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채 사는 삶의 진실

 

 

 

 

저희 친정 엄마는 종종 카톡으로 읽을만하다 생각되는 내용을 전달하세요. 80 노인답게? 주로 건강에 관한 정보 일색이건만 오늘 아침엔 난데없이 스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내셨네요. 솔직히 건강에 관한 소식은 읽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스님이 나오는 비디오는 분명 좋은 말씀이 들어있을 거란 생각에 호기심을 갖고 들어 봤어요. 역시 처음부터 제 마음을 쏙 빼앗더니 몇 번을 반복해 들어도 삶의 진리를 느끼게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욕심 없고 세속적이지 않으며 세상사를 넓고 깊은 눈으로 보는 사람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 보다 삶을 높은 안목으로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존경하지요. 속세를 떠나 맑은 물 흐르듯 생을 사는 스님의 세계가, 또 이런 글이 그래서 너~무 좋은가봐요. (작금의 조계종 사태는 열외로 하구요~~) 딸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저는 제 독자분들에게 이 글을 선사하고 싶어서 적어봤어요. 구글링을 하면 서산대사의 해탈시가 뜨지만 왠지 스님의 낭독소리를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정성을 담고 싶었지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이 글을 읽으면서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 보는 값진 시간이 되시길 바래요. 

 

 

 

해탈시

 

-서산대사가 열반에 드시기 전에 많은 이에게 남긴 시-

 

 

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가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가

시기질투 없는 사람 누구이며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나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라

못 배웠다 주눅들지 말라

새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치지 말며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말라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며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가 갑시다

다 바람같은 것이라오

뭘 그리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요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깊어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며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 듯

아무리 지독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세상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주어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 것이라 할 게 없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펴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 하늘도 있는 것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겠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지마는

잠시 대역 연기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겠소

기쁜 표정 짓는다고

모든 게 다 기쁜 것은 아니라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게 다 사는 거라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짐입니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은 것을

모두 그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