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묵묵히 걷는다.
이 곳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그러나 애써 참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침묵할 수 밖에 없으므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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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길
갈증이 난다.
이미 준비한 2개의 물병중에서 한병은 비었고
나머지 한병의 물을 아주 조금씩 마시며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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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땡볕에 마실 나온
"너는 누구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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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들판을 보며
가슴속의 응어리들이 씻겨 가는 듯
심플하면서 청아한 풍경이 참으로 좋다.
초록의 세상속을 걷고 있는 순례자를 보며 . . .
"그대는 지금 까미노를 걷는 게 아니라
꿈속을 걷고 있는거라오~
아실련지 모르겠지만 . . . "
고개를 돌면 또 고개
사람들이 나타났따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 . .
한낮의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묵묵히 걷는다.
이 곳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덕을 올라가는 한국인 순례자 부부
이 길위에서는 눈으로 인사하고 헤어졌다가
나중에 같은 숙소에서 만나게 됨에
한국인이라는 걸 알았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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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나무숲이 보인다,
처음엔 그저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이려니 하였는데
더 가까이 갔을 때
그 곳에 몇몇의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에
나도 잠깐 쉬어가야 겠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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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일명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불리는
메세타의 오아시스~
만약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면
나도 무심히 통과해 버렸을 숲속은
오아시스 . . . 라는 말 그대로
아주 마음에 드는 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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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면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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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위에서는
처음으로 보는 펌프 샘?
헌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펌프질을 하면
물이 벌컥 벌컷 쏙아지는
아주 맛있는 샘물
주변에는 맨 나중 사람이
다음 순례자를 위해
물병에 물을 넣어두었는데
이게 마중물이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떤 . . .
그 마중물이 없으면
펌프질을 아무리 한다한들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눈으로 알게 되는
메세타 지역에서의 오아이스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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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샘이 있는 벽엔
누군가 낙서같은 글들을 적어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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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 심하였던 나는
일단 갈증부터 해결한 후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마침 누군가 자리를 비우고 떠나는 있기에
그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른다.
벤치에 앉아서 나의 눈에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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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올려서
나무위를 바라보니
연한 나무 잎 순들이 무성히 달려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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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로 보이느
푸른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
이 곳이
또한 무릉도원이려니~
모자로 얼굴을 덮고
낮잠 한 숨 자고 싶은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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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뒤를 보다가
딱 마주친 여인
안녕?
이라는 말 대신에
부엔 까미노~
그녀는
그저
ㅋㅋㅋ~
나도
ㅋㅋㅋ~
진실로 이 곳에서는
말이 필요치 않는 길
황무지같은 메세타를 걷는 길 위에서나
오아시스같은 쉼터에서나
그저
웃음 하나면 족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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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를 벗어서 두 발을 말리고
건빵 몇쪽을 먹은 후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떠나기에 아쉬워
한번 더 바라보는 들판의 풍경속에
나의 눈에 보이는
예쁜 나무 한 그루
키다리 아저씨같은 나무여
잘 있게나~
다음에 또 봄세~
기약없는 약속을 남기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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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를 떠나 시작되는 오르막 길
만약 숲속의 오아이스에서 쉬지 않고 계속 걸었다면
이 길을 어떻게 걸었을까?
물병의 물은 거의 바닥이었고
다리는 아파오고
땀은 또 얼마나 흘렀는지?
이 까미노는 걸으면 걸을수록
수수께끼 같다.
내가 곧 죽을만큼 아프고 힘이 들어도
다시 회복시켜주고
갈증이 심하여 목이 타고
다리에 힘이 빠져서 흐느적 거릴때쯤
어느 만큼에
쉼터를 숨겨놓고
짠~
하고
나타나 주곤 하는
이 길이
수수께끼 같지 않다면
무엇이라고 표현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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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만큼 걸었을 때
돌을 쌓아놓은 돌탑들을 보았다.
한국의 사찰에도
저렇게 돌탑들이 쌓아있는 걸 보곤 하였는데
스페인의 까미노 위에도
비슷한 돌탑들이 졸종 보인다.
사람들의 염원은 비슷하나보다.
돌 하나 쌓으면서
마음속의 간절한 소원을 비는 심정들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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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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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밭을 보았다.
흙밭이 아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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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씨뿌리는 자의 비유에 대한 말씀이 생각난다.
돌밭에 뿌려진 씨앗은
냄비에 끓인 북어해장국처럼 금방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어버린다고 하였던?
그런데
한편으로는 돌밭에 뿌려진 씨앗은
그렇게 얍실하게 살아가는 인생이라기보다는
고난이 더 많기에 단단해 질 것 같은
반전적인 생각이 스민다.
이 길을 걷는 동안 나에게도
반론을 할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 같은 . . .
자갈밭에서 피어나는 예쁜 꽃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 꽃이나 풀들을 직접 눈으로 보다보니
자갈밭보다 더 굳센 콘크리트 벽에도
질긴 생명들이 있더라는 . . .
저 삭막한 돌밭을 풍경
과연 어떤 식물들로
가득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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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길들은
이어져 있고
그 길들 속엔
사람이 걸어간다.
나 역시
저 풍경속의 한 점이 되어
걸어가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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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보이는
나무도 보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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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에서
다시 만나는
영국인 여성 순례자 마가렛여사.
오아시스 같은 쉼터에서
ㅋㅋㅋ
으로
서로 눈인사하였던~
그녀가 열심히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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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영 레이디 순례자.
서로 앞서거니 뒷서가니 하면서
영국인 마가렛 여사와 자연스럽게 그룹이 되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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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레이디 순례자가 당연 앞서가지만
그녀 역시 가끔씩 나처럼 해찰을 하는지라
마가렛 여사가 선두가 되기도 하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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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산과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은 모습~
그만큼 언덕을 올라왔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만큼 저 산이 낮은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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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여성 순례자 마가렛 여사의
등에 맨 배낭이
전투를 떠나는 군인처럼 거대해~
그럼에도 그녀는
씩씩하게 잘 걷고 . . .
영국의 여성 지도자였던
대처 수상이 생각이 나서
그 사람과 닮은 것 같다고 하니
마가렛 여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아니다 . . . 라고
자신은 정치가를 별로 안 좋아한다고 . . .
나도
이름이 비슷한 마가렛 여사가
철의 여인이라는 대처 수상보다
훨씬 더 멋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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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이 천사와 씨름 하였던 생각이 나는
돌무더기를 보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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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 아래로
다시 이어지는 실타래같은 길의 꼬리들
이때까지
마가렛 여사께서는
나와 함께 보조를 맞추느랴
가다 서고
가다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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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하늘
솜사탕같은 하얀 구름
참 아름다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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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바래가는 소 여물과
그리고
새 봄의 모습들
내 고향 생각이 나는 것 같은 풍경에
또 해찰을 하는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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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 여사께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그래서 먼저 가라고
나 역시 손짓으로~
왜 빨리 안 오냐고
재촉하다가
결국
마가렛 여사
삐치심.
에휴~
저 예쁜 하늘이
나를 천천히 걷게 하는 걸
어떡 하려구~~~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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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레이디 순례자와
마가렛 여사께서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마을 입구의 나무 한 그루가
어서 오세요~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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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
오르니요스 마을
이 마을 이름이
은근히 쉽지가 않는 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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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이미 마을속으로 사라지고 . . .
마을에 도착한 후
숙소를 구하기 위해 다니며 . . .
어느 알베르게의 벽에 그려진 순례자들에 대한 그림과
자신의 알베르게 홍보 의 글
Hornillos Meeting Point~
가장 인기가 많았던 알베르게~
영국인 마가렛 여사를 마지막으로
Full 사인표를 내 걸었던 . . .
그래서 마가렛여사가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 안으로 들어가던
이 알베르게에 관한 작은 사연 . . .
Completo
혹은
Full
이 말 처럼 절망적인 말이 또 있을까?
지난 밤 늦게 도착한 부르고스에서
숙소를 찾기위해 수 없이 찾아간 호텔과 호스텔 직원들의
싸늘한 말
콤쁘레또~~
더 이상 방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마을을 더 걸어가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아담한 사립알베르게가 있기에
방이 있냐고 하니
2층에 침대가 8개가 놓여져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배낭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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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에서 오르니요스까지
22킬로의 아름다운 여정
순례길 18일차를 마치며
5/7/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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