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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의 이야기

같은 출산, 다른 삶- 한국과 미국의 극명한 차이점 Yunah Kim (kyeonah) 2021-2-15  08:05:19


같은 출산, 다른 삶 - 한국과 미국의 극명한 차이점

 

 

둘째는 38주만에 세상에 나왔다. 큰아이는 42주만에 나왔으니 평균을 내면 40주다^^. 엄마들의 체질도 다르고 뱃속 환경도 약간씩 다를텐데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혼자 너끈하게 숨을 쉴 수 있게까지 걸리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40(전후 2주는 정상범위). 세상이 아무리 휘리릭 변하고 평균수명은 꾸준히 늘어도 이 기간만은 불변부동이다. 난자가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고 자궁에 착상되어 세포분열을 하고 탯줄과 연결된 엄마 몸에서 영양분을 얻어 하나 둘 내장이 생기고 뼈가 자라고똑 같은 과정을 거쳐 똑 같은 형태로 태어나는 세상의 아기들. 아기가 태어난 후, 살아가는 제반 환경은 각자의 운명만큼이나 다르지만 태초의 형성과정이 이다지도 같은 건 그 안에 어떤 고귀한 의미가 들어있지 않을까생각한 적이 있다. 모든 인간은 태초부터 평등하고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하다는 창조주의 뜻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자칫 고귀한 생명의 탄생을 기계적으로 취급하기 쉬운 직업이 산부인과의가 아닐까란 생각은 내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품게 된 생각이다. 무엇이든 반복되면 처음의 감동이 사라지고 기계적이 되기 쉬우므로생명에 대한 귀함을 너무나도 숭배하는 내 드높은 잣대때문에 박힌 인상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귀하게 여기는 손길에 닿아 첫 세상을 맞이한다면 아기는 얼마나 환영받는 느낌이 클까. 산부인과의나 산파라는 직업은 진정 생명의 탄생을 경배하는 사람이 택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빨간 아기(은유법^^)만 보면 신비하고 예뻐서 어쩔줄 모르는데 눈을 꼭 감고 온 몸을 떨어대며 우는 작고 작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생명에겐 그런 손길만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둘째가 태어난 방은 로맨틱한 주황빛을 머금고 정갈하고 안락했다. 신생아에게 자극을 적게 하는 르봐이에 분만법처럼 생애 첫 소리를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 준다거나,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배에 얹어 진정시킨다거나, 폐호흡을 천천히 하도록 탯줄을 4,5분 후에 자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밝은 조명으로부터 아기의 첫 눈을 보호해주고 산모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속깊음은 가득한 방이었다. 햇볕에 눈을 많이 시려 하는 큰아이도 이런 방에서 태어났다면 조금 나았을까, 나는 안타까워서 가끔 아쉬움을 가진다.

 

둘째 때는 첫째 때의 트라우마때문에 무통분만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의사가 은근한 목소리로 만약 산파가 출산을 돕는다면 진통 때부터 내내 옆에서 돌봐 줄 거라며 산파분만을 권했을 때, 6년 전 그 외로웠던 고투를 떠올리며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땀도 닦아주고 위로 뿐 아니라 힘마저 함께 주며 응원하는 사극 속 다정한 산파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모든 일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에피도르를 맞은 후 진통이 사라지자 순식간에 바위덩이 같은 잠이 쏟아졌고 누군가 잠을 방해한다는 의식이 든 순간 화들짝 놀란 그 누군가가 아기 나온다고 소리를 질렀고 이후 헐레벌떡 뛰어온 당직의사가 분만을 시도하려는 참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 산파는 자신이 집도하겠다며 의사를 밀어냈다. 잠에 취해서도 이게 다 뭔 일이지?란 생각은 들었지만 예정일보다 2주나 앞선 데다 에피도르를 맞은 지 1시간도 안 되서 자궁이 다 열려버린 내 쪽의 일탈이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빠가 아기의 탯줄을 잘라주는 감동의 퍼포먼스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둘째가 순식간에 태어난 후 아기와 나, 남편은 회복실로 옮겨졌고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아기와 부모의 소중한 만남을 존중해 주는 정겨운 배려. 역시 미국은 가족위주의 삶이 잘 정착된 나라다. 회복실은 개인실이었는데 널찍하고 깨끗하고 남편도 잘 쉴 수 있는 공간이어서 집 같은 편안함이 심신의 안정을 돕기도 했지만 아기 얼굴을 신생아실에서 처음 대면했던 첫째때와 다르게 출산직후 바로 안아본 것도 좋았고 회복실에 누워서는 내내 아기 얼굴을 쳐다보면서 좋아 죽겠던 추억이 지금도 따스하다. 게다가 어쩌면 그리 하나도 안 아팠는지엔도르핀 덕인가 했더니 꼭 먹어야 한다며 간호사가 건넸던 알약(진통제) 덕이었지…^^

 

출산경험중 한국과 미국의 극명한 차이는 바로 샤워에 대한 인식이었다. 한쪽은 땀을 흘렸으니 하라 하고 한쪽은 산후풍의 원인이 되니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의 간호사가 샤워를 하라고 했을 때 나는 깜짝 놀라 얼결에 집에 가서 하겠다고 말했다. 때도 2월 중순 한겨울인데간호사는 당장 해야 한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자신이 문밖에서 지키고 있겠다 했는데 태도로 보아 아마도 샤워에 대해 나처럼 반응한 (동양?)사람들을 꽤 겪어본 듯한 인상이었다. 첫애때는 5월 중순에 샤워는 커녕 온 몸을 감싸고 양말조차 벗지 못 했는데견디다 못해 몰래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새도 삼칠일 동안 산모목욕을 금하는지?? 생각해보면 예전엔 따스한 환경에서 샤워를 할 수 없었기에 그런 조리법을 권했지만 요즈음은 안 그렇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산후조리 풍습도 많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바뀌는데 태아는 여전히 40주를 채워 엄마 뱃속을 나온다. 정말 거룩한 뜻이 내포된 불변의 진리다.




P.S. 요즈음 한국 뉴스에서는 연일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입양아 정인이의 죽음, 친자녀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 간 친엄마와 6개월 후 주검으로 발견된 아이, 이모부부의 학대에 숨진 조카, 친엄마의 폭행으로 두개골 골절로 사망한 47일 된 아기, 생후 2주된 아기가 분유를 토한다고 부모가 때려서 숨이 멎고... 그 아이들의 명복을 찢어지는 가슴으로 빕니다.

모든 생명의 존귀함...

요즈음 하버드의 한 자격없는 학자의 망언속 주인공인 위안부들까지... 우리는 결코 타인의 생명에 가해지는 학대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누군가의 고귀한 생명을 함께 지켜주면 좋겠습니다. 신고하고 서명에 참여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요.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역사왜곡 바로잡기 서명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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