만에 나란히 앉아 달큰한 큰딸내미 숨결을 느끼며 대화를 나눌 때였다. 큰애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들어 가끔 엄마 인생을 생각할 때가 있어요. 우리를 돌보느라 시간을 다 써버린 엄마의 인생이 허무하지는 않을까…? 이젠 아린이도 컸으니 전 지금부터라도 엄마가 이기적으로 엄마를 위해 살았으면 좋겠어요.”


속으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했다. 이 갱년기 여인의 허무함을 들켜버렸나? 이거이 절로 흘러나왔나? 그런데 보다 다급한 마음은 혹여라도 내가 너희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애를 썼는지 혹은 내 인생에 너희들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자랑거리가 되길 원하는지…” 뭐 그런 말을, 눈치를 준 적이 있었나? 를 뒤돌아보고 있었다. 아니,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안 하니까. 그런 생각을 안 하는데 그런 말을 했을 리는 없다.

 

자신의 일은 각자 알아서 하고 상의는 하되 선택은 본인의 몫인 우리집 시스템상, 엄마가 저희의 인생에 너무 개입한다는 생각을 하고 이젠 그만이란 선언을 돌려 말했을 리도 없다. 난 아이의 진심 가득한 눈빛을 마주하면서도 왜 그 말이 그토록 생경하게 느껴졌는지 생각해 봤다. 아마도 지금껏 우리 대화의 소재는 내 인생이 아니고 제 인생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두세 달 전에도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사랑해요, 제가 사랑하면서도 그간에 너무 표현을 안 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고백하는 거예요? 평시에 빨간 하트와 메시지 끝 사랑해요,란 멘트는 뭐고?? 나는 아이의 목소리가 전하는 진한 울림을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고백, 고런 거 따로 안 해도 엄마는 다 느끼는데…” 라고 엄마식 농담으로 답변을 했다. 정말, 울 큰딸, 가끔 엄마의 인생을 생각하는가 보다. 이젠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인생을 살펴볼 만큼 자랐나 보다. 정말 이렇게 컸나보다나는 내 어린 딸이 깊은 눈을 가진 여인으로 자라준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그 깊은 눈으로 인류를 사랑하며 살아가리란 기대를 하게 해줘서 고마웠다.

 

그래 이기적이기 까진 못하겠지만 앞으로 내 시간을 나를 위해 많이 쓸게. 이미 그러고 있어. 그런데 확실히 해둘 게 있어. 너희를 위해 산 내 세월은 절대 허무하지 않아. 그건 엄마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좋아서 한 일이야. 아무도 없는 미국에 와서 남한테 맡길 수 없어서 선택한 일이었고 현재 1만큼의 후회도 없어. 그러니 그런 염려 절대 하지마.”

 

맞아 아이들은 내 꼬리표였지. 나는 엄마, 운전기사, 카운셀러, 수학 튜터였지하지만 스스로 선택해서 아이들을 키우느라 보낸 내 세월을 공으로 치하 받고 싶지도, 아이들에게 그런 인식을 넘어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다(남편한테는 다르지만…). 그런 부담을 안고 사는 자식의 마음이 어찌 자유로울까.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한가지, 저희들의 행복이다. 내 인생까지 네 고려의 대상에 넣으라 하고 싶지 않다. 도리, 의무 그런 거 말고 난 딸들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이고만 싶다.

 

칼릴 지브란 시의 한 구절처럼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했노라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귀착에 감사한다. 딸들이 성인으로서 모자람 없으니 이젠 정말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 할 시간마음 가볍게 날자. 이 나이에? 라고 쭈빗대기엔 비겁한 나이, 호호 그런데 훨훨 날기엔 머리와 몸이 안 따라주는 나이…^^ 그러면 걷지 뭐, 천천히 but 쉬지 않고이젠 이 아이덴티티가 딸들에게 더 좋은 엄마일 거란 생각을 새롭게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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