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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친절한 미술관

다림질하는 여인-에드가 드가 줄리아 리 (victoria808) 2015-6-1  15:03:11

 Edgar Degas

A woman ironing

1869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 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프랑스 문학가 에밀 졸라의「목로주점」은 부르주아들이 근대의 풍요에 취해 흥청거릴 때 그 반대편에서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소설 속 여주인공 제르베즈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절규했다. 그녀는 파리의 가난한 세탁부였다. 성녀도 창녀도 아닌 그저 불운한 삶을 타고난 평범한 여인. 그녀는 매일 죽도록 다림질을 했지만 결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비참하게 죽었다.

한 여인이 문득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본다. 지친 표정과 초점 없는 눈동자, 굽어 있는 어깨가 고된 그녀의 삶을 짐작게 한다. 그녀도 제르베즈처럼 세탁부다. 자신은 절대로 사 입을 수 없는 옷을, 그 거친 손으로 쉼없이 빨고 다리는 중이었다.당시 세탁부의 삶은 고되고 비참했다. 많은 이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혹한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세탁실 내부의 온도는 살인적이었는데 옷을 삶기 위한 거대한 솥이 하루 종일 펄펄 끓었기 때문이었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수증기와 독한 표백제로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일을 해야 했다. 이들 대부분은 보통 시골에서 올라온 1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다.

부르주아들의 옷이 화려해질수록 그녀들의 삶은 노동의 무게에 짓눌려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세탁부들의 고된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남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이들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뿐이었다. 그림 속 여인의 옷차림을 보자. 속히 훤히 비치는 속옷 차림이다. 목 부분은 축 늘어져 있고 돌돌 말아 올린 소매 역시 흘러 내린지 오래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뺨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다. 남자들은 무방비로 드러난 여인의 맨살을 훔쳐 보기 위해 할 일 없이 세탁소 앞을 서성거리곤 했으며 무용수나 카바레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손쉬운 매춘 상대로 생각했다. 세탁부들 역시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팔았다.

파리의 관찰자였던 드가는 때로는 부드러운 눈길로 때로는 경멸의 눈길로 당시의 삶을 꼼꼼히 그림으로 남겼다. 1860년대 후반부터 드가는 다림질을 하고 청소를 하거나 일에 지쳐 하품을 하는 등 노동자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그 모습을 드가는 무심하게 그려나갔다. 그에게 이들은 경마장의 말이나 무용수와 같이 단순히 그리기 위한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서 현실을 더 냉정히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난도 미화도 없이 있는 그대로. ​그래서일까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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