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석의 모습을 한 민우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시아야...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꼭 다시 널 찾아올거야.

모든걸 다시...제자리로 돌려놓을거야.

너를 위해서.

눈빛으로만 그렇게 이야기 할수 있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그 아이를 마주볼수 있는것에 만족해야만 하는 가슴 아리는 순간이었다.

"왜...그래, 인석아? 왜 그런 눈으로...그런...눈으로" 시아는 왠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우가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이제 그만 가요." 하며 그녀가 미소지었는데 돌아서는 인석의 눈가에 뭔가 잠시 반짝이는것 처럼 보였다면, 시아의 착각이었을까?

"잠깐!" 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인석의 지나치는 손을 부둥켜 잡았다.

순간, 시아와 인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왜 이러세요?" 연우가 그들의 손을 차갑고 빠르게 떼어놓았다.

"미안...해요. 미안해 인석아. 내가 미쳤나봐."

시아의 얼굴이 붉혀졌다.

"시아야," 민우의 모습을 한 인석이 시아에게 다가섰다.

시아는 그를 올려다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연우와 인석에게 미소지어보였다.

"미안해... 그리고 와줘서 고마와, 인석아... 한국에서 보니까 반갑네."

인석이 또 시아를 돌아보는데, 왜 그렇게 가슴이 시려오는지, 시아는 알수가 없었다.

참다못한 민우가 인석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밤늦게, 이러는거...실례 아닌가?"

"초면에, 이러는건. 실례 아니고?"

두 사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연우가 인석의 모습을 한 민우를 잡아 끌었다.

두 사람이 문을 닫고 나가고, 

민우와 시아만 남았는데...

시아는 왠지 겁이나서 떨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민우의 모습을 한 그 남자는 깊이 한숨을 내 쉬었다.

"밤늦게...저런사람 왜 들여보내?"

시아가 조용히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포기한듯 고개를 떨구었다.

"아직도...나에대한 오해가 안풀렸어?"

"오해였어? 정말 오해였어?" 시아는 차라리 그랬기를 바랬다. 그래. 차라리 나의 오해였다면.

"그럼...오해지. 내가, 니 곁에 있는 나를... 못믿겠어? 시아야..."

"내가...미쳤나봐. 내가 정말 이상해졌나봐... 왜 이렇게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지...?"

민우는 조심스럽게 시아를 잡아 끌어 안았다.

"미안해...내가...무조건, 다 미안해. 시아야. 나를 믿어줘.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다 미안하니까...그냥 날...좀 믿어줘."

"뭘...뭐가 미안하다는거야...대체 뭐가? 오해였다면 내가 오히려 미안하지.." 시아가 그를 천천히 밀어냈다.

민우의 모습을 한 그 남자의 두눈에 눈물이 �션薦羚駭�.

"그냥, 내 마음을 봐주면 안되겠니? 내가...내가 널 사랑한다는거...그걸로는 안되겠니?"

시아는 순간 숨이 멎는것만 같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었다.

누군가가 시아에게 예전에 했던 말이었다.

그래. 

그래....

분명...들었던 말이었다.

그 똑같은 말투...떨리는 목소리.

방금 왔다가 간 인석이..

분명히 그가 아주 오랜 예전에 시아에게 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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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석과 연우는 장관님앞에 아무말도 못하고 앉아있었다.

"대체 뭔일을 어떻게 하고 다니는거냐? 너 하는 행동이 왜 다 그리 엉망이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되는거냐?"

"아닙니다, 아버님. 그런거 아니예요" 연우가 끼어들었다.

"넌 가만히 있어봐라. 밤이 늦었는데, 이만 가보고. 난 인석이하고 얘기를 좀 해야겠어."

"이사람, 많이 다쳤는데, 오늘은 좀 쉬게 하시죠... 장관님도 피곤하시고" 연우가 지지않고 한마디 더 했다.

장관님이 한숨을 내어쉬셨고. 많이 피곤해 보이셨다.

"그래...그럼. 내일 아침에 식사때 보도록 하자. 연우도 피곤할텐데 여기서 쉬어가도록 해라. 집에는 내가 연락 해뒀다."

"네...아버님."

모두가 사라지자 연우가 민우를 돌아보았다.

"자 이제...약속은 지킬거죠? 내가 할만큼 부탁은 다 들어줬으니까."

민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요. 계획대로 하세요. 내가...어떻게 하면 되죠?"

그녀가 피식 웃었다.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당신은..."

하며 그녀가 민우를 뚫어져라 보았다.

"나를 사랑해줄 연습을 시작하세요."

말도 안돼는 그녀의 말에 연우가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졌다.

"연습?"

민우는 주위를 돌아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연우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민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뿌리치고 싶었지만, 민우는 그럴수가 없었다. 약속했으니까...시아를 만나게 해주면...

연우가 스스로 떨어지며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션薦羚駭�.

"잘했어요. 그렇게 하면 돼요."

민우는 기가막혀서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었다.

민우가 그녀를 보는데, 그녀가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다가왔다.

아주 가까이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나지막히 속삭였는데,

"시아는 민우를 사랑하죠? 그리고 연우는 인석을 사랑했고..."

민우는 어쩔줄모르고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연우가 그의 얼굴을 두손으로 붙잡았다.

"나. 지금의 나는, 당신을 지금 이모습 이대로 사랑할수 있어요. 민우던. 인석이던."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사랑이라는 말을...할수 있나요?"

"사랑은 지식이 아니예요. 배운다고 느는것도 아니고. 그냥...끌림이고 느낌이고...어쩔수없는...당김이죠."

"사랑이란건...둘이 공감해야 한다는거, 모르나요?"

"틀렸어요. 사랑은, 더 강한사람이 이끌어 가는거예요. 인류의 역사가 다 그렇게 이루어졌구요."

그녀는 다시 그에게 키스했다.

민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뿌리쳤다.

연우가 그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피식웃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에게 함부로 구는건...오늘까지만 귀엽게 봐주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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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는 아무말없이 피곤하다는 말로 그 사람을 돌려 보냈다.

혼자 식탁에 앉아 한없이 울었다. 왠지 눈물이 터져나와 감당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거의 밤을 세우고 

아침 적당한 시간이 되길 기다린 그녀는 오교수님에게, 아는 선배에게, 어쨌든 알만한 사람에게 모두 연락을 해보았다.

인석...차인석을 어떻게 하면 만날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어젯밤, 

시아를 보던 그 눈빛. 그 표정. 그 말투...

분명 인석이었지만 뭔가...뭔가 달랐다. 뭔가가 분명히 있었다.

그의 눈빛. 그의 슬픈 눈빛... 가슴아리게 끌리는 그의..

"네! 오교수님!" 

연락해주겠다던 교수님이 전화를 걸어주셨다.

"그래. 인석이 오늘 만나기로 했다. 주례를 서달라고 약혼녀랑...같이 인사하러 오겠다고 하던데?"

시아는 떨리는손으로 가까스로 전화기를 부여잡았다.

"아...예...제가..뭘 전해줄게 있어서요. 그냥 잠시만... 그래도 실례가 안될까요?"

"그러렴.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좀 바빠서 그냥 학교에서 만나기로 했어. 괜찮겠어?"

"네...네. 교수님."

시아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거친숨을 다듬어 보았다.

띵동..

띵동..

민우....아니, 그 사람...일까?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를 다시 보는게 너무나 무서웠다.

띵동...

띵동...

시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늦잠잔거야? 뭐해? 학교 안가?"

"응. 가야지. 넌?"

"나도...일 가보려고."

"무슨...일?"

"그럼 내가 하염없이 놀기만 할수 있나? 삼촌이 남겨주신 유산...그걸로 사업을 한번 해보려고 알아보고 있는중이야."

"사업? 무슨....사업?"

"비밀." 그가 씨익 웃었다.

시아도 어색함을 감추고 함께 웃어보였다.

"이제...오해 안하는거야?"

"어? 그건... 그니까... 내가..좀 이상...한거지? 그치?"

아...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바보같이 인석은 그녀의 미소를 믿고싶었다. 

한편으론 절대로 믿을수없다는걸 그는 상식적으로 알고있었지만, 시아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걸 알아챘지만,

그의 감정은 그냥 믿으라고 밀어부쳤다. 

작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는게...옳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그저 눈가리고 모든걸 보이는대로만 믿고싶었다.

힘들게 시아는 일부러 자연스러운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와 헤어지자 마자 급하게 그녀는 오교수님에게로 달려갔다.

"벌써 왔어?"

오교수님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에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자 아주 어색하게 혼자 서있는 차인석...

그리고 시아를 보고 동그랗게 커진 그의 두 눈...

"어, 왔어? 약혼녀랑 온다더니?"

"네...지금 차에서 전화통화 마치고 온다고..."

차인석이 잠시 어쩔줄 모르고 인사를 하려는데, 시아는 그에게 달려들듯이 뛰어 다가갔다.

"교수님, 제가... 이사람에게 잠시 전해줄게 있어서요. 잠시만. 죄송합니다. 제가 왔다는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하며 시아는 차인석을 잡아 끌고 뛰기 시작했다.

"시아야?" 

엉뚱한 그녀의 행동에 교수님이 고개를 갸우뚱 하셨고,

시아는 무작정 뛰고, 또 뛰었다.

조용한 복도로 갈때까지 그를 잡고 뛰었다.

그도 말없이 시아를 따라와 주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이끄는대로 그는 따라와 주었다.

둘 다 헐떡거릴 정도로 뛰어서 빈 강의실안에 뛰어 들어갔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둘은 한동안 숨을 고르느라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지만, 

서로의 눈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시아의 두눈에 눈물이 �션舛蹈�...

민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아무말없이, 그녀의 목을 조용히 끌어안고, 

시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시아는 너무나 놀랐지만, 

세상이 모두 멈추어버린 그 순간에 그녀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심장이 터질것같이 뜨거워졌다.

둘은 키스하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서로를 마주보았다.

시아는 믿을수 없다는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

민우는 조용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말라는듯 깊은 눈빛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이대로 도망가... 지금..빨리 여기서 나가서!" 시아는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시아야." 그는 그녀를 진정시키려는듯, 그녀의 두 팔을 잡아주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목소리까지.. 너 모습 모두 다... 어떻게 이렇게...?"

"미안해...놀라게 해서."

"어제밤에...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러긴 어려웠겠지."

"그래...어려웠어...아니...상상도 안돼는 일이잖아, 이건." 시아의 두눈에 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시아야. "

"응."

"일을 잘 해결하지 않으면...너에게 피해가 될수있어."

"무슨 일? 피해? 그런거 상관없어! 이렇게 만났으니까 어서 어디든 가자고!"

"우리를 찾아낼거야."

"누가?"

"그 두사람 모두...쉽게 포기하지 않을거야."

"약혼녀...그리고...니 모습을 한...그 사람? 차인석?"

벌써 모든것을 알아차린 시아에게 너무나 고마와서,

민우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