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사순절은 정말 생각도 없이
맞이할 시간도 없이 재의 수요일에 이마에 재를 얹고나서야
사순절이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없었으니,
사순절에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모른체 말입니다.
그런데
함께 기도하던 자매가 전화로,
지난해처럼 금요일마다 사순절순례를 또 가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자기는 이 사순절 순례가 소풍처럼 여겨져서 너무 좋다고요.
저는
그러자고 얼결에 대답을 하고는 아무 생각이 없이 금요일마다 수도원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에초에 아무 생각없이 맞이한 사순절이라서 그런지
수도원을 두번을 다녀오고나서 이제 세번째 갈날이 다가오는데
마음으로 들어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번 수도원 순례는 제가 전혀 원한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정도로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 생활속에서 조그만 생각들이 제 몸안으로 밀려오고 있는거 같아요.
마음이 아니라 몸이 머리가 되어서 움직이는것같은...
저는 성격이 거칠고 좀 왁왁대는 스타일이라서
무슨일을 해도 제 마음으로 그일에 대한 이해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일을 잘못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무슨 제안을 하게 되면,
그 제안을 제 안에서 받아들이는 작업을 한참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한발 늦춰서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주기도 하거든요.
이걸 알면서도, 성격인지라 잘 고챠지지가 않아요.
그런데, 지금 이 사순절의 시간동안에
문득 순간적으로
저도 모르게
그렇구나, 알겠어. 하고 대답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저는 이 말들이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오는것을 스스로 느껴요.
그것이 제 생활과 맞물려서 작은 생각들을 엮어내고 있어요.
제 옆집에 인도 아짐은 운전을 못합니다.
무신일이 생기면, 저에게 종종 운전을 부탁합니다.
보통 병원 이머젼시 가는 일에는 지체없이 나가주지만
그이외의 일에는 그냥 둘이서 이리저리 스케줄을 맟춰서 나가줍니다.
지난주에 미사갈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너서리에 가줄수 있냐고 문을 두드리더군요.
언제가 좋은지???
아짐이 제게 물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얼른,
나, 지금가도 돼, 가자! 하고 제가 나섭니다.
아짐이 무척 고마와하면서 같이 다녀왔지요.
그런데 그 다음날에는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밥먹자고 전화를 했어요.
그 시간도 역시 미사가야하는 시간입니다만
알았어! 하고 그냥 가서 밥먹고 왔습니다.
다음날에는 자매가
엘에이 카풀라인을 타고 가야한다고 같이 공항나가자고
비몽사몽사간인데 전화를 했습니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세수만 하고 엘에이를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기도중에 이런일들이 쭈욱 하나로 연결이 되더니,
제 마음안으로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마음이 생겼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요청하면 그냥 그대로 그러자고 대답할수가 있어지는구나, 하고요.
그동안에
그렇구나, 그래, 같이가보자는 말을,
언제나 뒤로 미루어서, 상대에게 미루고 있는 내 생각을 나름 신앙적으로 이해시키고 있었구나 하고
깨달아지고,
지금까지의 그 긴 시간을 통해서 지금에서야 비로서 이말을 할수가 있어지는구나.
그렇구나, 알았어, 하는 이말이 얼마나 부드러운 말인지,
얼마나 사람을 포근하게 해주는것인지를 지금에서야 몸소 체험해봅니다.
내 마음이 부드러워지니, 듣는 상대도 얼마나 편할지,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바로 순종의 참 의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나는 그동안 주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그리고는 사람들말에 순종하기 위해서 긴 여정을 달려왔구나, 하고요.
그동안 수없이 자신이 이해하기 위한말들,
왜? 꼭 그렇게 해야하는건가? 아니야! .....이런 말들이 상대를 거스르는 제 안의 불순종이었음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 입김만으로도 상대가 두번 아파하게 된다는것을 또 한번 깊이 깨닫습니다.
참!!!!!!!
제 길은 이렇게 아직도 멀었구나, 싶습니다.
기도했다는것이 오히려,
제 마음안의 불순종에다가 커다란 먹이를 줘가면서,
잘하고 있는것처럼 힘을 주면서 살아왔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먼길입니다!
우리님들, 남은 사순절의 큰 은총을 청해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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