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친구 셋이서 영화구경을 다녀왔습니다.
NFL Football Playoff 시즌이 시작 되면서부터
주말마다 언니들 눈치 살피며 TV 앞에서 하루를 보내던 남편들에게
그래 오늘은 수퍼볼 경기 하는날, 마음 편하게 실컷 먹고 마시며 축구중계 보라고
피자와 핫윙, 활어회까지 준비해 주고 우리들은 '네브라스카,Nebraska' 로 가출을 했죠.
예상외로 극장에는 관객들이 많더군요
3월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네브라스카'는 아주 잘 만든 블랙코메디,
극장 건너편 Urth Cafe에서 먹고 마신 커피와 케익처럼
맛과 질감이 뛰어난 영화였습니다.
네브라스카 링컨에 있는 잡지구독을 대행하는 엉터리 광고회사로 부터
100만 달러 Cash경품에 당첨되었다는 편지를 받은 노인은
그 돈을 찾으러 간다며 기회만 되면 집을 나섭니다.
백만달러 경품따위는 없다고, 다 거짓이라고 설명하는 가족들의 말을 믿지않고
자동차는 커녕 버스비조차 없어 보이는 노인의 계속되는 가출에 지친
아내는 잔소리를 넘어 악다구니 저주를 퍼붓고
큰 아들은 아버지를 양로원에 보내 버리자고 하지만
심성이 여리고 착한 막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떠납니다.
몬타나에서 네브라스카까지의 그 황량한 겨울 벌판을...
이미 영화를 본 분들도 있고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들었던 생각을 적어봅니다.
왜 많은 가족들이 서로 사랑한다면서 매일 으르렁 대며 싸우고
다시는 보지 않는다 맹세하고 , 또 얼마 지나지나면 그리워하기 시작하고
그랙서 또 만나고 - 싸우기를 반복하는 것일까요
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모, 골치거리 언니동생들을
원망하거나 부끄러워 해 본적이 없으신지요,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 저는 30대까지 그랬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불쑥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살면서 힘든 모든 문제의 원인이 식구들에게 있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식구들을 위해 늘 희생하고 있다고,
그렇게 바보처럼 생각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지켜 봐 주던 가족들
마지막에도 돌아 갈 수 있는곳이 결국은 가족뿐인데..
늙음과 죽음의 문제도 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사람들의 나라 '럭낵'에서는
죽진 않지만 계속 늙어가다가 팔십살 정도 되면 잉여인간이 되어
유산처럼 가진것이 다 넘어가고 최소한의 생계비가 지급되는등.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없다고 하지만
크게 부러워 할 것이 없지요
건강한 젊음과 부귀영화를 누리며 영생을 한다면 모를까..
우리에게도 기적이 일어나 영원히 죽지 않는다 할때
마음 먹기에 따라 신진대사 기능은 점점 떨어져 몸은 힘들고 약해지지만
너그러움과 배려, 웃음이 가득한
품위있는 노인으로 살아 가는 이도 있을 것이고
세월과 함께 늘어나는 주름과 노여움, 심술, 탐욕에 자신을 한탄하며
"죽을 수 없기 때문에 죽을 만큼 괴로워하는" 노인도 있겠지요.
오늘 아침 다녀온 24HRS Fitness입구 게시판에 이렇게 써있더군요
Dream without a plan is just a Wish
말이 쉽지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원칙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노후를 준비하고 계십니까?
오래전 읽은 가수 이적의 어머니가 쓰신 책에서
'노전'이라는 말이 없듯이 '노후' 도 없다, 주눅들지 말자, 뭐 그런뜻의 말을 하셨지만
영화 내용도 그렇고 부모님이나 주위의 어르신들을 돌아보면
세월과 함께 찾아 올 많은 변화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품위(?)없는 노인의 모습을 초절정 연기한 77세의 멋진 배우
브르스 던(Bruce Dern)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많은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습니다.
** Super Bowl 후기
하이네켄 12병, 참이슬 2병, 피노누와 와인2병, 합계 16병의 흔적을 남긴
남자 네명은 언니들의 잔소리와 도움을 받으며 돌아갔고
울 남편은 월요일에 출근 못했구요 ..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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