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정보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보안을위해 재로그인해주십시오.

줄리아의 친절한 미술관

나의 단골 카페 줄리아 리 (victoria808) 2014-4-2  06:35:41

William Henry Margetson

Afternoon Tea

 

 

오늘은 햇살이 참 따뜻하네요. 어쩐지 집에 있기 억울함 맘이 들어 다운타운 근처 빅토리아 시대의 구시가지 골목길을 산책했습니다. 빵집 하나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마침 주인이 빵을 굽고 있네요. 향긋한 버터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안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다 발길을 돌렸습니다. 두 개 밖에 없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을 용기가 안났거든요. 결국 저는 오늘도 늘 가던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인아줌마의 이름을 딴 ‘재키의 케이크’. 독특한 외관과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 레시피로 주말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지요. 아줌마와 할머니 그 사이쯤으로 보이는 재키는 넉넉한 뱃살만큼 인상도 좋은 전형적인 중년의 미국 여성입니다. 그녀는 가끔 혼자 오는 동양 여자를 잊지 않고, 제가 갈 때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하이톤의 명랑한 목소리로 ‘Hi, Sweetie!'를 외친답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주문을 받습니다. 부족한 제 영어실력을 잘 알기 때문이죠. 일부러 또박또박 말해주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가게 분위기는 참 포근합니다. 파이 향과 커피 향이 코를 간질거리고 느린 템포의 보사노바 음악이 나지막이 들려오는 곳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레몬머랭 파이와 얼 그레이를 주문했습니다. 파이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얹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래야 더 맛있거든요. 상큼한 레몬 향과 버터의 고소한 냄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파이를 한 입 베어 물면 겉이 바사삭 부서지면서 파이 속 새콤달콤한 레몬필링이 막 세어 나옵니다. 진짜 끝내줘요. 하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파이 위에 올려 사르르 녹기를 기다렸다가 먹어야 최고라고 할 수 있지요. 여기에 은은한 차 한 잔을 더하면 행복이 별거냐 싶은 생각도 들어요.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긴 오후 햇살에 달콤한 파이까지 더하니 나른해지네요. 슬슬 해가 집니다. 

 

 

영국 화가 윌리엄 헨리 마겟슨(William Henry Margetson 1861~1940)의 <에프터눈 티>는 평화로운 오늘과 참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창문을 통해 햇살이 흘러 들어오는 오후의 한 카페,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맑은 피부에 수줍은 듯 발그레한 볼, 미소를 머금은 입매가 참 매력적인 여인입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모자는 언 듯 소박해보이지만 우아한 손짓과 표정에서 상류 사회 여인의 기품이 느껴집니다. 오후의 햇살, 바람이 불때마다 꽃잎이 나풀거리는 꽃무늬 커튼, 고풍스러운 찻잔, 로맨틱한 화병, 사랑스러운 화이트 테이블보 이 모든 것들이 여인을 더 빛내주고 있습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과 은은한 빛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드는 아름다운 그림이었습니다.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