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금동이는 늘 내가 먼저였다.(엄마가 가장 섭섭해 하는 부분이다. 금동이는 내가 자신을 구해줬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녀석은 매일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퇴근하는 나를 기다렸다. 그리곤 문을 열기가 무섭게 푸다닥 달려 나와 꼬리가 빠지도록 흔들며 나를 반겼다. 아침이 되면 금동이는 내 뺨과 목 사이에 턱을 받치고 게으른 주인이 빨리 일어나길 잠자코 기다렸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내 배를 바라보며, 지겨운지 가끔 한숨도 내쉬며.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녀석을 쓰다듬으면 발라당 누워 배를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금동이는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는 유일한 존재였다. 녀석은 내가 잘못을 해도 비난하지 않았고 반복되는 넋두리에 싫증을 내지도 않았으며 평범하고 때로는 무심한 주인에게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는 순간에도 녀석은 내 곁에 있었다. 크고 작은 삶의 고비에서 좌절할 때, 사람들의 날카로운 말과 행동에 이곳저곳 베이고 다쳐 아파할 때, 일상의 권태가 찾아왔을 때 온몸으로 나를 위로해준 것도 녀석이었다. 덕분에 난 힘든 시간들을 비교적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결혼을 했고 어쩌다보니 먼 미국까지 오게 되었다. 금동이는 함께 오지 못했다. 내가 전화를 하면 엄마는 꼭 금동이를 바꿔준다. “금동아~ 금동아~” 내 목소리를 듣고 낑낑 거리며 반응하는 녀석이 너무 그립고 또 미안하다. 우리는 아마도 가을쯤 다시 만나게 될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동물이 감정이 없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나는 강아지 혹은 고양이와 한 달만 함께 지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단 일주일만이라도. 그렇게 눈을 맞추고, 체온을 나누다 보면 문득 이 털 뭉치들이 인간만큼이나 위로가 되는,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모든 걸 다 설명해 줄 때가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이 다정한 작품은 영국 화가 브리튼 리비에르의 대표작 <교감>이다. 계단 구석에 뾰로통 화가 난 소녀가 앉아 있다. 이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은 밀리센트, 화가의 딸이다. 그 옆으로 그레이하운드 한 마리가 기대어 앉아 있다. 강아지의 표정은 짐짓 심각하다. 녀석은 어린 주인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살짝 올린 채 걱정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개를 키워본 사람은 알 것이다. 저 단순한 행동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리비에르의 뛰어난 재능은 작은 화폭 안에 놀라운 솜씨로 나타난다. 화가의 탁월한 붓놀림은 사소한 디테일도 정확하게 옮겨 놓았는데 매끈하고 윤기 나는 털과 도톰한 발바닥, 코 옆에 난 작은 점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PS. 금동이 사진 함께 올려요. 저희집에 온 지 2~3일 정도 되었을 때 같아요.

      자이~자이~자식아~ 애처로운 눈빛은 다 연기였던거니? 뭐 이리 시크해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