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자동차 도로엔
안개가 자욱
한치앞도 안 보일정도로 . . .
그대여
살아가면서
이른 아침 안개속을 걸어간 적 있었는가?
난
처음이라네.
이런 환상적인
아름다운 안개속을 걸어가는 건 . . . . .
올레이로아 마을을 떠나며
순례길 46일차
이번 숙소는
순례여정중 만난 숙소중 2번째로 최악
일단 화장실과 세면장이
아주 처참.
사진으로 찍어두었지만
차마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최악.
샤워장 물 역시
온수가 아닌
냉수로 나오는 바람에
샤워와 삼푸를 대충
아무리 하룻밤 손님이라 할지라도
청소하지 않은 채
대충 영업을 할 수가 있을까?
간밤에 잠도 제대로 숙면하지 못하고
어서 새벽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보니
창밖이 조금씩 밝아져온다.
날이 조금씩 밝아보자
숙소 주변을 돌아보면서 . . .
허스름한 창고앞에
밤새 걸려져있는
빨래가 보이고 . . . .
저 콘테이너 박스안에서
하룻밤 지냈다니?
왼쪽의 하얀문이 샤워장인데
두번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없슴.
만약 이 곳을 지나갈 순례자가 있다면
도시락 싸 다니면서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은 곳.
아니~
내가 말리지 않아도
똑똑한 사람들은 이미 알았을 듯
나만 몰랐지~
에궁~
고양이 세수와 양치를 하고
배낭을 챙겨 숙소를 떠난다.
오늘 일정은
올베이로아 마을부터
바다가 보이는 묵시야까지.
그 거리가
어제 걸었던만큼이나 멀어서
오늘 여정 역시 만만찮을 듯 ~
아침 7시
자동차 도로엔
안개가 자욱
정말 한치앞도 안 보일정도로 . . .
그대여
살아가면서
이른 아침 안개속을 걸어간 적 있었는가?
있었다면
손가락 몇개 접을 수 있을만큼
안개 길을 걸었는가?
난
처음이라네.
이런 환상적인
아름다운 안개속을 걸어가는 건 ~
안개를 배경으로 길가에 있는
낡은 집 한 채
이처럼 몽환적인 풍경이 있을까?
아
좋다!
한발 걸으면
다시 새롭게 길이 보이고
또 얼마큼 걸으며
그만큼만 보여주는 세상이라니!
거대한 들판의 옥수수농장
내 눈엔 라스베가스 가면서 보았던
사막의 신기루 같은 느낌!!!
스페인 한적한 시골의 벌판에서
라스베가스 사막의 신기루를 연상을?
한참을 걸어도 끝이 나지 않는 옥수수 농장
그 농장 한 가운데
뽀족한 무언가 보인다?
저 땅이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면
인디언 특유의 깃발이 나부끼는
깃대라 생각될 정도로
무언가 특별한 형상
여기가 어느만큼인지
어느 길인지 잘 모르지만
길따라 걷는다.
싸늘한 아침공기를 흡입하면서 . . . . .
보일 듯 말 듯 한
저 너머의 두 그루의 나무들
나는 안다.
실루엣처럼 보이는 저 나무들의 형체도
곧 나타나리라는 것을.
시간이라는
무서운 손이
안개 커텐을 걷을것이기에 . . .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찰라 라고 하였던 것일거라고 . . . .
저 멀리 밭길속에
순례자 비석이 보인다.
그 아래 노랑 야생화들이 가득하고 . . . .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어이하여
이리도 촉촉하게 아름다울까~!
어느 만큼에
운무속에서 빛을 발하는
태양이 보인다.
저 위대한 태양마저도
아침안개앞에서는
꼼짝을 못하는구나?!!
태양이 세상을 비추지 못하도록
그 빛을 막아버리는
아침안개의 위력이라니!!!
끝없이 펼쳐지는 자동차 길
만약에 한 낮에 걸었다면
이토록 신기한 자연의 변화를 못 느꼈을텐데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길
이 길위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만의 포퍼먼스를 한다해도
그 누가 볼 사람도 없을 듯한
적막하면서
산뜻한
나만의 아침행진 ~
조금씩
운무가 걷혀지는 듯?
저 멀리 집들의 지붕이
어렴풋이 보이는 걸 보니~?
고개길을 오르는 중에
바로 눈에 보이는 사람들
엄마와 아들일까?
할머니와 손주일까?
언젠가 엄마가 나이 들어 보여
할머니인가 했다가
눈총맞은 적이 있는지라 . . .
여기 스페인 사람들은
분명 동양인 사람들에 비해
같은 나이 연대임에도
더 많이 보이는 경향?
두 사람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달려온다.
잠시 후
그들의 뒤로 나타나는 버스 한대
두 사람은 동시에 버스를 바라보더니
더 빨리 뛰기 시작
버스는 정지하고
두 사람은 더욱 빠르게 달리고 . . .
열려지는 문속으로
아이는 들어가고 . . .
혼자 남은 엄마는
흐뭇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 . . .
그래
이게 사람살아가는
일상이거야.
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걸
길위의 나그네는
깨닫고
또 깨닫고 . . . .
한참을 걸은 후
드디어 나타난
올베이로아 마을 이름
어제 내가 머물렸던 그 곳은
올베이로아가 아닌
다른 마을이었다는 걸.......?
그 올베이로아 라고 적힌 곳에서
바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걷는다.
잠시 후
눈에 보이는 카페와 호스텔 건물들
여기가 순례자들이
정식으로 머물고 쉬는 숙소들이 모여 있었다니?
그러나
난 어제 여기까지 오려면
5킬로를 더 걸어야했고
그 5킬로는 내 걸음으로는
한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시간이기에
한밤중에 도착하였을 뻔~
카페에 들어가
카페 콘 라떼 한잔 주문하고
토스트 빵도 곁들여 아침식사를 대신 . . .
카페 벽에 붙여져 있던
올레이로아에서부터 묵시야까지의 여정이 있는
상세한 지도
오늘의 목적지
묵시아까지 32.5 킬로?
휴~
산티아고까지 걸을 때는
20킬로미터가 그날 하루의 적정한 거리였는데
웬지 빡 센?
간단한 아침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길을 떠나기 위해 카페밖으로 나오니
세 여인들이 완전무장을 하며
누군가 기다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지나가면서
당신들 이 곳에서 묵었냐고 하니
그렇다.... 고.
건물들을 가만히 보니
참으로 크고 방도 널널하고......^^
카페를 떠나기 전
어제 길에서 만났던
그리고 바로 스쳐갔던
체코 국기를 달고 걷는 두 사람들
또 만난다.
이제 아침 9시도 안 된 시간인데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은채로.
그래서 왜 얼굴이 젖었냐고 물으니
새벽 5시에
어느 마을에서부터 걸었다고?
자신들은 이 곳에서 머물지 아니하고
어제 내가 잠시 쉬었던 그 카페의 알베르게에서
쉬었다고........
아,
그랬었군요....?
올베이로아 마을을 빠져 나가는 중에
벽에 걸어져 있는 그림 1.
무얼 의미하는걸까?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확대한 모습
이 그림과
이 길을 지나는 순례자와
어떤 연관이 있는거지?
벽에 걸어진 그림 2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그림일텐데 . . . ?
아기자기하게 생긴
숲속의 오솔길
그 길을 통과하는 순간
올베이로아 마을과는
굿바이 . . . .
그 숲속 터널을 통과하니
탁 트인 산으로 가는 길이 반겨준다.
길엔 작은 자갈들이 깔려있어
조심조심 걸어야 하지만
산으로 올라가는 언덕임에도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먼지 하나 없는 청정함의 세계로 걷는 발걸음이
피곤함을 잊게하는 상쾌한 오름길
산길 양쪽으로
보라색 꽃과 노랑색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말 그대로
꽃길을 걷는다.
점점 높아지는 고도의 산길
나는 지금 서쪽으로
걸어가고 있는것일까?
방향감각을 모르는 방향치인지라
그저 노랑화살표에만 의지하고 걷다보니 . . . .
산 중턱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보니
산 아래에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게 보인다.
그 계곡물을 따라 가 보니
호수가 있고.....
호수의 물빛이 저토록
검푸를 수 있을까?
어린시절
산속의 호수로 물고기 잡으러 다녔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조그만 송사리부터
붕어, 심지어 메기까지 잡아서
매운탕 요리 해서 먹곤 하였었는데?
저 호수 아래엔
어떤 물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물이 너무도 맑아~
걷는 발걸음 잠시 멈추고
눈을 한바퀴 돌아서 보니
부드러운 산의 능선들
산 아래 마을에서부터
벌써 산 중턱까지 걷고 있다니?
어느 새 꽃길은 사라지고
자갈들이 무수하기 많은 산길
길 한켠엔 가드라인이 설치되지 않아서
잘못 걷다가 미끄러지면
그대로 굴러서 산 아래 호수로 빠질 수 있을 듯?
산길 끝에
다리가 보이고
길은 왼쪽으로 이어지고 . . . .
다리를 건너면서
아래를 바라보니
고여있는 물임에도
어찌나 맑던지~
명. 경. 지. 수
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날만큼
투명한 계곡의 물
다리를 건너면서
바로 이어지는
자갈언덕길
어제의 넘어짐을 생각하며
조심
조심 . . .
친절한
노랑화살표의 인사
저쪽으로 곧장 가라는 듯~
연두와 노랑이 가득한
예쁜 산속의 길
계속 오르막을 걷다보니
어느 새
땀이 흠뻑~
앞만보고 걷다
눈을 들어보니
산길 끝에 나타난 카페모습
순간
어?
전혀 생각지 못한 풍경에
마술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 같은
놀라운 마음!
어찌 산길끝에
성 같은 건물이 보이고
카페가 있을수가 있지?
의아함과
반가운 마음
카페에 들려
숨도 가다듬고
쉬었다 가야지 ~
올베이로아 마을에서
묵시아를 가는 중에
순례길 46일차
6/4/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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