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날이 밝기 전

천둥소리같이 코를 골며 자던 여성이

떠날 준비를 하는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잠시 후

코를 심하게 골던 여성이 방문을 열고 떠난 후

나도 일어날까?

하다가

좀 더 누워 있는데

밤새 술냄새를 풍기던 남자가

저 여자가 코를 너무 심하게 골아서

잠을 못 잤다고 투덜거리며

벽쪽으로 방향을 돌려 다시 잠을 잔다? @.@

새벽 6시 넘어 배낭을 챙겨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역한 술냄새를 풍기며 잠을 방해하였던 남자에게 복수하듯

나도 방안에서 부스럭 소리를 내며 배낭을 챙길까 . . . 하다가

그렇다고 내 스트레스가 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벗어놓은 옷들이며 등산화 스틱등

모든 나의 소지품을 밖으로 들고나와 배낭을 챙겨서

길 떠날 준비를 한다.

내 몸이 아프고 힘들어서 

곧 쓰러질 것 처럼 생각되었는데

그보다 더 악한 상황을 만나게 되니

내 육신의 아픔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 . .?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길이 촉촉하고 . . .

길바닥에 박혀있는

황금색 조가비따라 걸어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부르고스 대 성당의 뒷모습이 웅장한 자태가 나타나고 . . .

참으로 정교하게 새겨있는

성인들의 모습들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십자가들 . . .

중세에도 이런 형상이었을 것이고

수천년이 지난 현재에도

같은 모습으로

당당함을 잃지 않고

찬란하게 그 자리를 빛나고 있는

십자가들~

그러나 간밤의 악몽같은 시간을 겪은

지친 순례자의 눈엔

천성을 향하는 거룩한 나그네같은 심정이 아니라

너무나 높은 곳에 계시어

불쌍한 심령을 헤어려 주기가

하늘의 별따는 것처럼 느껴지옵나니

.

.

.

부르고스 대성전을 뒤로 하고

조금씩 언덕을 오르며 . . .

높은 성루같은 곳에

집을 짓고 살고 있는 새들과 새집

보금자리라는 말이

너희들의 집을 두고 하는 말일거야.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대~

난 그대의 자유를 존중하노라~

부러운 건 아니고 . . .

부러우면 진다고 하잖아?

.

둥지에 앉아있던 새가

갑자기 창공을 향해

 훨 훨 날아간다.

멋진 날개짓을 하며 . . .

아침 달이 둥실 떠 있다.

괜시리 마음이 시큰해지고 . . .

누군가 그랬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달을 바라보라고 . . .

그러면

그 달이 지구 건너편까지 

그 마음을 전해줄거라고

.

.

.

부루고스 대성전의 뒷길

순례자 길로 계속 오르다보면

나타나는 호텔의 모습

 부르고스를 떠나는 이 길에서

벌써 몇번째의 호텔앞을 지나며 . . .

- 혹시 순례길을 걷다가 부르고스에 머물게 될 경우

숙소를 구하지 못하였다면

부르고스 대 성당 을 지나는 길위에

호텔이 여러 개 있사오니

(가이드 북에서는  소개하지 않는 . . .)

그러니  부르고스의 모든 호텔은 Full 이라고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오뉴월 연탄불에 영광굴비 바싹 태운 것처럼

시커멓게 만든 후

인심 쓰듯 직원의 방을 사용하라며

바가지 요금을 요구하는 호스텔같은 곳에서

머물지 말기를  . . .

스페인의 국민적인 영웅 

엘시드 라고 불리우는 로드리고 디아쓰 장군의 기념비를 보며 . . .

3개의 비석은 솔라 델 시드라고 부른다고. . .

1784년에 엘시드의 집이 있는 이 곳에

로드리고 디아스 장군의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스페인의 역사라 깊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이 지역을 걷다보면

엘시드 . . . 라는 이름이 자주 나오기에

저절로 궁금증이 가는 이름이기에 . . .

굳건한 성벽을 지나고 . . .

돌틈 사이로 피어나는 노랑 꽃들

꽃은 어디에 있든

조화가 잘 되는 아름다움

사람도 그러면 좋겠다.

어느 자리에 있는

잘 어우려지고

그 자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그런 존재같은 . . . 

높은 지대에서 바라 본

소박한 성당을 보며 . . .

거대한 성전보다

작은 성전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왜 그랬을까?

큰 성전에서 경배를 하면

더 큰 축복을 받고

작은 성전에서 

경배를 드리면

작은 축복을 받는걸까?

아니지 그런.....

작은 성전이든

큰 성전이든

주님은 항상 계실텐데~

아니 어쩌면

주님도 작은 성전을 더 사랑하실련지도~

내리막길을 걸어

다시 복잡한 자동차길을 걸으며 . . .

어찌된 일인지 

현지인을 만난다는 게

참으로 쉽지가 않다.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 . .

맞은 편에서

현지인과 마주한다.

"부르고스의 사람이시여~

'안녕히 계십시요.'"

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당신 곁을 지나갔다는 걸~

부르고스를 들어올때도

오랫동안 걸었듯이

이 도시를 빠져 나갈때도 역시

그만큼의 걸음을 해야 하는 듯

대성전을 떠나 온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도시의 모습은 이어지고 . . .

다시 큰 길이 나타나고. . .

이 곳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노랑 화살표를 찾으며 . . .

다행히 저 멀리에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이기에

그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가기 위해

큰 길을 건넌다.

다시 보이기 시작하는 

노랑 화살표를 따라

숲길같은 공원속으로 들어가며 . . .

공원을 지나 다리를 건넌다.

부르고스를 들어올 때 다리를 건너 듯

나갈 때도 다리를 건너며 . . .

이젠 진실로

부르고스를 빠져 나가는 것인가?

부르고스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나지만

복잡하고

상술이 강하고

팜플로나보다

예스테야

그리고 로그로뇨보다

무언가 살갑지 않는 그런 느낌.

부르고스에서 먹었던 음식이 탈이나서

몸이 아팠던

그런 이유가 제일 크겠지만 . . .

공원속 저 만큼에 샘물이 보인다.

어제 슈퍼나 카페를 들르지를 못해

오늘 걸으면서 마실 물이 없기에

빈 물통에 물을 채워야 하는데

과연

저 샘터에서는 물이 나오는걸까?

이런 일들이 간혹 있었다,

물이 나올 것처럼 생겼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 고장난 수도꼭지들이 . . .

그런데 저 곳까지 걸어가려면

돌아서 가야 한다?

길이 돌아서 가도록 되어 있기에 . . .

오던 길을 되돌아 가서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아뿔싸~~~

혹시나 하였던 일이

진짜로 

물이 안 나온다~

에휴~~~~

.

.

.

나 처럼 헛탕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 듯

풀밭에는 여기까지 들어온 발자국들이 보이고?

내 마음 같아선

여기 샘터는 고장이 났다는

글자를 써 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종이도 없기에

그냥 오던 길을 되돌아 간다.
 

아마 내가 떠난 뒤에도

나처럼 

혹시나 . . .?

하고

샘물에 대한 열망으로

이 샘터까지 걸어올 사람이

있을 것 같은 ~

누군지 모르지만

이 사람이 내가 샘터에서

헛다리 잡고 끙끙 거리는

모양을 보았는지

킥킥킥 ~ 웃으며

엄지 손가락 하나 올리고

부엔 까미노~

이 곳에서 순례자들끼리 통하는 암호는

부엔 까미노~

킥킥~ 하던 남자가

자신의 큰 물병을 손에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고 ~

공원은 또 이어진다,

아름다운 숲속처럼 . . .

그 길을 자전거를 타고 일하는 

현지인들이 쏭쏭@@ 지나가고 ~

부에노스  디아스~

스페니쉬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

얼떨결에

인사 받고 지나가는

자전거 아저씨~

*.*

숲속의 별장? 같은 집을 보며 . . .

그림 잘 그리는 울 언니 생각이 난다.

언니는 저런 풍경을 보면

분명 스케치 하였을텐데 . . .

이 집의 정체는 알 수가 없지만

이 곳에 아침일찍 떠나는 순례자를 위한 카페였다면 . . .

나는 만사를 물리치고

저 안에 들어가

카페 콘 레체와 구수하게 구운 토스트 2쪽을 먹으며

오늘 하루 일정을 차분하게 생각할텐데 . . .

그러나 내가 원하는 카페는

부르고스를 떠날 때까지

그리고 떠나서도

11킬로나 더 걸을 때까지

보이지도 아니하였으니 . . .

공원이 끝나는 길에서 나타난 또 다른

청량한 세상~

싱그럽게 피어 있는

마로니에 꽃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올리며 . . .

새로운 공기가 참으로 좋다.

부르고스 대학을 지나며 . . 

대학생 순례자 라면

이 대학안에 들어가

순례자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팜플로나 대학에서도 그렇듯이 . . .

영국에서 온 로버트씨가

이 곳을 지나가게 된다면

그는 분명 수레를 끌고

부르고스 대학안에 들어가 스탬프를 받을 것이다 . . .

지난 번 팜플로나 대학에서 스탬프 받은 걸

무척 기뻐하였으니까~

노란 화살표를 따라 방향을 바꾸며 . . .

오스트리아에서 왔다는 두 여인중

오른 쪽 연두색 옷을 입을 여인이 나에게 묻는다.

어디서부터 걸었냐고?

자신들은 이틀 전 부르고스에 도착해서

오늘부터 순례길을 시작한다고 . . .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으니

내 얼굴이 햇빛에 많이 그을린 것 같다고?

자신들과 같이 걷자고 하는 그녀들에게

나는 천천히 . . .

 천천히 걷는 걸 좋아해서

아마 힘들것 같다고 하여

그녀들은 활기있는 발걸음으로 떠나간다.

오늘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순례의 여정인 그녀들의 발걸음위에

부디 축복 있기를~ 

오늘부터  시작하는 오스트이아의 여인들의 순례길이

새롭게 생각되 듯

나의 순례여정 역시

하루 하루가 늘 새롭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여장을 풀고

카메라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걷는 그 시간들이

나에겐 새로운 만남이고

새로운 여정이고 . . .

산티아고까지 길고 긴 여정이 아니라

오늘 하루 하루

일일 여행처럼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면서

혹은 헤어졌던 사람들을

어느 길에서 또 만나게 되는

그러는 과정에

나는 인생을 배우고

자연과 더불어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것 같은

내 자신과의  하루, 하루의 여행

또 다시 시작되는 자동차 길을 걷는다.

황금색 페인팅 된 건물

스페인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칼라~

창공위로 뻗어가는 듯한

Camino de Santiago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친근감 있는 말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라는 글자.

아주 조그만 자동차를 보았다.

바퀴가 세개인 꼬마 자동차

공원을 청소하는 사람이

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걸 보았는데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에 온 느낌?

새로운 아침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걷는 사람들은

열심히 걷고 . . .

성당 지붕위에 올려져 있는

작은 십자가

참 예쁜 성당의 모습.

부르고스 도시를 

떠나는 순례자들에게

잘 가라 인사 하는 듯

전봇줄위에 걸려져 있는 2켤레의 신발들

어떻게 저 높은 곳까지

걸어 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