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성장

기도 속으로 들어가보니 이렇게 삶 속에서 예수님을 알지 못했던 시간이 제 안에

실제로 그대로 있었고요, 제가 예수님을 알았어도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던 시기에

제 삶 속에서 빚어져야 했던 상처나 분노, 슬픔 등도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이런 부분들이 기도를 하면서 예수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풀어 헤쳐져야 했어요

그러면서 저는 저의 눈이 아니라 주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변하게 되었지요.

사실 머리로 알지요.

기도를 통해서 만난 예수님께서 저의 전 생애를 주관하시는 분으로써, 구원자로써 들어오셨다는 것을요, 그런데 제 안에는, 제게 허락하셨던 잘못된 지난 시간들에 대한 상처가 깊이 잠자고 있는데, 어떻게 아무일 없이 다 받아들여질까요?

저에게는 아마도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했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선 제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되는 부분이었어요. 화해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치유가 완성되는 것은 상식이겠지요.

쉽게 생각해보면, 당신께서 목숨을 바쳐서 저를 구하셨다는데, 제 삶 속에서는 저를 왜 죽음의 골짜기에다 놓으셨는지, 저를 그토록 돌보지 않으셨는지, 예수님께 따지는 것이었겠지요……

저는 이미 기도의 체험을 통해서 제게 주어졌던 시간들에 대해서 알고,

믿고 있었는데도, 막상 기도 속에서 되돌아가서 보게 되는 어떤 상처들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충격과 분노와 절망과 미움 속으로 한동안 빠져들게 했어요.

제가 머리로 알고 있는 사실들을, 실제로 기도 속에서 만나보니 저는 그 상처들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고 있는 한 마리 찢어지고 바수어진 살덩어리를 가지고 살고 있는 상처 난 슬픈 짐승과도 같은 마음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것을 받아들이고 기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이 과정이 아마도 제게 이루어진 시간들에 대해서 제가 가슴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간이겠지요.

그곳에는 제 안의 비틀린 저의 모습으로도 만나게 되는 예수님께서 계시더군요.

저는 원망과 미움으로도 시간을 보냈고 그 상처들을 현실 속에서도 보듬고 있었어요.

‘예수님께서는 어디에 계신 거예요? 저를 위해서 뭘 하신 거죠?’

저는 제게 이루어진 일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마침내 저는 그 속에서 저를 깊이 위로하고 쓰다듬으시는 따스한 손길을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제 마음이 제게 이루어진 일들에 대해서 깊이 이해했습니다.

지금 하느님과 함께 저의 역사가 시작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이전부터 오래도록 예수님과 함께 한 역사였다고 이해하고 받아들였어요.

이것이 기도를 통해서 저의 지난 역사가 예수님과 함께하는 긴 역사로 다시 재구성이 되는 것이었고, 그 재구성을 통해서 하게 되는 그 이해가 바로 저에 대한 친밀한 예수님의 사랑인 것이지요. 바로 이 일을 하시기 위해서 성령께서 저를 기다리신 것이죠. 사실 이 부분에서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고, 예수님께서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신다고

받아 들이기 어렵겠더라고 요.

여기서 저는 예수님과 온전한 화해를 체험해야

더 깊은 기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난 시간들 동안에 상처 받아서, 그때로부터 형성되었던,

말하자면 그 상처의 시간들 이후에 저를 지배했던, 분노들이 제 안에서 사라지고,

저는 차츰 저를 매이게 했던 악습들을 버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 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바로 제 삶을 바로잡으시고, 그리스도를 닮은 인격을 제 속에서 심어주시는 과정이 되겠지요. 이것이 주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온전한 치유가 되리라고 믿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들이 저를 사람들 속으로, 또 주님의 깊은 사랑 속으로 들어갈 마음자락을 갖게 해줬지요.

이런 체험들과 함께 기도가 진행되면서부터는 특히 예수님과의 관계가 곧 사람과 맺어지는 관계라는 것도 깨달아졌어요.

즉 제 안에서 관계가 생긴다는 것은, 기도를 통해서도 예수님과 맺어지지만

그와 함께 그 기도시간 동안에 하느님께서 제게 보내지는 사람들과도 부딪쳐서 뭔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었어요.

저의 뒤틀린 심성을 볼 수 있는 사람을 보내주시고, 그를 통해서 저를 지적하여 보게 하시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저의 인격을 키우십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참 많이 아픈 부분입니다. 얼마나 긴 시간 동안에 형성 되어 왔던 나입니까?

그런데 그게 아파서, 신경쓰기 싫어서, 하느님께서 보내지는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지나가게 했을 때에는 피할 수 없는 사람과 부딪치게 하셨는데, 그렇게 되면 그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주로 가족들로 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꼼짝없이 해야만 하게끔 오는 것이었죠. 한때 혼자서 기도하면서 사람과 부딪치지 않았던 저 같은 사람은 혼자인 시간만큼 이 부분이 머리 속으로만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가 한동안 그런 시기를 보냈으니까요.

이시기에 저는 머리 속으론 영성도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는 것이 이해되면 그것을 행할 힘이 있다고들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는 기도 속에선 제가 깨달은 것을 할 수 있었다고 믿은 사실들이

실제로 생활 속에서 사람과 부딪쳐지니 기도하기 전이나 기도한 후나

변하지 않는 저를 보았지요. 기도 속에서 저는 엄청난 발전을 하고 깨달았는데도, 저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이었지요, 생각만 변했고요 그 생각을 실천하는 것은 정말 다른 문제였었지요.

그래서 제가 믿음을 실천할 힘에 대해서 묵상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은 이해하고 받아들였는데 왜 몸은 따라주지 않을까?’

마음과 몸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몸이 따라주는 힘은 어떤 힘일까?’

바로 그 힘이, 제 경우에는 제게 보내주신 사람과의 사이에서 부딪쳐서

제 자신의 심장을 찢어서 마음의 범위를 넓혀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어렵게 알았어요.

그 마음의 범위가 생활 속에서 사람을 겪음으로써, 제 마음의 범위가 자라는 만큼

예수님과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제 인격 안에서 자라게 되는 것이라고 묵상했어요.

그리고 그 힘은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예수님께서 주시는 힘이었어요.

이렇게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자기를 희생하지 않는 영성은 모래성과 같다는 것을 체험했어요. 그 시기에 실제로 행할 힘이 없는 저의 모습이 모래성과 같았으니까요. 기도 속에서 깨달음은 그저 깨달음이었고요, 그 깨달음으로 인해서 제 스스로가 앞서서 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실제의 저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이렇게 저의 생각과 마음과 몸이 제각각 따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또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좀더 솔직하고 객관적인 눈으로 저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었지요.

그러니 조금씩 사실대로 보고 살려고 하게 되었지요.

이렇게 주님의 일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서 겪게 하셨어요..

사람을 통해서 겪을 때, 모두가 저를 겪으려고 온 것 같았지요,

그 겪음으로 인해서 제 심장이 찢어질 만큼 아플 때에, 저의 인격을 고치시고 힘주시지요. 지금도 여전히 저는 사람을 겪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저를 온전히 주님 앞에 내려놓는 그날까지 저는 이렇게 사람을 겪음으로 제 마음과 생각과 몸도 예수님을 입겠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그 힘으로 살겠지요.

이런 묵상과 생활을 통해서 더 이상 예수님은 제 기도 속에서만 계시지 않고요,

직접 제 생활 속으로 들어오신 것을 알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