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갭이어 후 깨달은 사실

막내는 작년에 열 두개 대학에 원서를 내서 반은 떨어지고 반은 웨잇 리스트에 올랐다가 아무 대학과도 연이 닿지 않아 갭이어를 하게 됐다. 딱 가고 싶은 학교만 응시를 했기에 어디라도 풀리길 고대했으나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community college에 입학해 편입하는 방법을 권했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아서, 또 더이상 기러기를 하는 것은 남편이 원치 않아서 막내와 나는 한국으로 왔다.

막내는 두가지 길을 놓고 선택을 했다. 미국에 남아 빡센 공을 들여 떨어진 대학들에 다시 도전을 할 것인가(스펙 강화), 한국에 와서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면서 이외의 대학들을 두드려 볼 것인가. 열심히 일구어 왔던 활동이 점점 성과를 보이는데 아쉽게 접을 때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가족이 reunion을 원하고 대학 보다는 긴 인생을 보자는 가족의 맹랑한 인생낙관주의원칙이 다시 작용하여 막내는 에라 모르겠다, 두번째 길을 택했다.

초기 수개월간은 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육체노동과 한국인을 체험하며 돈을 모았고 안타깝게도 대학을 응시하고 난 후 반 년 동안은 그토록 원하던 곳에서 인턴쉽을 했다. 막내는 대학운이 없나 보다. 그러니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진리로 믿으며 힘을 낼 밖에... 비록 대학 응시에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꿈꾸는 사회를 체험한 시간은 막내의 영혼을 살찌웠다.

이번에도 열 두개에 맞춰, 반은 웨잇 리스트에 올랐던 곳에, 반은 새로운 대학에 응시를 했다. 놀라운 사실은 작년에 웨잇을 준 학교에서 모두 리젝을 받았다는 점이다. 비록 훌륭히 보강된 스펙으로 재도전에 성공을 하진 못했지만 리젝과 웨이팅의 의미는 확실히 체험한 셈이다.

웨잇의 의미는 대학에서 설명하는 바대로 입학자격이 있지만 자리가 충분치 않아, 보류된 인재^^인 것이다. 물론 합격시킨 학생에 비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웨잇을 주었지만 능력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안 뽑을 경우는 확실하게 리젝을 준다.

또 한가지 체험은 미국의 재수는, 한국처럼 점수를 올려서 원하는 학교에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므로 더 좋은 학교를 가고자 섣불리 재수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듯 하다. 엄청나게 임팩트가 있는 활동으로 입학사정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 막내처럼 오라는 곳이 없는 경우야 어쩔 수 없겠지만 튼튼한 보강 플랜이 없는 경우엔 합격된 학교에 가서 편입을 꿈꾸는 편이 현명할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확실하게 체험했을 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어서 막내는 합격을 준 학교에 기껍게 입학했다. 도미 후 며칠 동안은 한국에 오고 싶다거나 엄마아빠 보고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수업이 시작되자 학교를 좋아한다. 엄마처럼 1학년 때 블라인드 데이트를 백 여 차례 하면서는 아니고 아빠처럼 심심하게 공부나 하면서도 아닌 밸런스를 이루어 캠퍼스 생활을 빼곡히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다시 못 올 젊은 시절, 인생 뭐가 있을까, 행복이 최고징. 그 예뻐서 아까운 한 시절에 알알이 행복하면 좋겠다, 우리 애들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