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후 – 한국 생활 극복기
내겐 아침에 일어나 방방마다 돌면서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는 습관이 있다. 미국에 살면서 생긴 버릇이다. 도미 초, 청소를 하는데 창틀과 가구에 하얀 먼지만 쌓여있는 걸 발견하고 잠시 어리둥절한 적이 있었다. 설마~ 며칠 놔두면 까매지겠지,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하얀 면포로 훔치면 그대로 하얬다. 까만 먼지가 집 안에 쌓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순간, 청소를 하루만 걸러도 걸레에 묻어나는 까망의 농도가 달라지는 서울이 갑자기 몹쓸 곳처럼 여겨졌다. 이후 나는 신록도 푸르른 바깥 공기를 안으로 들이는 일을 마음껏 즐기며 살았다. 내가 살았던 곳들은 나무가 풍성해서 피톤치드와 고요만이 사각 창문을 드나들었다. 겨울엔 조금, 나머지 계절엔 많이… 꽃가루 알러지가 생긴 이후 봄철 바람 심한 날은 골라내야 했지만 우리집 아침 창문은 거의 어김없이 열렸다 닫혔다.
한국에 온 이후 14년동안 이어진 그 습관에 제동이 걸렸다. 창문 밖이 육안으로도 뿌연 날들이 늘어나면서, 외출하는 날이면 잔기침을 멈추지 못하면서, 테니스에 빠져있는 남편이 며칠간 몸져 눕게 된 이상한 현상을 접하면서 말로만 듣던 미세먼지의 위악이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얀 양말의 접힌 부분에 새까만 줄이 그어졌던 옛 서울 살 때의 기억이 있긴 하지만, 시내에 나가 친구와 신나게 수다를 떨면 입 안에서 까끌까끌 매연과 공해가 굴러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코를 풀면 까만 먼지가 함께 묻어나기도 했지만, 그때는 그래도 씻거나 걷어내면 더러움이 사라지는 원리가 있었고 공기 나쁜 서울살이의 평범한 일상이려니 여겼을 뿐 따로 스트레스 같은 건 받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청정지역에서 갑자기 미세먼지 세계로 노출된 탓인지 우리집 식구들은 미세먼지를 꽤 들이켰다 싶으면 몸살감기같은 증세를 보였고 그런 증상들은 스트레스로 자리잡았다.
한국은 지금 ‘푸른 하늘’이 몸값 치솟은 배우처럼 함부로 출현하지 않고 분명히 거기에 존재하는 먼 산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매직이 자주 벌어진다. 크기가 머리카락의 몇 십 분의 1이라는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뭉쳐서 세력을 키우면 그 큰 산을 막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걸까. 코털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도 거뜬하게 기도를 장악하고 작은 모공이 보일까 말까한 피부 속까지 파고들어서 몸의 안과 겉을 함께 공격한다.
그러니 어찌 마음껏 창문을 열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내겐 억지춘향격으로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 산을 살피는 습관. 산이 보이면 창문을 열고 흐릿하거나 안 보이면 밤새 사람과 식물이 쏟아낸 이산화 탄소 만땅인 공기 안에서 계속 숨을 쉰다. 그러다보니 날씨에 따라서 기분이 좌우될 뿐 아니라 가슴이 요상히도 답답했다. 갱년기 우울증도 근근이 버텨내는 판인데 공기마저 나를 못살게 굴다니… 뿌연 하늘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나라는 거울을 좋아하는 대통령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 졌고 덕분에 안팎으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이웃 나라의 대기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사드 문제로 강짜만 놓는 중국의 횡포가 극에 달하니, 아, 악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스트레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 한국에서 살아내야 하는 나는,
일단 미세먼지는 새 정부가 베풀 선정에 희망을 가져보기로 하고,
14년간 길들여진 습관을 되돌리기만 해도 나아질 스트레스는 성능 좋은 공기청정기를 들여놓는 방법으로, 그래서 아침 창문을 원없이 활짝 열어제치는 것으로 극복을 시작했다.
Ps. 과학적인 근거 운운하면서 한국의 대기오염에 대해 면피를 하려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는 이틀 후면 바람을 타고 날아와 한국의 하늘을 뒤덮는다. 같은 오염성분이 그 증거!! 한국은 국내 생산 미세먼지 줄일 방안을 강구하고 중국은 한국의 대기오염에 대해 각성하고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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