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피니스테레
오른쪽은 묵시아
좌. 우.
운명의 갈림길처럼.
어느 쪽으로
방향을 정해야할까?
둠브리아 마을까지
순례길 46일차
산길의 마지막에
돌로 만들어진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당연히
산길은 사라지고 . . . .
카페의 별관처럼
카페건물에서 산쪽으로 만들어진 쉼터같은 공간
일단 그 안에 들어가 베낭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벽이 마치 동굴처럼
돌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돌틈사이로
산속의 야생풀들의 푸릇푸릇한 싹들이 ?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삼삼오오 이야기 하면서 쉼을 가지는 모습들
카페안에 들어가
생 오렌지 쥬스 한잔 주문
카페의 벽에 걸어져 있는 사진과 그림
그리고 메모된 편지들
여러 메모지 중
제일 가운데에 압핀으로 꼿혀있는 사진 한장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저 여인이 손으로 만지고 비석이
바로 페니스테레 마지막 지점인
0 km 그 유명한 곳?
나도
내일이면 저 곳에 도착할 예정인데?
사진으로 미리 가 보는
피니스테레의 바다끝 지점
오렌지 쥬스 나올동안
한참 바라보고~
카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위에 선다.
까미노는
카페 옆의 샛길로 이어져 있고
그 샛길을 빠져 나오면
바로 산으로 연결
어제는
참으로 오랫동안
많은 거리를 걸었다.
발에 왕방울만한 물집이 솟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하루였는데
지금 난
그런 피곤과 아픔이 언제였냐는 듯
새로운 마음으로
산길을 오르고 있다니!!!
이게 진정
나의 체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 길위가 아닌
일상적인 집에서 겪었던 하루였다면
과연 나는 이른아침에 일어나
맑은 마음으로 새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저만큼
누군가 혼자서 올라가는 산길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산길을 오르면서
수 없이 보이는 야생화들
아침햇살에 더욱 싱그럽고
예뻐라~
산길에 꼿혀져 있는
알베르게 안내표시
조금 전
내가 쉬었던 그 곳이
알베르게 겸 카페였는데
이 표지판은
피니스테레에서 거꾸로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을 위한 표지판인 듯~
노랑 민들레가 양쪽으로 곱게 핀
언덕길을 오르며 . . .
꽃이 있는 길과
꽃이 없는 길과는
걷는 발걸음의 무게가 다르게 된다.
왜 일 까?
조금 전
카페에서 보았던 여인 두 사람
사이좋게 올라가는 모습
누군가
내 뒤에 따라 온다면
나 혼자 가는 모습은
어떻게 보여질까?
둘이어도 좋고
혼자여도 좋고~
그러나
난 지금까지도
혼자 걷는 길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다.
혼자만의 자유를
한 없이 만끽하는 중이므로 . . . ..
산길은
바로 마을 안으로 이어지고 . . . . .
그 길의 끝에
그 누구나 바로 보이게
산뜻한 노란 칼라의 건물
바로 순례자 정보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순례자 한 사람이 보인다.
정보센터 안을
휘리릭~
돌아보니
실내엔 대형 통유리로 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치 미국의 국립공원의 안내사무실처럼
시원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다만 다르게 느껴진 건
근무하는 여성 뒤의 벽과
데스크 아래엔
등산화 자국이 가득하다는 것~
먼저 온 남성 순례자는
여성 직원으로부터
순례자 도장을 찍고 있는 중
저 스탬프가 있어야
묵시아와 피니스테레에 도착해서
각각의 순례자증서를 받기 때문에
스탬프는 필수.
나 역시
그녀에게
스탬프를 받은 후
오늘 걸어야 할
묵시아 가는 길에 대한
나의 질문에
친절한 대답을 해 준다.
미소가 예쁜
그녀의 모습 한 컷~
정보센터 한쪽 벽에 붙어져 있는
대형 별그림
부엔 까미노 글자위에
수 없이 빛나는 별들의 잔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별들의 들판 이라는 뜻인 것처럼
밤하늘
별들의 향연이 가득~
정보센터 건물벽에 붙여져 있는
대형지도
두 갈래의 파란색 줄
하나는 묵시아
하나는 피니스테라
묵시아보다
피니스테라가 훨씬 거리가 가깝다,
그러나 나는
이미 묵시아를 들려서
피니스테레에 도착할 계획이기에
거리가 짧은 피니스테레로 마음을 바꾸지는 않고 ~
정보센터에서 일을 보고 나온
미국에서 온
카렌씨를 만났다.
그녀가 입은 조끼위가 묵직.
이 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자신의 소지품중
가장 중요한 건
허리속에 간직하면서 걸어야 하기에
카렌씨 역시 허리가방을 하고 위에 조끼를 입어서
가리고 걷는 중
카렌씨에게
오늘 어디까지 걷냐고 물으니
피니스테레까지라고.
나보고 어디까지 걷냐 묻기에
난 묵시아로 갈거라고 하니
가지 말라고......
거긴 너무 멀고
길도 험하다고~
가지 말라고 말을 하고
먼저 길을 떠나는 카렌씨의 뒷모습을 보며
한달도 훨씬전에
우테르가에서 만난 같은 미국에서 온 올리비아씨가 떠오른다.
에우나테 산타마리아 성당에 가겠다고 하는 나에게
가지 말라고
거기는 멀고 힘들다며 . . . .
거의 비슷한 말
비슷한 이 느낌은 뭐지?
카렌씨는
발걸음 빠르게
산언덕을 올라가고
오전에 올레이로아 마을에서 만났던
체코 남자들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났다.
그들 표정을 보니
이미 지쳐 있는 듯~
새벽 5시부터 걸었다하니
피곤함이 올듯도 ~
산고개를 넘으니
자동차 길이 나오는데
어느 새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르막의 끝
여기가 바로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
사람들은
이 순례자 비석앞에서
몇초동안의 머물다 가곤 하였다.
왼쪽은 피니스테레
오른쪽은 묵시아
좌. 우.
바로 그 운명의 갈림길
성경 중의 두 인물이 떠오른다.
아브람과 그의 조카 롯
큰아버지인 아브람이 조카 롯과 헤어지게 될때
롯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는 장면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 하리라."
두 갈래의 갈림길앞에서
잠시 머문 후
나는 예정대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묵시아를 가야 했으므로.
왜 난 묵시아를 갈려고 했을까?
다른 큰 뜻으로 그 곳을 정한 것이 아닌
이왕 순례자여정을 시작하였으므로
온전히 모든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
단지 그 이유 하나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묵시아가
산티아고 여정중 가장
마음에 울림이 크고
멋진 곳이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들려간다는
피니스테레보다
더 감동적인 마음으로
묵시아를 만났다는 걸~
하지만
이 길을 걷는 동안에
알지 못하였다.
아직 겪기 전이었으므로 . . . .
산티아고까지 도착한 순례자들중
20% 가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도착했다는
그 아름다운 바닷가 도시 피니스테레까지
순례여정을 시작하는데
그 중에서
70%는 피니스테레쪽으로 걸어가고
30%정도만이 묵시아를 향해 걷는다는 통계.
아.....
안 그래도 이 갈림길앞에 오기까지만해도
사람들이 적었는데
그 마저도 헤어지게 되다니?
묵시아를 향해 가는
자동차도로를 걸으며 . . . .
갈림길에서 1킬로 정도 쯤
순례길은 도로에서 벗어나
산속으로 들어가라는
순례자 비석을 만났다.
자갈들이 가득한 오르막길
조심
조심 . . . .
길옆의 노랑 민들레들의 예쁜 모습에
다소 환해지는 마음
자갈길이 끝나고
고운 비단길을 걷는 것처럼
민들레 꽃길이 펼쳐지고 ?
이 예쁜 길을
나 혼자 걸어간다는 게
아쉽고
아쉬워 . . . .
조금씩 걷다보니
또 고도가 높아지는 듯~
산길 어디쯤에
노랑화살표가
지금 당신은 잘 걷고 있다고
응원이라고 해 주는 듯~
앞으로 계속 전진하라는 사인에
산길에서 길 잃지 않도록
오로지 노랑화살표만 의지하며
길을 걷는다.
이 산길에
과연 나 말고 다른 순례자가 또 있을까?
오른쪽으로 걸으라......하여
길의 방향을 바꾸며 . . .
호젓한 산길
귀에 꼿은 이어폰으로 흐르는 음악
Beegees 의
메사추세츠
Fell I'm going back to Massachusetts
Something's telling me I must go home
And the light all went out in Massachusetts
The day I left her standing on her own
나는 매사추세츠로 돌아가네
무엇인지 나를 집으로 이끄네
내가 그녀를 버린 그날,
매사추세츠는 암흑이었네
Tried to hitch a ride to sanfrancisco
Gotta do the thing I wanna do
And the lights all went out in Massachusetts
They brought me back to see my way with you
샌프란시스코로 히치하이크 하려 했네
내 원하는 일을 해야 하겠어
매사추세츠는 암흑이었는데
난 당신에게 돌아가고 있네
경쾌한 리듬의 비지스의 두번째 싱어
로빈 깁의 사운드가
경쾌하게 들리는 메사추세츠
비지스의 멤버중에
난 로빈 깁의 팬일 정도로
그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러곡 다운 받았는데
길을 걸으며 자주 듣는
비지스의 노래들
산길끝에 나타나는 마을입구
아. 마을이구나?
마을이 나타나면
왜 그리 마음이 안도가 되는건지?
마치 한 고비
또 한고비를 넘긴 것처럼?
마을 가까이 가자
높은 빨래줄에 바람에 펄럭이는 빨래들이 눈에 들어온다.
분홍색옷
주황색옷 . . . . .
마을길 내려가면서 저절로 보이는
빨래풍경들
이 집 주인은
빨래를 모두 늘씬하게 펴서 걸었네?
그 빨래줄 끝에 보이는
케일밭 풍경
장독대만 있었다면
어린시절 우리집 고향집 풍경
그대로일텐데. . . ?
울엄니
알로달록 꽃무늬 몸빼바지입고
호미들고
고추밭에서 허리펴고 일어나서
"어야~
시원한 물 한바가지 얼릉 갖온나~"
마을 한바퀴 돌아
거의 빠져 나가는 중
또 만나는
산길입구
오,
이런,
어서 오라고
나를 기다리는 것 같잖아?
터벅터벅
산길을 빠져 나오니
칼라풀한 초현대적 건물이?
???
진푸른 파랑과 검붉은 페인팅된 건물앞에
세워져 있는 비석하나.
가까이 가서 보니
둠브리아
알베르게
라고.
여기가
묵시아 가는 길에 있는
제일 큰 마을인
둠브리아 인거구나?
목도 마르고
좀 쉬어갈 카페가 있지 않을까 . . .싶어
현대식 멋진 건물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출입문 조차 보이지 않아
카페 찾기를 체념.
오르막 경사가 심한
자동차길을 따라 오르며 . . . . .
둠브리아 마을에 도착하며
순례길 46일차
6/4/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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