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오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많다.

궁금한 것도 많다.

그리고 

걱정도 많다.

그러나 그런 개개인의 복잡다양하고 구구절절한

사연들의 결론은

결국

“내 /그/그녀/애들…사주가 복 있을 까요?”

하는 질문들로 끝난다.

그럼 그 때부터 사주 보는 건  두번째고

각양각색 내 고객들의

눈 높이에 맞춘 단어를 셋팅하느라

내 머리 속은 바빠진다.

우선

그네들이 말하는 복 있음과

내가 보는 복 있음과

사주에 나타나는 복(이라 할 수 있는) 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단어의 정의를 확실히 해 둬야 하고

“나쁜 것도 다 솔직히 말해 주세요.”

하는 고객일 수록

그/그녀들의 마음의  강도와

부정적 단어에의 면역성도 따져가며

말해줄 것과

말하지 말 것과

암시로만 끝낼 것 등등을 가리느라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그 순간에도 혹여  내 앞의 손님이 내 침묵을 나쁜 징조의 숨김으로 읽을까봐 입은 끊임없이 움직여 줘야 하니

아무말 대 잔치가 될까봐

조심을 하고 또 한다.

그럴때면 차라리 신 받아서 점을 본다는 무속인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내 주변 무속인들의

맑은 영(그래야 신점을 잘 볼 수 있단다)을 유지하기 위한

금욕과 절제의 삶을 보면

그것도 아무나 못할 일이라 생각하니

나한테는

사주 상담이라 해 놓고

그야말로 상담만 해 주는 (인생 상담? =수다? =스몰 토크? ㅎㅎ)

지금의 느긋함이  가장 내 성격에 맞는 것 같긴 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또 뭉뚱그리기를 잘 하는 것 같다.

그게 또

요기 조금 조기 조금 삐죽 삐죽 튀어나온 것은 있어도

본판, 원 줄기를 찾아서

중심을 잡아 놓고

조금씩 바뀌는 다양성을 짚어주며 

삶의 고단 함을 달래주는데 장점이 되곤 한다.

그런 내 기준으론

집 한채, 차 한대, 급할 때 내 편이 되어 줄

사람 한,두명(주로 가족이지만 뭐 친구도 애인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렇게만  있으면

일단 좋은 사주고

비 바람 눈비 막아 줄 지붕 아래서 자고 깨고

때 되면 바깥 구경이 든 일이든 나갈 꺼리 있고

배고플 때 끼니거리 요기 할 수 있는 팔자면

좋은 사주같은데

아무리 잘 차려 입고 걱정 근심 없어 보이는 사람도

일단 내게 오면

인생이 녹록치가 않은 분들 투성이다.

하기야 아무 근심 걱정 없는데

뭐하러 사주 상담을 하러 올까?

그런데 또

나는 얼마든지 

지금 그들보다 어려운 속에서

하루 하루를 그야말로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알고 있기에(사주 상담으로…)

그 모든 어려움도

뭉뚱그려 단순화 시켜 버리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나하고 인연 닿는 사람들은

(비록 내 집이든 남의 집 렌트 든 )집 한채,

(할부가 끝났든 , 지금 내고 있는 중이든)차 한대들은

가지고 있고

먼길 떠날 때

뒤를 부탁할  사람들 두엇은 있는 사람들이니

그야 말로 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내 결론에 

고개를 끄덕 거려 줄 수 있는 

고마운 분들이고...

(엉터리  사주 풀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니...^^)

 

따지고, 

기억하고…

그런 걸 잘 못하는 나는

생일도 그냥  봄 날,

좋은 날

하루 날 잡아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며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있으면

그게 거한 생일 상 차림이었었는데,

올해는

생일 날 자정부터 

설날 신년 카운트 다운 하 듯

카톡에 ,메세지에 페이스 북에…

축하 인사가 쏟아지더니

남으로 만났지만

친 동생보다 더 살갑게 나를 챙겨 주는

동생네  부부와 맛있는 저녁까지 먹고

집에와 느긋이 앉아 있으니

누가 내 올해 운수가 안 좋다 했는지…?

(실제로는  내 10년 대운이 안 좋은 운인 중….)

사주를 본다는 것에 회의가 들 지경이다.

그래서 일까?

사주를 상담하는 햇수가 길면 길어 질 수록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나는 점점

“뭣이 중한 디?” 가 되어 가고 있다.

내 사주가 복 있는 사주인지 궁금하다면

“지금 행복하기”를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걱정하느라 미리 살아 버린) 미래도 말고

(후회하느라 아직도 살고 있는) 과거도 말고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지...

오늘의 결론은 

"나는 지금 행복하다.

고로 나는 복 받은 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