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들어서니 진한 깻잎향이 무척이나 기분 좋다.

야생 깻잎이라 그런지 좀 억세긴 해도 그만큼 향도 더 진하고, 색깔도 진해, 웬지 더 효과도 좋을 것 같은 믿음도 들고....ㅎㅎ

아는 분 중에, 산 속에 사시는 분이 계시는데, 내가 하도 좋아하니까 매년 이렇게, 일부러 뜯어다 주신다.

'맨날 얻어 먹을 일이 아니라, 아예 날 잡아, 소풍 갈까? 죽순이며 더덕, 곰취도 많다던데... 뜯으러 갈까?'

하면서도 뭐가 그렇게 바쁜지...

결국 못가고, 집에 앉아서 해마다 뜯어다 주시는 자연의 풍미를 맘껏 누리니, 참 내가, 인덕이 많은 듯 하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 난 우리 식구들이 만족해 하는 내 비법 중에 하나가 모밀 국수용 소스다.

어떻게 달이든 (나는 주로 먹고 남은 각종 야채며 과일 꼬다리들을 때려 넣고 달인다.^^) 반드시 빠지지 않고 마지막에 왕창 재워 놓는비밀의 양념이 바로, 이 깻잎이다.^^

무우도 싱싱할때 좋은 걸로 사서, 하나 하나 꼼꼼히 랩핑한다음 , 소포 오면 남는 버블 랩 같은 걸로 한겹 씩 더 싸고, 마지막으로 빛이 통과하지 않는 봉투에 꼭꼭 싸서 품목, 날짜를 적어 냉장고 야채칸에두면 두달, 석달이 지나도 항상 싱싱한 체 있으니, 

무우 즙, 파 쭁쭁, 채로 자른 김(이것도 시간 나면 하루, 마른 김 왕창 구워, 가늘게 채로 잘라 냉동실에 넣어둔다), 거기다 사라의 비법 메밀 국수 소스까지.....,

매년 여름 , 남편 쪽 짝퉁 시댁(우리 남편은 조금 친해만 지면 죄다 형, 동생 해서 내 시댁 식구를 만들어 버리는 기술이 있다.^^)들이, 입맛 버려서 담부턴 음식점에서 사먹지를 못하겠다고 원망?을 하게 되는 마력의 메밀 국수 한상차림이 나온다.

뭐~ 보면, 술 자리 에서 사귄 사람들이라 그런가, 도대체 따뜻한 밥 제대로 얻어먹고 다니는 사람들이 드문 눈치니, 집에서 입맛 맞춰 끓여 주는 따땃한 밥이 뭔들 안 맛있을 까마는, 야생 깻잎 꽉 꽉 재워 넣어서, 1년이상 김치 냉장고에서 숙성 시킨, 은은한 깻잎 향이 감도는 양념장에다, 강판에 갈은 무즙 듬뿍  섞어 나가는 시원한 메밀 국수 한상은, 내가 먹어봐도, 맛있긴 정말 맛있다.

거기다 얼갈이 배추 깻잎 물김치, 직접 농사 지은 아삭이 고추, 깻잎 쌈, 깻임 절임, 깻임 무침까지...^^

사라가 이렇게 깻잎 사랑을 하게 된 건, 몇년 전 한 방송 때문이었다. 

한 참 전, '옥수수의 습격' 이란,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한 방송에서,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의 고기나 우유, 그 우유로 만든 버터의 중요성을 팍팍 강조한 적이 있었다.

과학적인 설명으로는 사람의 몸을 이루는 중요한 지방산 중에 오메가 3와 오메가 6라는 필수 성분이 있는데, 이 둘의 비율이 1:4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이 비율이 1:20 정도로 너무 차이가 나서 살이 찌고 각종 염증성 질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지방은 사실 몸의 면역을 키우며 에너지를 더해줄 요소로 없으면 안되는 필수 성분이지만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심장병등의 원인이 된단다. 

그러니 그런 문제를 없애면서 지방의 효능을 제대로 얻으려면 성장 호르몬과 유전자 조작을 한 옥수수를 사료로 한 고기를 먹으면 안되고 풀을 먹인 동물의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한편으론 오메가 3가 많이 함유된 생선을 주식으로 하는 에스키모인들은 심장병 발생율이 현저히 낮다는 각종 통계가 줄줄이 이어지며, 그전까지는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기억에도 없던 오메가 3 함유 식품이라는 단어는 이름에 걸맞게 메가톤급 충격으로 건강 식품 업계를 휩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송은 몇가지 모순점이 있었다.

우선, 첫째는 유전자 조작을 한 옥수수 사료를 먹인 동물 고기가 원인이라고 하기엔, 밥이 주식인 아시아 인들도 비슷한 비율(1:20)인 이유를 설명하기엔 , 당위성이 좀 떨어진다.

두번째는 실험군의 선택이 너무 즉흥적이고 인위적이라는 점이었다. 

원래 뭐든 비교를 위한 실험군의 선택은 동일한 환경, 동일한 조건에서 오직 실험을 위한 조건 하나만 달라야 표본군의 자격이 되는 건데 방송에서 오메가 3 포함 식품, 즉 풀을 키운 소의 우유를 만든 버터를 먹기 시작하면서 살이 빠졌다는 사람들의 증언이나, 의사들의 확인은 처음부터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 결론을 맞다고 주장 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론을 찾아 내는게 아니라 결론으로 몰아 가는 모습이 다분했던 것이다.

세번째는 과연, 먹거리에 하나 하나의 성분에 신경을 쓰며,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다른 것은 다 놔두고 오직 그것 하나만 바꿨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확인 같은 건 아예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인터뷰 중간 중간의 내용으로 짐작해 보면 오메가 3요법은 아주 사소한 부분일 뿐, 참가자들은 거의 기본 주식의 변화에다, 운동, 의학적 도움에 이르기 까지, 각종 다양한 다른 방법에도 익숙해 보이는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나 문자로 활자화 되면 왠지 신뢰가 가는, ‘ 방송의 마력' 에 기대어, 고기나 기름을 맘껏 먹으면서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내 맘데로 해석한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오메가 3교의 신자가 되기로 작정하고 , 그날부터, 우리 집 냉장고는 풀 먹인 소의 고기며 우유, 그리고 그 우유로 만든 버터 같은 것들로 채워지기 시작 했다. 

그것도 미국사람들처럼 고기가 주식은 아니기에 오메가 3캡슐까지 더해서 먹으면서.....

한데, 심해 바다에서 채취한 ..... 어쩌고는 한 달쯤 지나니, 트림을 하는데 생선 냄새가 올라온다고 식구들이 난리가 났다.

그래서 찾은 플랙시드라나 차이아라나 하는 식물성 기름은 느끼느끼 .... 

일부러 따로 먹자니 먹을 때마다 고역이고....

더구나, 우리 식구들은 입맛이 까다로와 아무리 몸에 좋아도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지 않으면 절대로 안 먹으니, 그 모든 까다로운 조건도 만족시키면서 효과까지 좋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오메가 3를 찾아서 인터넷을 뒤지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오메가 3로 통칭되지만 동물이나 생선에서 얻는 것은 EPA(Eicosapentaenoic Acid)나 DHE(Docosahexaenoic acid), 식물에서 얻는 것은 ALA(알파 리놀레산) 성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사는 곳은 미국이니 아무래도 미국 사이트를 둘러 봐야 할 듯 싶어 아예 영어 사전까지 갖다 놓고 영어 공부 겸 독해까지 해 가며 영어로 인터넷 서치를 하다가, 어떤 미국 의사의 사이트에서 본, 

 {아주 우수한 양질의 오메가 3 공급원인데 너무 특별한 기름이라,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서 주문해야 하며, 그것도 여름 석달간만 구할 수 있고, 한번에 한달치씩만 주문을 받을거며, 제품을 받은 후엔 무조건 냉암소에 보관해야 하고(얼리면 안된다), 세상 없어도 한달 안에 다 복용 해야 한다. 그래도 알파리놀레산 함유량이나 순도는 어떤 식물보다 더 뛰어나니 주문할 사람은 해라. 값은 한달치 135불이다.}                                                                                                                                                                                  라는 광고겸 보고서를 발견, 뭣 보다 그 극찬에 가까운 뛰어난 효능과 그와 어울림직한, 그러나 사악한 가격 때문에 호기심 반, 미련반으로 얻어 낸 정보가 있었다.

공급원의 학명인 Perilla frutescens를 힌트로,몇시간, 끙끙대며 알아낸 이 기적의 오메가 3의 정체는? 맙소사~ 들깨의 기름이란다.      결국 그 최고의 오메가 3 공급원은 다름아닌 들기름인거였다.                             

들기름은 사실, 너무 쉽게 산패하고, 상한 들기름은 엄청난 독성을 가지게 되서, 아무리 캡슐에 넣고 안전 처리를 해도 건강 식품으로는 유통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그 의사가 이 좋은 걸 왜 대중화 할 수 없는지, 자세히 써 놓아서....)    

그 의사는 더해서, 최고의 건강 식품은 몸에 무리 없이 흡수 되며 누적되지 않아야 하는데, 들기름은 그 모든 조건도 훌륭히 만족 시킨다며 , 들기름 예찬을 잔뜩 써 놓고는 그런데, 이 귀한 기름을 구하는게 너무 어려워서 가격도 비싸고 공급기간의 제한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행운의 파랑새를 찾아 다니다 끝내 못 찾고 돌아오니 우리 집 새장에 있더라... 랄까? 그 후, 사시사철 각종 반찬을 깻잎과 들깨, 들기름으로 밥상을 도배하는 걸로 (가끔 연어요리는 보너스다) 오메가 3문제는 가뿐히 해결한 후, 그때부터 나는 각종 건강 식품을, 학명으로 찾아서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품으로 대체하는데 눈을 뜨게 된 것 같다.

몇년전부터 건강 식품 마켓에 가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구지베리도 우리 시골 논, 밭에서 지천으로 자라던 구기자고, 들판 길가에서 아무렇게나 발에 밟히던 민들레, 질경이, 비단풀들도 그렇고 밀크씨슬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리니 꽤 있어 보이는 엉겅퀴까지...

그야말로, 우리 애들이 거드는 말대로 잡초가 약초다.^^                                                                                                              

어쩌면, 밟아도 밟아도 새로 나는 그 강인한 생명력이 약이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