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없는 영광없다고,
발의 통증이 심해서
양말을 벗고보니
왕방울만한 물집이??
그 옆엔
이미 한달여전에 생겨났던 물집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가
굳어버린 흔적들
초대하지 않는 손님
반갑지 않는 손님이
또 찾아오다니 . . . . .
올레이로아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45일차
산길을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다.
저 아래에 집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걸 보니
곧 마을이 나타날려나보다.
길 옆의 옥수수밭엔
푸릇 푸릇한 연한 싹이 자라나고
그 거대한 옥수수밭 끝엔
농부들의 집들이 옹기종기 앉아있고 . . . .
내 나이 열다섯살 쯤인가
둘째 언니의 책상위에 놓여있었던
두꺼운 소설책이 보이길래
무심코 읽었던
펄벅의 대지 라는 소설.
그 대지속의 땅은
이보다 더 광활하였겠지만
스페인 시골의 끝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을 보며
어린시절에 읽었던
그동안 까마득하게 잊었던
그 책이 떠오른다니?
한참을 내려오니
다리가 보이고
다리 아래엔 잔잔한 물이 흐르고 . . . .
아 ~
물이
너무도
맑아 . . . . .
갈라시아 지방 특유의
오레오가 있는
동네 안을 통과하며 . . .
동네의 길가에 세워져 있는
순례자 비석
그 옆엔
숙소와 식당 안내 글들
아직 해가 남았기도 하였지만
오늘 내가 도착해야 할
올레이 로아 마을까지는 걸어야하므로
계속 전진~
작은 마을을 벗어나니
세멘트 포장길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앗~
그들이닷!!!
숲속에서는 모두
말위에 타고 있더니
지금은 모두
걷는모드?
말 한마리에
한 사람씩 . . . .
나는 안다.
지금 저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를~
그냥 걷는 것도 힘들지만
무거운 말을 끌고 언덕길을 올라야 하니
얼마나 더 힘이 들겠는가?
어제도 보았고
오늘도 만났고
또 만나게 되다보니
그들과 저절로
헤이~
올라~
억지로의 인사가 아닌
자연스러운 인사를 나누게 되어지고?
인심 좋게 생긴 남자가
자신으 말 위에 타지 않겠냐고?
이미 산속에서도
이런 제안 받았었는데?
서부의 개척자처럼그들은 왜 땡볕에 걷는걸까?
늘 맨 나중에 오는 사람
좀 전의 산속에서 만났을 때도
말을 태워 준다며 타지 않겠냐고 권하였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말
날씨도 더우니
말을 타라고~?
역시
노우.
행렬의 맨 끝의
남자는
할수없다는 듯
바이~
손 흔들며 앞서간다.
탄탄대로처럼
펼쳐져 있는 길
말들의 행렬도 지나가고
더 이상
사람도,
자동차도
안 보이는
적막모드
그 길을
터벅터벅 걷는다.
몸이 지쳐간다.
조금씩
조금씩
.
.
간간히
보여주는
예쁜 요정들
그 모습에
숨 한번 돌리게 되고 . . . .
오르막을 걸을 때
길 가운데 공사하는 모습
저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산길 지나니
자연스럽게 마을로 길을 이어진다.
어느 집 담벼락에 걸쳐서
쉬고 있는 견공녀석
헤이~
시방 뭐하는 겨?
녀석은
들은척도 안하고
그모습
그대로 . . . .
이름 모르는 마을을 통과하고
계속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걸까?
이젠 쉬고 싶어.
만약
다음 마을에 숙소가 있다면
올베이로아가 아니더라도
오늘은 그만 걸을거야 . . . .
그러나
다음 마을은 보이지 아니하고
계속 이어지는 길
그 맑고 환한 날씨는
어느 새 흐려져가고 . . .
저긴 어디일까?
산 너머에 보이는 건
바다인걸까?
아니면
운무인걸까?
도무지 모르겠어.
아주 아주 오래 전
아이들 어려을 때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마산의 언니집을 가기위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대구 근처쯤이었을까?
눈앞에 은빛세상이 펼쳐지기에
뒷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저기가 바로 낙동강인가보다~
은빛물결이 보이잖니?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을 하였는데
잠시 후
그 은빛세상의 정체는
햇살에 반짝이는
비닐하우수 였다는 걸~
농가에서 비닐하우스를 거대하게 설치한건데
어찌하여
내 눈에 그 은빛 반짝임이
낙동강 은빛물결로 보였을꼬~~
@.@
산 언덕을 내려오는 데
길가 양쪽으로
큰 황소와 검은색 소가 서성이도 있다?
저 아이들이
왜 길가에?
이미 산티아고 전에
산길에서 홀로 걸어가는 소들을 만난적이 있는지라
무서움은 덜 하였지만
그때는 독일인 부부와 함께 있었기에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지금은 오로지 나 혼자?
조심 조심
녀석의 옆을 지나가며 . . .
다시 오르막 시작
헉 헉 . . . . .
손목에 찬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45분
마음이 바빠진다.
평상시라면
이 시간엔 이미 숙소에 도착하여
근처 어디쯤에서 저녁까지 마칠 시간대인데
지금 난 어느 곳인지도 모르는
낯선 산길을 계속 걷고 있는 중이라니. . . . .?
두 갈래 갈림길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노랑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며 . . . .
산길을 내려와
평탄한 길을 걷는다.
왜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걸까?
길가에 세워져 있는 마을 이름표시
로고마을?
로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며 . . . .
혹시나
이 마을엔 숙소가 있을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을은 아주 작았고
바로 산길로 이어지고 .......
오른다
또
오른다.
오늘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건지?
산 중턱을 지나
코너를 돌고
점점 더 높이 올라간다.
저 멀리에
다른 산들의 능선이
실루엣처럼 보이네?
산 등성이엔
보라색 꽃들이 가득하고~
이러한 풍경을
한 낮에 만났더라면
풍요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즐겼을텐데
지금은 저녁시간이 되고
해는 사라지는지라
발걸음을 더 빨리해야 한다는 촉박감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어 . . . .
하늘이 검다.
구름이 검은건가?
아님
어둠이 시작되는건가?
아무튼
세상이 검어져가는 것 같아?
산허리를 돌다보니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길
바쁜 걸음으로 산길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식사하는 말들의 모습
말 네 마리가
사이좋게 풀을 먹고 있네?
말들이 순한 동물인가보다.
어쩜 저리 사이좋게 풀을 먹을 수가 있지?
산밑으로 내려오는 중에 본
카미노 지도
그런데
너무했다?!!
어쩜 저리 글자가 제대로 안 보이고
이끼가 가득하고?
다만
이제 곧 나타날 마을이름이
Corzon 이라는 정도?
마을 입구에 있는 공동묘지
언덕위에서 저절로 보이는 묘지의 전경
저녁이 되어서인지
으시시~~
빠른 발걸음으로
마을안으로 발길을 움직이고 . . .
그러나
이 마을 역시
몇가구 안되는 아주 소규모 마을
그 마을길 따라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로 걸으며 . . .
앞에 버스가 다가온다.
저 버스를 타면
바로 피니스테레로 갈 수 있을텐데?
그러나
안 돼 . . . . . .
자동차 길을 따라 걷다보니
큰 집들이 나오고
눈에 보이는 건물이 혹시
팬션이나 민박이 아닐까 하여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나 사람의 기척도
아무런 흔적도 없기에
다시 큰 길 따라 걸으며 . . .
큰 다리가 보이네?
저 멀리에 마을이 보이는데
이 다리를 건너면
마을안에 알베르게같은 숙소가 있을까?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 본 강물 풍경
맑은 물들
흐르는 물 사이로 뻗어나가는 식물들
참으로
다양한 생물의 세상~
다리를 건너
한참 건넌 후
길가에 세워져 있는
레스토랑 간판 발견
현대식 건물이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인상 좋게 생긴 쥔장 부부가 맞아주기에
혹시 방이나 침대가 있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있다......고!
나는 그 건물안에
방이 있는 줄 알았는데
쥔장 아저씨가 따라오라기에
뒤따라가니
알록달록 칼라풀한 방가로?
아니 컨테이너 박스 같은 ?
문을 열어주며
오늘 이 방엔
아무도 없으니
혼자 쓰라고?
문을 열어주고
돌아가는 쥔장에게
열쇠를 달라고 하니
열쇠가 없는 방이라고?
위험하지 않는 곳이니
걱정하지 말고
문만 잘 닫고 자라고??
@.@
침대가 사방팔방
벽에 붙여져 있는 숫자만해도
30여명 잘 수 있는 스페이스
그런데 이 큰 공간에
나 혼자?
혼자여서 좋긴 하지만
무척 으스스한 느낌.
습기 때문에
메트리스도 눅눅
덮을 수 있는 담요가 쇼파에 쌓여있었지만
너무 더러워서
손도 댈 수 없을 정도.
그러나
날은 저물어 캄캄해져 가는 시간에
하룻밤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났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한 밤중에 누가 들어 올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 큰 숙소 혼자 사용하는 이용료는
10유로.
이른 아침
네그레이라 마을을 출발
하루종일 걸었던 숫자는
50,075
우와~
처음으로 5만을 찍었네?!!!
신기록 세운 날~ *^^*
그러나
고통없는 영광없다고,
발의 통증이 심해서
양말을 벗고보니
왕방울만한 물집이??
그 옆엔
이미 한달여전에 생겨났던 물집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가
굳어버린 흔적들
에궁~
초대하지 않는 손님
반갑지 않는 손님이 또 찾아오다니?
@.@
네그레이라 마을에서
올레비로아 마을까지
33.3 킬로미터?
그러나
나는 더 많이 걸은 것처럼
온 몸이 기진맥진
해가 떨어지고
캄캄한 어둠이 깔리기 직전에
숙소를 찾았던
아슬아슬한 하루
내가 왜 이리 무리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는지
이런 내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걷고 또 걸었던
올베이로아 마을이 아닌
이름 모르는 어느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45일차
6/3/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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