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쓴 순례자 청년이
평온하게 길을 걸어간다.
그 뒷모습이 바라보며
나도 평온하게 걸어간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참 좋다.
 |
모스텔라레스 산 언덕을
한 걸음 한 걸음 거북이 걸음으로
올라간다.
내 곁을 스쳐가는
노르웨이 사람 칸트씨도
자신의 친구와 천천히 올라가면서
부엔 까미노~
인사 한마디 건네주고 ~
 |
 |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위엔 까미노답게
조가비 비석이 의연하게
땅아래서부터 끙끙 거리며 올라오는
순례자를 소리없이 마중하는 듯~
 |
그런데 이런 형상도 보인다?
만국기가 휘날리듯
총천연색 오색깃발같은 십자가 이미지.
이런 형상을 여러번 보곤 하였지만
적응이 안 되고
앞으로도 적응은 안 될 것 같은 . . .
바람이 부는 이 모스텔라레스 언덕위에
초연하게 세워져 있는 돌탑도 보이고 . . .
마치 각자의 신에게
경배를 하라는 의미처럼
이 모스텔라레스 언덕위엔 다양한 제단들이 보인다.
 |
정상위에는 먼저 도착한 순례자들이
아래 풍경을 보며 감상하면서 쉬기도 하고 . . .
이마에 손을 올리고 먼 풍경을 바라보는 포즈를 하고 있는
노랑색 셔츠
그것도
Peace Corp.
SKILLZ Coach 라고
등에 새겨진 글자를 입고 있는
저 청년을 나는 안다.
저 청년은 나를 모를지라도 . . .
이 젊은이가
스님복장을 하고 내 앞을 걸어가다
황당한 액션을 하였던 청년이기에~
 |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시원한 산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 . .
쉼터 앞에 세워져 있는 나무 게시판 중앙에
당당하게 붙여져 있는
대
한
민
국
태
극
기
애국자는 아닐지라도
마음이 찡한건 사실.
 |
언덕 한켠에서 이야기하는
미국남자와 한국인 여학생 만났다.
둘이서 심각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 . .
미국 남자가 한국인 여학생에게
저 아래 한국인 여성인듯한 여인이
다리를 절며 걸어오고 있는데
너가 도와줄 수 있냐 . . . 그런 말을 전하는 중
저 여학생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홀로 왔는데
야무지고 씩씩하였다.
그리고 지금 말을 하고 있는 미국남자의 말을 듣고
혼자서 걸어오는 다리아픈 한국 여성을 도와
함께 걷게 되고 . . .
 |
모스텔라레스의 의 바람막이 쉼터
쉼터의 건축양식이 특이 하다.
 |
이 곳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을 하며 . . .
이제 걸어야 할 길은
내리막.
높은 고지를 올라오면
내리막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
이건 지금 나의 시야에 보이는
이 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인생중에도 그려리라 는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
갑자기 눈에 나타난 초록의 향연에
그만 또 취하고 . . .
그동안 이 길을 걸으며
자연의 풍경에 얼마나 많이 매료되었던가?!!!
그럼에도
난 자꾸 취한다.
이 취함이 참으로 좋다 .
취했다고
말리는 사람도 없고
취했다고
놀리는 사람도 없는
이 시간이 . . .
 |
정신을 가다듬고
그림같은 길을 따라 내려가며 . . .
그 길속을 걷는 사람들은
하나의 점으로 작아지고 . . .
나도 그 하나의 점이 되어
길 속으로 들어가고 . . .
 |
앞 서 걷는 두 사람은 브라질에서 온 형제들인데
앞서거니 둿서거니 하면서
무어라 무어라 큰소리로 말하며 걷는다.
성인이 된 남자 형제들이 함께 하는
길의 여정은
어떤 의미일까?
 |
길 어디쯤에서 . . .
목이 칼칼하여 배낭 포켓에 꼿아두었던 오이 생각이 나
지나가는 스페인 부부에게
나의 배낭 포켓에 있는 오이를 꺼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나의 짧은 손이 배낭포켓에 닿지 않기에 . . .
그렇다고 배낭을 내려서 오이를 꺼내려면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여
지나가는 순례자들에게 부탁하곤 하는데
그들은 서로 서로 이런 일에 익숙하여 전혀 부담없이
집어주곤 하였다.
이 스페인 부부 역시
나의 부탁에 친절하게 오이를 꺼내주고 싶어 하였는데
오이 라는 영어 단어를 그들이 이해를 못 하고
바나나를 꺼내 준다?
그래서
바나나 말고
오이
쿠쿰버......라고
자꾸 이야기 하는데
그들은
쿠쿰버가 뭐냐고
되묻는다?
그러다가 결국
오이 하나를 집어주며
이게 맞냐고 하기에
그렇다고
이게 쿠쿰버라고 하니
그들이 동시에
큰 소리로 웃으며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쿠 쿰 버 ???"
 |
스페인 부부는
나의 앞을 걸으며
쿠쿰버~
쿠쿰버~
그 사람들보다 내가 더 웃음이 나와
나도 똑같이
쿠쿰버
쿠쿰버~
스페인 부부가 나의 배낭에서 꺼내 준
오이를 맛있게 먹으며 걷는
이 길위에서의 시간들이
달콤하고
흥미롭고
.
.
.
다시 펼쳐지는
푸른 밀밭의 풍경
 |
바람소리만 들리는 이 길을
가끔 바이커들이 지나가고 . . .
 |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될 즈음에
텍사스라고 적혀있는 배낭 뒤에
미국 성조기를 꼿은 사람들이
나의 앞을 바쁜 걸음으로 스쳐간다.
 |
언덕 중간쯤에 나타난 휴게소
나무로 된 그늘에 자리잡고 잠시 쉬는 사람들
나도 저 곳에 도착하면
잠시 쉬었다 가야지 . . .
 |
미국에서 온 삼총사 순례자들
그 중의 한 사람은 이미 모스텔라레스 언덕 정상에서 보았는데
다른 멤버들은 낯이 설다.
 |
사막의 오아이스처럼
생수를 구입해서 마시고 있는 여성 순례자
저 물이 얼마나 꿀맛일까?
500미리의 병물을 단숨에 마셔 버리다니?
그 모습을 애잔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간이 노점상 쥔장 아저씨~
난 저 여성 순례자의 심정을 알지.
지금 마시고 있는 저 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생명수....라는 것을~
 |
다시 길을 떠나며 . . .
오르막길을 걷는다.
나의 배낭에서 오이를 빼내어
건네 주었던 스페인 부부도 앞서 걷고
500리터 물을 단숨에 마신 여성 순례자도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며
길을 떠나고 . . .
 |
 |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에
까미노 안내 사인판 화살표가
길을 안내하고 . . .
 |
바람
바람
또
바람
강한 바람이 꽃들을 만지지만
흔들릴지언정
결코 쓰러지지 않는
외유내강의 강인함~
바람부는 벌판의 풍경과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해찰을 한참 하다가
길을 또 걷는다.
우산을 쓰며
사복사복 걷고 있은 저 청년은?
나는 저 청년이 누군지 안다.
이름은 모르지만 . . .
어제 카스트로헤리즈 마을 오기 전
스님 복장의 옷을 입고
내 앞에서 대놓고 실례를 하였던
무례한 존재라는 걸 . . .
그런데 오늘은
우산을 쓰고?
우산도 한쪽이 어그러진
검정우산으로?
 |
우산을 쓴 순례자 청년이
평온하게 길을 걸어간다.
그 뒷모습이 바라보며
나도 평온하게 걸어가고 ~
밀밭 양쪽 길가엔
아름다운 들꽃들이 하늘거리는 길
그 흙길을 따라
살랑살랑 걸으며 . . .
모스텔라레스 언덕에서 이테로 마을을 가는 중에
순례길 20일차
3
쪽지
Back
목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