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자기의 과정을 가다.

제 친구를 통해서 새 영세자를 만난적이 있어요.

예비자 교리를 배우면서부터 아침마다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자기를 깨우신다고요.

저에게 한번 만나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호기심이 많은 저는 그 자매를 만나보았지요.

우리의 관심은 그게 정말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 일까였지요. 저와 몇몇 친구들이 그 자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주변에서는 기도를 했어도 그런 일은 별로 들어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일주일에 걸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상한 것은 제가 그 자매에게 계속해서 공동체에 나가서 기도하고 자신의 은사를

다듬으라고 권유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왜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지 모두들 눈이 둥그래져서 저를 쏘아보곤 했지요.

‘아니, 그런 것들이 하느님 것이 아니라고 말해줘야지’ 하고요. 저는 확실하게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못하지요.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령께 청하면서 그 자매의 정신적인 어떤 부분들을 유심히 보도록 노력했지요. 그리고 그 자매를 놓고 열심히 기도했어요. 제 마음에는 그는 그렇게 자신의 과정을 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자기 안의 어떤 부분으로 인해서 그렇게 가야만 하는 그의 과정이 있다는 것이지요.

지금도 열심히 그렇게 자기 길을 가고 있지요.

어느 해에 어떤 사람이 집을 잘못 찾아왔어요.

저는 그가 직감으로 어느 교회의 지도자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차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하는 제 말에 그 분은 집 안으로 들어오셔서 자기의 상황을 이야기 하셨어요.

말인즉, ‘새로 들어온 신자가 신앙에 불이 붙어서 아예 살림을 미룬 체 교회에서 산다고 합니다. 날마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여기저기 모임에 다 들어가서 앉아있다고요. 온 교회 교인이 모두 다 불편해하고 힘들어 해서 오늘 자신이 그 자매의 남편을 찾아온 거라고 하네요. 교회에 그만 나와 주십사 하고요.’

저는 ‘그 교회가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교회인가 보다’고 웃었지요.

‘하느님의 현존을 강렬하게 체험한적이 있으시냐’고 여쭤보았더니, ‘그런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교회 안에는 지금껏 그렇게 불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없었냐고,

‘없어서 모두들 다 이해를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말씀을 전하세요????’

‘성경을 배워서 그 말씀을 전합니다.’라고 대답을 하시더군요. 왜 그 교회가 시끄러웠는지 짐작이 가더군요. 제가 순간 빠르게 저의 생각과 말을 성모님께 봉헌했습니다. 그리곤 제가 아는 부분을 설명했지요.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께 그런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불리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 사람 안에 그런 열정이 내재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엔 그렇게 열정을 쏟아내게 되요. 그러니 먼저 그 사람을 위해서 기도할 때에 주님의 이끄심이 있지요.

열심히 기도하다 보면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내 교회에 왜 보내셨을까를 하느님께 여쭤보게 될 것이고 그러면 그 사람이 우연히 그 교회에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테지요. 모두에게 뭔가 하느님의 일이 있을 거에요.

모두는 하느님 뜻을 알아가면서 어떤 길로 인도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시간을 통해서 그 사람도 함께 다듬어지겠지요. 그렇게 모두는 하느님 앞에 자기의 과정을 가게 될 거라고 봅니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간다 할지라도 그는 분명히 모두와 함께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지요. 먼저 그를 위해서 모두가 기도해 주시면 주님께서 같이 갈 과정을

좀 더 잘 열어주시지 않겠느냐고? 자기의 시간을 충분히 가야 하기 때문에 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그게 그 사람이 하느님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냐고,

그렇게 그와 부딪쳐서 가는 각 사람의 과정이 있는 거냐고’….그 분은 골똘히 생각하시면 이것 저것을 물어보시고는 감사하다고 가셨어요.

그 이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도 그 분이 그렇게 뜨거운 열정이 없이도,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해도 성서를 가르치시고,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계시는 것을 생각해볼 때에 그 모습이 바로 보통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묵상해봅니다.

저는 사실 어떤 과정을 직관적으로 느낄 때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실수들을 한 적이 있었어요. 어떤 과정이든지 각 사람은 그 과정 속에서 하느님과 함께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인데, 그 다음 길을 제가 좀 안다고 해서 성급하게 이것 저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들의 부끄러운 부분들을 끄집어서 보게 되고, 그런 부분들을 고치라고 조언을 한 것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되어서 남게 했는데, 돌아보면 모든 것은 시간이 흘러야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충분히 젖어 들어서 흘러 나오게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런 부분에서 어느 땐 제가 마치 하느님처럼 굴지 않았나를 더듬어봅니다.

저도 제 과정을 충실히 갈뿐인데 제가 좀더 안다고 잘난 체 한 것입니다.

지금도 많이 부끄러운 부분입니다.

기도해주고 조용히 기다려주면 주님께서 알아서 시간을 채우실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기다리는 일이 저에게는 지금도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