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털보 도사님?

그 아래 안내표지는

다만 순례자가 쉬어가는 쉼터라는 의미의 글이 적혀있을 뿐

별 특별한 내용은 없는 ~

잔디밭 한켠에 놓여있는

오래 된 세월을 알수 있게 하는

큰 바위상

여기서 쉴 마음이 없기에 계속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 . .

역시 조금 걸으니

노랑 화살표가 계속 직진하라는 안내를 하고~

조금 더 걸어가니

마을안에 머물수 있는 순례자를 위한 숙박 안내표지가 보인다.

이렇게 많은 숙소가 있는 걸 보면

마을 규모가 상당한 듯?

가이드 북에 의하면

카리온 마을에는 2천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하니

작은 규모는 결코 아닌 듯 ~

어제 내가 이 마을까지

기를 쓰고 걸어서 왔다면

저 여러 곳 중에서 한군데를 선택하였을텐데 . . .

그 안내표지 옆에 놓여있던

카리온 마을에 대한 안내표시판

오늘 목적지인

칼사디야 마을까지는 17.2 킬로미터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산티아고 여정의 전체적인 길 노선표를 보며 . . .

이제 중반전에 접어 든 이 여정이

앞으로 갈 길이 그만큼 남았다는 게

사실 몽롱한 마음

가야 한다고 결심하였기에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무조건 걸어야 하리라.....

그 누가 가라고 하지도 않았건만

내 자신 스스로 결단하여

지금 이 낯선 마을에 서성이고 있다는 게

꿈인지

현실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것과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 뿐.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6킬로미터를 걸어서 도착한 카리온 마을.

벌써 한 낮처럼

더위가 시작되고

태양은 중천.

역시 고요한 마을에

자동차 한대가

천천히 지나간다.

마을 어디쯤에 보이는 성당

건물 양식이 중국풍스럽기도 하고?

낡은 성당의 꼭대기엔

여전히 새들이 각자 집을 지고 . . .

참으로 특이한 모습이다.

이미 지나오면서 수 없이 보았지만

새들은 왜 성전의 건물에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만드는걸까?

하나 둘 셋 .....

모양새가 마치

올림픽 경기하고

메달을 받기 위해

시상대에 선 선수들처럼

참으로 오묘해~

마을의 어디쯤일까?

열려있는 카페가 보여 들어간다.

갈증도 있고

화장실도 사용해야 하기에 . . .

어느 마을이든

카페에는 노인분들이 차를 마시거나

아침부터 와인잔을 들고 있는 걸 보는데

마치 마을 노인들의 사랑방같은 느낌?

한쪽에 자리를 잡으려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조금 전 카리온 마을오기 전에

만났던 빅토리아가 나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든다.

그녀는 이미 휴식을 마치고

나가려던 참이라며

나에게 좋은 시간 되라며

그 특유의 웃는 모습으로

굿바이 인사를 하고~

불과 한두어시간 전에 만났을 뿐인데

이 길위에서의 만남은

유명한 관광지에서 만남과는 다른

사람과 사람사이의 정 같은 게 있다.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지만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다는

그 하나의 공동된 점이

사람의 끈을 이어주는

참으로 매력있는 여정

빅토리아가 떠난 걸 본 후

나의 자리를 정한 후

배낭을 내려놓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한다.

아주 편안한 자세란......

1. 모자와 선글라스 등 얼굴에 걸쳐져 있는 건 모두 벗고

2. 허리에 걸쳐있는 작은 백도 벗고

3. 등산화도 벗고

4. 양말 2컬레도 벗고

.

.

.

발에도 통풍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이지 않게끔 살짝 살짝 양말을 벗고

나의 발에 시원한 바람을 넣어주면

마치 새로운 호흡을 하는 것처럼

온 몸이 새털처럼 가벼움을 느낀다.

그런 휴식을 반드시 해야만

다음 길을 걸을 때 훨씬 덜 피곤하다는 걸

나는 순례길 15일을 지난 후에야 터득했으니~~

@.@

어제 프로미스타 마을 입구의 카페에서 구입한

삶은 계란 10개 중 그동안 모두 까 먹고

이제 남은 계란은 몇알 안 된다.

그 중에 한 알을 얼마전에 만난 한국 아가씨가 선물해 준

가마솥에 7번 구웠다는 아주 귀한 소금에 찍어서

한 입 한 입 감칠맛 나게 먹는다.

카페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주는 싱싱한 오렌지 쥬스와 함께 . . .

카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마을 길을 걸으며 . . .

어제 스쳐왔던 프로미스타 마을인

여기에서부터는 18킬로 라고?

앞으로 내가 걸어야 할

칼사디야 마을까지는 17킬로인데.....?

어느 정도 더 걸어야 할지

감이 오지만

그렇게 걱정되는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 길의 구간이 험난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채 . . .

마을의 좁은 길이 끝나자

눈 앞에 나타나는 또 다른 풍경 

큰 성당이 보이고 . . .?

무언가 복잡한 느낌??

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느꼈었지만

이 카리온 마을에는

유난히 새가 많다?

푸른 창공을 휘날아다니는

저 검은 새들의 정체는 뭐지?

큰 길 사거리에서

순례자길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순례자 동상

그 아래엔

카리온 마을 이름과 조가비가 보인다.

순례자 길로 접어들어 걷다보니

길 왼쪽에 성당이 보이는 데

문이 열려져 있다?

그래서 나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성당 외벽이 무척 견고해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걸으면서

문이 닫혀져 있는 성당에는 들어가지 못하였지만

문이 열어져 있는 성당에는

모두 들어가 보았다.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성당 한 켠에 켜 있는 촛불들

초에 불을 켜고 싶다면 1유로 혹은 2유로를 주고

초를 선택해서 불을 켜라는 글이 있기에

나는 처음엔 돈을 주고 초를 구입하여 기도를 드리는 행위에 대해

망설임이 있었지만

2유로를 주고 초 하나에 불을 켜고

기도를 드렸다.

진실한 마음이 절로 나온다.

고개 숙여

눈을 감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게 생각된다.

성당 문 입구에 있는 헌금함에는

성당안에 들어갈 때는 1 유로를 넣으라는 문구를

나는 나올때에야 보았다.

그러나 1유로를 헌금함에 넣고

기분좋게

성당을 나왔다.

성당 바로 앞에 있는 상가들

그 중에 눈에 띄는 상호 이름~

필그림의 오아시스~

오아시스......라는 단어가 

탁 ~~

눈에 들어온다?

순례자들이 걸을 때 필요한 도구를 파는

가게인 듯 ~

계속 상가의 길을 따라 걷는데

익숙한 메이커

LG

스페인 시골의 전자상가를 장악한

LG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

상가 가 있는 길을 따라 쭈욱 걷고 있는데

어느 호스텔 앞

베낭 뒤에 호주 국기를 매달고 있는

저 사람은??

@.@

혹시

지난번 벨로라도에서 헤어졌던

호주의 케이 할머니 아닐까?

하여

불렀더니

역시~

그. 녀. 다. !!!!!!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그녀도 나를 알아본다.

왜 안 걷고

호스텔앞에 있냐고 물으니

그녀는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고

호스텔에서 쉴거라고?

몸이 많이 피곤하다며 . . .

아직 11시인지라

호스텔 문이 열리는 시간이 아니기에

체크인이 될지 걱정하는 데

벨소리를 들은 호스텔 직원이 나와

케이 할머니에게 방을 줄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케이 할머니는

부엔 카미노~ 라는 말로

굿바이 인사를 대신하고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하며

케이 할머니와 헤어졌다.

케이 할머니와 헤어져

마을 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또 성당이 나온다?

이 성당은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성당 마당에는

머리뒤에 별모양의 후광을 한 마리아상이 . . .

카리온 마을이 크긴 크나보다

계속 길이 이어지는 걸 보면 . . .

이 길위에는

호스텔 같은 숙소도 여러 군데 계속 보이기도 하고. . .

혼자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올라~"

"부엔 까미노~"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그 소리가

나를 향한 소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나를 부를리도 없고

나에게 인사할 사람도 없기에 ~

그런데 그 소리가 계속 들리기에

고개를 들여 하늘을 보니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드는 사람이???

의아한 마음이었지만

나도 같이 손을 흔들며

그라시라스......로 화답하며

손을 흔드는 그녀에게

카메라를 찍는 모션을 하니

그녀는 여전히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어준다~

아마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으리라 . . .

생각지 못한

응원의 박수를 받는 것처럼

마음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그래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운거야

결코

나는 혼자가 아닌거야~

.

.

.

마을의 중심인 좁은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례자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마을의 길은

계속 이어지고 . . .

내 마음이 급한건가

유난히 길이

길게 느껴지는 걸 보면~ 

거의 30여분을 걸었나보다~

어느 지점에서 

Camino de Santiago 안내표지를 만났다.

화살표 방향대로

계속 직진 . . .

길 끝 즈음에

또 성당이 나타난다.

그리고 카리온 강 이라는 안내표지도 나타나고 ~

3개의 화살표가 비행기 모습처럼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눈에 띄는 글자는

그저

카미노 데 산티아고 ~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우리나라의 오래 된 속담처럼

나는 그저

산티아고.....라는 골인점에

시선이 저절로 간다.

아마도 어쩔 수 없는

본능이리라 . . .

마을을 벗어나면서 보게 되는

카리온 강의 모습

물이 맑고 시원하게 보인다.

그리고보니

대부분 마을을 빠져 나갈 때는

다리를 건너게 되고

강을 보곤 하였던 것 같다.

다시 자동차 길로 된

다리위를 건너며 . . .

이 자동차길은

카리온 마을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

마을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같이 자동차길로 걸었다면

바로 이 길로 나타났을 거라는 것~

20여일쯤 걷다가 보니

저절로 알게 되는 사실.

그러나 나는 그런 줄 알면서도

한번도 반칙? 을 하지 않고

순례자 화살표 대로 마을 안으로 들어갔고

마을을 빙빙 돌면서

다시 마을 밖으로 나와 걸었다.

다리를 건넌 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카리온 마을의 여운들 . . .

마을 외곽쪽에 있는

산 소일로 라고 불리우는 수도원

그리고 옆으로 같이 붙어있는

호텔

처음엔 호텔인 줄 모르고

무슨 박물관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가이드 북을 보고서야 이 곳이

수도원 안의 호텔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이 곳에서 하룻밤 머물게 된다면

아마도 색다른 경험을 할 것 같은?

@.@

수도원 앞에 있는

예수님 형상을 보며 . . .

평화로운 마음이

전해진다.

주님,

세상에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 . .

수도원 건물을 조금 걷자

이정표가 눈앞에 나타난다.

여긴 아직도 팔렌시아 주. . . 

북쪽으로 봉는 화살표는

레온이라는 큰 도시를 가리키고

그 아래엔

여전히

카미노 데 산티아고 라는

참으로 친숙한 지명이 함께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