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어때, 시아야?”

시아는 차인석을 돌아보았다.

신기하게도 

이제는 그에게서 민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생김새는 민우였지만,

그는 느낌 그대로 차인석이었다.

행동도. 말투도.

일부러 노력하지도 않았고

그냥 맘속 안에 있는것들을 그대로 꺼네놓은듯,

시아에게는 이제 그의 진정한 모습이 보였다.

“모르겠어. 나는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어. 지나간 기억처럼...지금 순간도 희미하게 느껴질뿐이야.”

“그래. 그렇겠지. 이제 아주 깨끗하고 투명해질거야.” 하며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왜 이렇게 불안하지...? 시아는 차마 말은 꺼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 맘을 알아보기라도 한듯 인석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두손으로 감싸고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기대해.”

“뭘?”

"우리 인생 최고의 드라마를."

그는 피식웃으며 정원안으로 들어섰다.

“초청장 부탁드립니다.”

정문앞에서 직원이, 90도로 인사하며 말했고,

인석은 한숨을 길게 쉬며 봉투를 꺼내들어 초청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어떻게 초청장이 있었을까.

민우가 보냈을까? 아니면 연우씨가?

결혼식장 가까이 한발 한발 옮기며 시아는 조금씩 차인석으로부터 틈을 두고 떨어져 걸으려고 했다.

그러나 차인석은 그녀를 바짝 붙잡아 옆으로 끌어 안았고,

당황했지만 시아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도, 시선을 끌고 싶지도 않아서 조용히 그를 따라 안내된 자리로 가 앉았다.

시아의 두눈은 아름다운 꽃장식이 화려하게 폭발하듯 만발하는 무대옆에 묵묵히 서서 시아를 바라보는 민우와 순식간에 마주쳤다.

민우야...제발. 모든것이 잘되기만을 바래. 니가 말하던 모든 계획이 잘 이루어지기만…

겁먹지 않으려고, 마음을 강하게 먹으려고 시아는 눈을 똑바로 뜨고 곧 주위를 살펴보았다.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왔다.

인석이 차려입혀준 옷과 장식품이 아니었으면 시아는 쥐구멍에 숨고 싶었을만큼 하객들 모두 최고급으로 치장한 모습들이었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며

서서히 결혼식 순서가 진행되었고,

드디어

모든이들의 환호와 축복가운데 아름다운 신부 연우가 입장을 했다,

신랑신부 두 사람은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정원 한가운데서

누가봐도 부러운 한쌍의 완벽한 커플이었다.

두 사람이 서약을 위해 반지를 준비하는데,

옆에 있던 인석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아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주위사람들이 조금 들썩이기 시작했으며, 인석이 한발자국씩 움직여 무대로 가까와 질수록,

웅성이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신랑측 부모님쪽에서 경비원들이 그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려 했으나, 그는 거세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은 한발 물러섰다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음,

그를 끌어내려고 붙잡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것을 그 자리 하객들 모두가 느낄수 있었다.

"저예요!"

음악이 멈추고.

모든이들의 시선이 인석에게로 쏠렸다.

경비원들은 더이상 조심스럽지 않았다.

우르르 몰려와서 그를 붙잡았다.

"저 주민우 입니다! 주준석의 아들. 그리고 여기 앉으신 나민희사모님. 사모님의 죽은아들. 주.민.우."

사람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웅성거렸다.

장관님과 사모님은 놀라움과 황당함에 경비원들을 지시했으나,

민우가 인석에게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꽉 붙잡아 끌려 나가는 인석을 풀어주라는 지시를 하곤, 차인석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왜 이러시죠 당신. 제 정신입니까?"

인석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려 장관님옆에서 입술을 떨고계시는 사모님에게 다가갔다.

"어머니."

모두가 할말을 잃었다.

사모님이 가장 놀란듯 했고.

"아니... 엄마."

"다들 뭐하나, 이 미친 사람 어서 끌어내지 않고!"

급기야 장관님은 참지 못하고 소리치셨다.

"엄...마?"

사모님은 어이가 없으시면서도 못미더우신듯,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엄...마...라뇨. 누구시길래...?"

"나야. 민우. 민우라고."

인석은 주머니에서 낡은 노트북을 사모님의 손에 건네주었다. 

민우가 어릴때부터 소중히 간직해온...엄마의 일기장.

노트북을 손에 쥔 사모님은 두손을 떨기 시작했고,

"민...우...라니? 민우는 죽었는데.....아주...아주 오래전에!"

시아는 그 광경을 옆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는 민우를 올려다 보았다.

차인석의 어머니가

민우의...어머님이라고?

그리고 지금 차인석 그가 민우 행세를 하고있다.

왜?

그럼...두 사람은 형제..?

그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다면

왜 하필 이제서?

왜 여기서?

어머님은 머리를 붙잡고 쓰러지셨다.

사람들이 몰려가 사모님을 모시고 나갔고, 차인석은 그 무리와 장관님에게 끌려나갔고...

다들 웅성거리며 그 주위를 몰려들었다.

엉망진창이된 이 상황속에서 가족들 모두는 우왕좌왕이었는데

연우...

그녀는 믿을수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곧 쓰러져 버릴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어 서 있었다.

민우가 휘청이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이게...뭐예요? 당신은 알고 있었어요? 왜 하필 오늘? 왜 지금?" 

"미안해요. 여기있는 사람들...모두에게 이렇게 알려야만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민우는 살아서 어머님께로 돌아갈수 없었어요."

민우가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 자리에 앉혔다.

"그래서...결혼식을 말없이 진행했던거군요."

"긴 얘기는...나중에 인석이하고...나누세요. 저는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연우는 들고있던 부케를 민우의 얼굴에 세게 집어 던지고 집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녀의 가족들도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깨져버린 부케 손잡이에 찔려 민우의 얼굴이 찢어져 옅은 피가 흘렀다.

경호원들이 그를 부축해 몰려들었고,

시아는 그를 향해 자동적으로 뛰어나가려 했지만,

경호원들이 그녀를 막아섰다.

시아는 더 이상 다가갈수 없었다.

직계가족들은 모두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웅성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하객들도

정중한 사과와 인사를 받으며 하나. 둘씩 사라져 나갔다.

다들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시아에겐 그저 알수없는 소리들이었지만.

얼마나 지났는지,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원 결혼식장에...

시아는 덩그러니 혼자 남아버렸다.

무슨일이...생긴거지...?

대체 어떻게 된거야...

경호원 한명이 시아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하객님. 이만...나가주셔야 하겠는데요. 정말 죄송합니다."

"네? 아...예..."

시아는 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가슴이 먹먹했다.

치열하게 살아온 민우가...

고아라고, 버림받은줄 알고 고생하며 자란 민우가...

차인석의...형제라고.

그 어머님의 아들이라고?

그럼 왜 차인석은 이런 엄청난일을 꾸민걸까.

걸어나가던 시아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궁궐같은 집과 동화속에서나 볼만한 정원...

지금 나는

꿈을 꾸고있는것일까.

커다란 게이트가 그녀 뒤로 닫히고,

왠지 시아는 감옥을 빠져나온 죄수처럼, 게이트 안의 저택을 돌아보며 한숨을 쉬었다.

다들 괜찮은건지. 정말 이제 끝난건지...

시아는 왠지 조여오는 가슴을 붙잡고 겨우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조용히 웃고있는,

민우와 마주쳤다.

"민우야!"

"놀랐지...시아야."

"어떻게 된거야? 여긴 너 혼자 온거야?" "응..."

"인석씨는?" 민우는 고개를 떨구고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시아를 보며 두팔을 벌렸다.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있었지만, 두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민우야..너 괜찮아?"

"나 좀... 안아주라."

시아는 그의 따뜻한 품안에 꼬옥 안겼다.

민우는 엄마품에 안긴 어린애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민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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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석이 어릴때 그는 보모와 거의 단둘이 지냈지만 엄마를 만난다는 기대에 부풀어 10살이 되는 생일만을 기다렸는데..

10살때 처음 만난 그의 어머니는 매일... 거의 매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인석은 어릴때부터 영특한 아이였기 때문에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만 서서히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는 민우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을 사고로 잃었다고.

그리고 그녀의 남편도. 사고로 함께 잃었다.

엄마는 예전에 차인석의 아버지와 강제적인 관계를 가져 인석을 먼저 낳았지만

집안 어른들의 엄청난 반대로 집안에서 쫓겨났고, 

원래 그녀와 사랑에 빠졌던 평범했던 민우의 아버지는 그녀를 다시 찾아냈다. 사랑했던 그 둘은 민우라는 아이를 낳았다고 했다.

그런 남편과 아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어머니를, 차인석의 아버지는 다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왔고. 그때는 이미 반대하던 어른들이 돌아가신 후였다.

어렴풋이 차인석은 알수있었다.

차인석의 아버지는 슬픔에 빠져있던 엄마를 끔찍히도 사랑했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다. 아마도 엄마는 그의 아버지를 몸서리치도록 미워하고 저주했을것이다.

그리고...겉으로는 늘 웃어주었지만 엄마는 차인석 자신을 결코 진심으로 사랑할수 없었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인석은 희미하게 그 이유를 알았다.

아마도 그의 아버지는.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아무것도 두려울게 없는 그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하던 남자와 아들을

사고로 잃게 만든 장본인이었을 거라는거.

머리가 크고 학교를 마치고 사회인이 되기 시작하면서,

차인석은 본격적으로 그 사건들을 파헤치고 다녔다.

그렇게 쑤시고 다니다가 경찰에게 쫓기기도하고, 검찰에 조사를 당하기도 하면서...

아버지와 관련된 사건을 가까이 할수록 그는 점점 위험한 모험에 빠져들었다.

그냥.

포기할수없는 무엇인가가 그를 끌어당기는것 같았다.

그렇게...

진실을 파헤치던 그에게...

주민우.

죽은줄알았던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어린 민우를 차마 죽일수 없었던 경호원이 미국에 버리고 간것이다.

그리고 그와 거의 같은 시기에

차인석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의 절친이자 주치의였던 오정훈 박사에게서 그는 이제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인석. 그는 죽기전에 소원이 두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엄마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느껴보는것...

그리고 사랑하는 시아의 곁에서 삶을 마감하는것.

그 둘을 가진 민우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최인석은 멋지게 복수하고 싶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민우에게도.

아버지는 그의 유일한 아들을 잃는다는 사실도 모르고, 증오하던 그 남자의 아들을 키우게 될것이다.

어머니는 곁에있어도 사랑할수없었던 차인석이 진짜 민우라는걸 모르고

평생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민우를

재회하고 얼마되지 않아 다시 한번 잃게 될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차인석 자신을 위해서 울어주실것이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듯 했지만 모든것을 가지고있었던 주민우는

많은 것을 가졌지만 늘 공허한 가슴을 안고 살았던 차인석의 그 초라한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것이다.

그리고 그는...시아의 품에서 인생을 마무리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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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녀석을 원망할수가 없어."

"그래도...니가 당한일들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달라도...나의...형제니까. 나의 형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한테 왜 이렇게 까지 해야했는지...나는 모르겠어."

"우리는 이해할수 없을거야. 삶의 끝이라는 판정을 받았을때 차인석의 그 심정은. 오박사는 그의 간절한 마지막 부탁을...거절할수 없어서 결국 의사의 생명을 걸고 이런일을 저지른거고. 물론 그는 의사니까 호기심도 있었겠지. 이런일이 가능한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거야..."

"그녀석의 빈자리를...채워주려고...어떻게든 편안하게 눈을 감을때까지...도와주고 싶어."

시아가 눈물 가득한 눈으로 민우를 마주보았다.

"시아야...너의 도움이 필요해."

"민우야. 니 말대로라면...차인석의 아버지...장관님은"

"그래. 내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원수일수도 있겠지. 그리고 아마 마음도 정신상태도 약하신 어머님께 내가 민우라는 사실을 알리는것도...할수없을거야."

"그걸...어떻게 다 감당해?" "그것보다 먼저...차인석이 마지막 가는길을 지켜줘야 해. 너도...같이."

시아는 잠시 멈추고 민우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시아에게는 상관없었다. 누구의 모습을 했던간에..그진실한 마음의 소유자는 민우였다.

"알았어. 뭐든 도울께...나도 차인석을 이해할수는 없지만...도와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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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석은 날이 갈수록 기력을 잃어갔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이제 모든사람들이 있었다.

어머니의 눈물어린 지극정성 간호와

시아

민우

그리고 연우까지.

그들은 인석을 편히 보내주려고 모든 정성을 다했다.

어느 햇볕이 따뜻한 오후.

차인석

시아

민우

세사람이 함께 정원에 앉아 

나무에 기대어 쉬고있는 인석을 함께 지켜보고있었다.

"인석아..괜찮아? 그만 들어갈까?" 차인석이 피식 웃었다.

"수고했어...그 동안....미안했고."

"왜 그런소리해... 저번에 박사님이 그러셨잖아. 새로온 약이 도움이 되는것 같다고."

인석은 눈을 감고 웃었다.

"나...참 미치도록 나쁜놈이지..그래서 벌받는거야."  

"인석아...사실은 나, 너 정말 나쁜놈이라고 생각했어. 무서울때도 있었고, 원망하기도 했어.

그런데..."

시아의 눈빛이 맑고 투명했다.

인석은 이런 진실한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꾸밀줄 모르고 숨겨도 다 보이는 그녀의 순수함이. 인석은 참 좋았다.

"그런데... 이제 조금은 널 이해할수 있을거 같애. 물론, 좋은방법은 아니었지만...네가 이제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너의 마음을.. 더이상 다치지 않게 보호해주고 싶어. 정말이야."

민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쁜놈 맞지. 정말 나쁜놈." 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혼자만 복수 실컷하고 가면 다야?" 민우가 원망스런 눈빛으로 인석을 뒤돌아 보았다.

"나는? 너한테 갚아줄게 너무 많은데. 나는 어쩌라고"

"너 대신 하늘이 나에게 갚아주고 계시잖냐."

"나에게 형제가 있다는거...가족이 있다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나 긴 세월을 난 그저 연명하며 살았어. 

니가 상상도 할수없는 불안감과 두려움속에서, 혼자 버려진 아이는 굶주렸고, 맹수같은 인간들을 피할수 없어서 물어 뜯기며 살아왔어. 그런데 니가 날... 복수한답시고..

나를 그 맹수의 세계에서 끄집어 냈어.

니가 입고있는

그 주민우의 모습은...

멀쩡한 가죽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 내 안에 있는 주민우는...바뀌지 않는 이 나의 속모습은,

다 찢어지고 상처투성이라서 아직도 하루하루가 숨막히도록 고통스러워.

난 그 수술이후. 내가 죽어가고 있는줄 알았어.

그런데 니가 먼저 간다고?

나쁜놈이지...정말 나쁜자식."

민우의 두 눈에 눈물이 �션薦羚駭�.

"바보같은놈." 힘없이 웃는 인석의 입술에 핏기가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난 니가 너무 싫었어. 죽이고 싶었어. 고지식하고...멍청한놈..."

"그만해, 둘다. 또 싸우려고 그래?" 시아가 끼어들며 인석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인석이 머리를 잡고 신음을 하기 시작했다.

"인석아!"

민우가 그에게로 무릎꿇어 다가갔고,

"안돼겠다. 어서 다시 들어가야겠어." 하며 그를 업으려고 하는데,

인석이 민우를 덥썩 붙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잠시 움직이지 않았고,

인석은 창백한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미안해..." 인석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민우는 눈물을 삼키며 인석의 어깨를 두손으로 꽉 붙잡았고,

인석이 그런 민우를 끌어 당겨 힘차게 안았다.

"너의 아픈기억... 쓰라린 과거..너의 잃어버린 세월들...내가 그 주민우는 모두 데려갈께. 

이제 너는 새로운 모습으로 새인생을 살아. 

니가 원하는 모습은 아닌거 알지만...그래도 지나간것들은 모두 잊어. 싹...다..."

인석의 숨이 가빠졌다.

민우도 눈물을 삼키며 대답했다.

"그래도 너를....두고가줘서...고마워.

차인석은...

모습도...

이름도...

그대로

남아서

열심히

니몫까지 열심히 살아갈거야.

그러니까 너무...억울해 하지마."

"고맙다...주민우..."

+++++++++++++++++++++++++++++++++++++++++++++++++++++++++++++++++++++++++++++

차인석, 아니 주민우를 떠나 보내고 

연우

시아

인석의 어머니...

그들은 모두 슬픔에 깊이 빠져 오열했지만

모든 사실을 다 알고있었던

유일한 한 사람.

바로 오정훈 박사.

그는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차인석은 뇌암을 앓고 있었다.

치료를 강력하게 진행하면 일,이년 정도는 연장할수있을거라고 판정되었다.

그러나 차인석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사실은...시아씨의 신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신장이 필요했던 사람은...

주민우씨였죠.

그때...아주 심각한 상태였고,

인석이의 신장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생활할수 없으셨을겁니다.

가끔 진통을 느끼시던것도... 신장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완벽하게 건강하시다고 볼수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석이 그자식이..."

민우와 시아는 이제 남겨진 시간을 원망과 증오가 아닌 용서와 감사로 바꿀수 있었다.

인석이 남겨놓은 그 모든것을 다 받아들일수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삐뚤어진것들을 고치려 안간힘을 쓰지 않기로 했고

잘못된것을 바로잡으려 나머지 사람들을 더 다치게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대답할수없는 질문들이 많았고

풀어지지 않은 문제들이 있었다.

"너무 가여워...차인석이... 너무 일찍 가버린 그 사람이."

시아는 울어서 너무 부어버린 눈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민우를 올려다 보았다.

"누구. 나?"

민우가 시아를 돌아보며 힘없이 웃었다.

"민우야..."

"이제 너도...민우를 잊어."

"응?" "나. 차인석. 인석이라고 불러줄래."

시아는 할말을 잃고 그를 마주보았다.

"인석이의 자리를 지켜주고 싶어. 너도 그렇게 해줄수 있지..?"

"알았어. 인석...인석아."

두사람은 서로의 아픈마음을 감싸주듯 그렇게 꼭 끌어 안았다.

이제는 헤어지지 않기로.

아픈일은...

이제 그만 

더이상 없기를 바라면서 

차인석의 미래를 

행복으로 채워나가길 약속하면서.

the end.

{후기}

하이고...하도 스토리를 질질 끌어가면서 쓰게 되어서...

마지막회는 솔직히 변명을 늘어놓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보 분량을 틈틈히 잘 정리했음 좋았을걸...

실망시켜드렸다면 죄송하구요,

그러나 이번스토리를 끝내면서 깨달은것이 많았습니다.

아...

담에는 정말 씸플하고 달달한...

평범한 이야기를 써봐야겠다..ㅎㅎㅎㅎ

독자님들, 절 떠나지 말아주세요, 마지막으로 한분만 제글을 읽어주신다해도. 감사히 여기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