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좋다.

예전에도 바람이 좋았는데

이 길에서 만나는 바람은

더욱 좋다.

이 바람이 낯선 땅으로

날려보낸다 해도

기꺼이 내 몸을 던져 버릴만큼 . . .

간밤에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

여자들만 자고 있는 2층 숙소에 한 남자가 

자신의 여자의 (부인은 아닌 듯?) 침대속에 들어가려는 걸

프랑스 여인 엘리가 보고 

왜 여기를 들어오냐고 그 남자를 향해 큰 소리로 말하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키가 장대만한 남자가

일인용 침대에 여자와 함께 들어가는 게 아닌가?

알베르게에 남 녀 구분 없이 사용하는데

마침 이 곳 2층엔 여자들만 모이게 되어서

모두들 좋다하였는데

제일 나중에 들어온 여인이 자신의 남자를

오라고 하였나보다?

그걸 프랑스 여인들이 모두 보고 있었고

그 중의 엘리여사께서 한마디 하시고~

그리고 또 몇마디 더 하였지만~

그러나 그들은 전혀 마이동풍으로

개의치 아니하고~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니

원 세상에~

남자가 침대에서 나오는 데

All Nude~~@.@

여인 역시 ~

보지 않으려해도

나의 침대에서 대각선쪽으로 바로 보이는 위치에

그들의 침대가 있었으므로

자연히 보게 될 수 밖에~

본인들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무어라 하는데도

용가라 통뼈처럼 어떻게

잠을 잘 수 있을?

식탁 한쪽에서 엽서를 쓰고 있는

또 다른 프랑스 여인

누구에게 엽서를 쓰냐고 물으니

소중한 사람에게 라고 대답하는 데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늘 순례길 떠나기 전

이 곳 알베르게 쥔장이신 할아버지에게 부탁해야 해서

급하게 적고 있다고 .. . .

그녀는

순례에 대한 감격을 적었을까?

보고싶은 그리움을 적었을까?

 상대방을 생각하며 한자 한자 적고 있는

그녀도 행복하게 보인다~

역시 프랑스에서 함께 순례중이라는

소피아 씨 부부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데 다가와서

친근하게 인사하기에~

오늘 처음 만났고 또 헤어질지라도

먼저 손 내밀어 인사를 하는 사람들 역시

 예쁘게 보이고~

숙소를 떠나기 전

아빠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꼬마 숙녀 바이커 순례자~

야무진 표정이 압권~

어제 늦은 오후엔

이 광장에 많은 순례자들이 시원한 맥주나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있었는데

고요함만 가득하고 . . .

그러나 오후가 되면

또 다른 순례자들이 도착해서

시끌북적 하리라 . . .

좁은 길로

거대한 덤프 트럭이 들어온다?

마을을 빠져 나가기 전에  잡의 벽에 그려져 있는

순례자 형상의 벽화를 보며~

다시 길 위에 선다.

길이 보이면

비로소 숨을 크게 쉬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며

나의 하루 여정을 시작한다.

습관처럼 . . .

또 다시 만나는 한국인 순례자

이 분과는 한마디 대화는 나누진 않았지만

그저 묵묵히

앞서거니 

뒷서거니 . . .

뒤에 매고 가는 배낭크기가

휴~~~

물 웅덩이가 있는 길을 지나며 . . .

내 눈엔

그저 미국 엘로우스톤의 호수처럼 느껴지는 걸~

같은 숙소에서 머물렸던 

아빠와 꼬마숙녀 바이커 순례자들이

영차 영차  올라가며 ~

돌을 쌓아

그 마음 하늘에 전하고 싶은 심정

바람이 분다.

들판이 출렁이도록

밀밭에 파도를 만들만큼

세찬 바람이 분다.

끝없이 펼쳐지는

길

길

.

.

.

그토록 까미노를 걷고 싶었는데

이제야 걷는다는

마드리드에서 살고 있다는 마리아씨.

바람이 세찬 철십자가 언덕에서 숨을 고른 뒤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온타나스 마을을 가는 중에 

순례길 19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