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이후 – 미련 곰탱이의 사랑

그 날… 아직도 생생히 생각난다. 몸이 하도 찌뿌둥해서 찜질방에 갔다. 귀국 후 처음 찜질방에 간 날.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이 글을 썼다. 검지손가락 하나를 사용해 휴대폰에다 정신없이 써내려갔다. 왜 휴대폰에 썼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메시지를 보낼 때 양 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수준이니 그때는 더 서툴기 짝이 없었는데…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맥락. 누군가에게 일일이 설명하거나 푸념하기 어려운 생각을 일기장에 끄적이면 마음이 조금 풀리지 않는가. 나는 그때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복장이 터질까봐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잡고 서둘러 내 안에서 부글거리는 응어리를 풀어냈었다. 마지막 문장을 쓸 즈음엔 역시 많이 차분해졌던 기억도 난다.

한국은 이런 나라

맘만 먹으면 언제든 찌뿌둥한 몸을 풀 수 있는 나라

찜질방에 가서 체내의 불순물 빼고, 피로 풀고, 심신이 가뿐해져서

날아갈 듯 샤방샤방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랐건만 전복시킬 기세로 차를 모는 기사아저씨 덕에 결국 두통을 안고 귀가하게 되는 나라

혀끝에 신비롭게 엉기는 빵을 생산할 줄 아는 나라

그 빵을 한아름 사 안고 입 속의 침을 삼키며

내 치열처럼 고르지 않은 보도블록과 하염없이 눈맞추고 걷다가 여기저기 입 속의 아밀라아제를 입 밖에서 조우하며 나는 참 이기적이라 생각하게 되는 나라

내 것은 식욕이고 너의 것은 곤욕이라 감히 내 것은 귀하고 네 것은 천하다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우던 나라

지구상 국경이 무너지고 세상이 좁아졌을 때 그 예의가 국제코드랑 맞지 않아 고달픈 나라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줄 모르면서 타인의 친절에 고맙다는 인사를 할 줄도 모르는 나라

미안하다 사랑한다란 드라마는 있지만 미안해요 사랑해요 소리는 도저히 없는 나라 

실례합니다란 말은 못 하지만 실례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들의 나라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체면 귀히 여기면서 바로 곁에 있는 타인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잘도 투명인간 취급하는 나라

공중목욕탕 속에 앉아 손톱을 깎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내버려두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내가 개탄하는 건, 지난 14년 동안 이 나라가 변해버린 건 지 타국의 문화가 내 몸에 젖더니 시선이 삐뚤어지고 시야가 초광역화 되어 도저히 대한민국에 초점을 맞출 수 없게 된 건진 알 수 없으나 위 사실들이 이 나라를 선진문화로 이끌지 못하는 물귀신이 될 지 모른다는 의식을 떨치지 못하는 때문이다.

넓게 산다는 것이 행운만은 아니요 안다는 것이 행복만은 아니다

그냥 무작정 사랑할 수 있었던… 그리운 건 옛날이다

우연히 휴대폰을 뒤적이다 발견한 이 글. 을 읽으며 씁쓸하게 웃는다. ‘라라 랜드’에서 미아가 마지막에 지었던 미소랑 닮았을 것 같다. 이 글을 쓸 때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더 좋아진 것 없는 나라. 하지만 이 나라를 always 사랑하고 있는 미련 곰탱이 같은 내가 보여서 그런 웃음을 웃는다. 내년엔 부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