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시간.

이 곳에서는 거의 순례자들이므로

밤 9시에 제공되는 일반인 식사가 아니라

저녁 7시 30분부터 제공되기에

출출한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동네사람들이 저녁시간에

카페에 들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며 . . .

이 마을은

무언가 독특해~

늦은 오후 6시

가벼운 옷차림과 슬리퍼를 신고

동네 한바퀴를 시작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십자가는

다른 마을처럼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오는 순례자를 맞이하 듯

바로 보이게 서 있고 . . .

멀리서 보았던

산타 마리아 성당을 가까이 다가 가서 본다.

건물 한켠이 허물어져 가고 있고

성당의 창문들은 이미 부서진 지 오래 되었는지

벽엔 구멍만 훵 하다.

성당 입구의 문은 굳게 잠겨 있고

현관앞엔 잡풀들로 무성하다.

그럼에도 이 성당을 그대로 보존하며

저 멀리에서부터 이 마을을 향해 들어오는 순례자들에게

등대와 같이

희망의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게 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잘 하는 것 같다.

내가 그 경험을 하였으니까....

다리가 아파서 힘이 빠지려 할 때

멀리서 나타나는 이 성당의 건물 모습만 보고도

기분이 전환되면서

힘이 났었으니까 

.

.

성당 아래에 세워져 있는

순례자의 여정표.

앞으로 갈길이 까마득 ~

성터를 향해 오르다가

마침 동네 골목을 지나가는 주민이 있기에

저 성을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나의 신발을 보고서

위험하다는 말....처럼

손을 휘저으며

올라가지 말라고~?

마을 담벼락에 붙여져 있는

까스트로헤이즈 마을 이름

그 아래 적혀있는

끼미노 산티아고.

몇 컷의 이미지와 함께

마을을 알려주는 인상적이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며 . . .

이제 도착하는 순례자도 있고~

내가 제일 늦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순례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마 더 많은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도착하였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하고 같이 출발한 사람들은

항상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마을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곤 하였으니까~

이 길은 경쟁의 길이 아니기에

늦으면 늦은대로

빠르면 빠른대로

각자의 페이스대로 걸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면 될터이니~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은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마켓에 들려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온따나스 마을에서 만났던

이탈리아노 청년~

손 한번 올리더니 

스쳐 지나간다.

슈퍼에 간다면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마로니에 나무에 꽃이 풍성한 큰 길이 나온다.

오래 전의

카스트로헤리스 성의 윤곽이 새겨진 모습을 보며 . . .

할머니 신은 신발이 에뻐요~

낯선 이방인이지만 

이 마을에 찾아와서 머물다 가는 인연이기에

친근하신걸까?

부디 건강하십시요 . . .

오늘은 몇가지 구입 할 게 있다.

썬크림을 구해야 하고

손톱깍기도 구입해야 하고 . . .

팜플로나에서 마지막으로 손톱과 발톱을 깍은 후

손톱깍기마저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도네이션 하였기에

그 후부터 2주라는 시간이 흐르다보니

손톱도 길었고

발톱도 자라났다.

발톱은 길면 걷는 데 지장이 있으므로

제거해야 하기에 . . .

유난히 코카콜라 선전 광고가 많이 보인다.

순례자가 머무는 마을엔.

코카콜라 기업에서

로비를 많이 하는건감?

마을 중심에 있는

산또 도밍고 성당을 지나며 . . .

마침 딩그렁

딩그렁~

종소리가

동네를 울리며 . . .

좋다.

종소리가 . . .

어린시절

은은한 그런 종소리는 아닐지라도

조용한 시골마을에 울려퍼지는

성당의 종소리는

그래도 경건하고

마음을 동심적으로 만들어주기엔

충분하다.

이런 종소리를 듣노라면

마음의 분노나

속상함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질 것 같다.

사람의 목소리로 하는 충고도 좋지만

말이 아닌

언어가 아닌

그저 종소리면 되는 것을 

.

.

.

동네는 마치 미로처럼 

여기 저기 길이 나 있기에

발이 걷는대로

내 마음도 따라 걷는다.

어제 오리오요스 마을의

라까스 어른의 포도주 저장소인 그런 문을 보며 , . .

이젠 저 문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다.

저 안은 동굴이라는 . . .

나에게도

저런 나만의 아지트가 있으면 좋겠다. . . 는 생각이 들었다.

캄캄한 동굴안에

전구보다는 촛불을 켜고

나만의 글을 쓰거나

나만의 아지트같은

그런 공간이 있었으면 . . .?

시원한 그늘밑을 걸으며

골목을 돌아다닌다~

어느 집 대문에 붙어져 있는

지팡이와 조가비 

재미있다~

아주 심플한 두개의 이미지가 ~

마을의 광장 앞인 듯

그런데 사람이 아무도 없. . .

초록색 철 벤치엔 아무도 없고 . . .

순례길 초반부 

비가 많이 내리던 저녁

동네 광장의 빈 벤치에 잠시 앉아

어디로 가야할 지 . . .

숙소를 찾지 못하여 걱정스러웠던 

우테르가 마을 생각이 나기에

이 광장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 . .

마을의 끝자락에서~

허물어진 집

그리고 푸른 하늘

땅위의 세상은 변하지만

하늘위 세상은 그대로인 듯  . .

이런 법칙은

수 천년전이나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이나

그대로일까?

붉디 붉은 나무가

시선을 끈다.

그대는

시절이 푸르청청한 봄인데

왜 가을느낌을

풍기는겐가~

오후의 늦은 햇살아래

고운 정장을 한 노신사께서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모습에

평화가 같이 느껴지고 

"즐겁니?"

녀석의 대답은?

ㅋㅋㅋㅌㅌㅌ

.

.

어느 집 앞을 지나며 . . .

엄마의 화단 생각이 난다.

울 엄니도

저렇게 화분이나 항아리속에 꽃들을 키우셨는데 . . .

나무위에 올려진 화분

항아리 뒤집어서 올려놓은 화분

그냥 바닥에 있는 화분

화분이라는 단어속엔

정겨움....이 숨어있는 듯 

정겹다.

그저 정겹다.

화분이 있는 풍경이 . . .

어느 집 밖에서

한 여인이 무언가 일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나는

저 여인은

항아리에서 된장을 퍼고 있을거야~

라는 엉뚱한 생각을~

진짜로 그랬다.

저 여인은 지금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독대에서 된장을 퍼고 있을거라고 . . .

내가

한국 음식에

굶주려 가고 있는거야.

누가 그랬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한국음식 생각나냐고?

여보세요~

그 입맛이 어디 가냐구요?

세월이 가면 갈수록

김치와 된장 청국장

그리고 육개장 콩나물비빔밥

더욱 생각난다니깐요~

그런데 까미노위를 걸으면서

빵조각과 쥬스

커피만 마시다보니

한계가 오는것 같은걸요~

숙소를 향해 돌아가는 중에

한 노신사가 나를 보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

그림지도가 벽에 그려져 있다.

산 세바스찬이라는 도시에 대해 흥미가 있었는데

그 도시 이름도 보이고~

노신사는 열심히 설명을 해 준다.

자신이 마치 이 마을에 도착한 순례자들에게

이 그림과 지도를 설명하라는 의무를 가진 사람처럼 . . .

도움이 되었냐고..요?

네, 도움이 되었더랬죠.

이 분이 안내해 주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 하였는걸요

멋진 그림과 지도가 나무숲에 가려져 있었거든요.

고맙다는 말과 함께

기념 사진 한장 남기며 . . .

이름이 누구신지

물어보지도 못하였는데

진정으로 고마웠다.

친절한 안내와 글에 대한 설명 모두.....

스페니쉬여서 모두 이해는 못하였지만

그 분의 몸으로 말씀하시는 걸로 이해가 많이 되었다.

산티아고는 

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별들의 벌판을 걷는 까미노라고 설명할 때는

그대로 이해가 되었으니까.

앞으로 걸어야 할 길

437킬로미터 .

거의 반을 걸었구나~

^______^

내가 머물고 있는 호스텔 현관벽에 걸어져 있는

3가지 이미지들

우편함일까?

자물쇠같은 고리가 보이는 걸 보면?

저녁식사 시간

이 곳에서는 거의 순례자들이므로

밤 9시에 제공되는 일반인 식사가 아니라

저녁 7시 30분부터 제공되기에

출출한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호스텔의 쥔장이자

바리스타

그리고 바텐더

일인 다역을 하고 있는

미스터 까르멘.

마치 스페인 영화배우중

마피아 두목? 같은 캐릭터~?

그리고 스타워즈에 나오는

영화배우처럼 생긴

동네 주민1

구렛나루가 환상적~

저녁식사 시간.

이 곳에서는 거의 순례자들이므로

밤 9시에 제공되는 일반인 식사가 아니라

저녁 7시 30분부터 제공되기에

출출한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동네사람들이 저녁시간에

카페에 들려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며 . . .

이 마을은

무언가 독특해~

이 식당은 일반 식당이라기 보다는

EL MASON 브렌치이기에

맛이 특별할거라 생각하며

식사를 주문하였다.

 순례자 메뉴중에서 . . .

먼저 시원한 맥주가 글라스에 나오고~

칼칼한 목에

시원한 맥주 한 모금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맛이

아주 짜릿~

숙소로 돌아와

오후에 약국에서 구입한 손톱깍기로

손톱과 발톱을 제거하니

그 개운함이 또 좋고~

이젠 손톱깍기 버리지 않아야지~

저녁해가 뉘엿뉘엿 사라져간다.

밖에 말릴려고 내어 두었던

등산화를 다시 안으로 들여놓은 후

골방의 창문을 닫는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침에 대해

감사를 드리며 . . .

순례길 19일차

까스트로헤리즈에서

5/8/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