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뜻하지 않는 물병 선물은
고맙고 감사함 그 자체였지만
물병 하나로 인해
축 쳐지고 지쳐가는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시원한 물 한병 건네주었던
몸이 아파보이는 그 할머니는
천사였을까?
피스테라를 가며
순례길 47일차
마을을 지나
또 건너편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길
흙길이 아닌 세멘트로 포장된
딱딱한 길
나무 전봇대가 아닌 석졸 된 전봇대가
길 양옆으로 늘어진 조용한 산골마을
마을끝에 위치한 어느 이층집
그 집 지붕과 건물이 언발란스적이다 싶었는데
그 집 위로 보이는
키다리 나무들
한적한 곳에
홀로이 위치한 집 한채가
인상적이어서
자꾸 눈길이 간다.
마을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는 중에
길가에 서 있는
순례자 비석
그 비석의 노랑조가비 속에
적혀있는
낯익은 한글
- 바람이 분다 -
한국사람이 적었나보다.
그 사람은
왜 이런 글을 적었을까?
바람이 분다 . . . ?
난
바람이 좋다
이 길을 걸으면서
나의 얼굴을 스쳐간 수 많은 바람들
그 바람결이 참으로 좋았다.
그토록 좋을 수가 없었다.
오늘 참으로 더운 날씨
바람 소리가 무척도 그리워
글을 쓴 이 사람도
바람이 그리웠을까?
하지만
순례비에 낙서글을 적은 것은
좋은 모습은 아닌 듯........
팍팍한 마음으로
산길을 오르며 . . .
이 산길을 들어갈 때
난 이미 몸도 지쳐가고
마음도 흐트러지고
그만 걷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심신이 고달픈 심정이 들었던
산길 입구
산길을 지나
어느 이름 모르는 마을을 지나가며 . . .
낯선 듯 하지만
낯설지 않고
익숙한 듯 하지만
익숙하지 않는
어린시절 고향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이상한 세상을
지나가는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의
한적한 스페인 산골 마을
산길에 서 있는
순례자 비석
피스테라와 묵시아를 가리키는
두개의 화살표들
간간히 나타나 주는
순례자 비석을 의지하여
길을 걸어간다.
산속에서 만났던
고요한 숲속의 물
흐름이 거의 없지만
보는 자체만으로도
시원함이 . . .
물속의 돌들이
투명하게 보이는
맑디 맑은 산속의 물
산에서 나오니
반겨주는 노랑 민들레들의 벌판
그 민들레꽃 뒤로 보이는
빨래줄의 옷가지들
사람이 살고있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정겨운 빨래가 있는 풍경
마을안으로 들어가니
성당의 종탑이 보이는
아름다운 성당이 보인다.
종에 줄이 길게 내려져있는 걸 보니
아마 이 마을엔
누군가 종 줄을 댕겨서
종을 울리나보다.
고요한 산골에 울려퍼지는
종소리 한번 들어보았으면 . . .
마을 중앙 빈터에
누군가 물을 사용한 흔적이 있는
우물가가 보안다~
펌프질을 하여
물을 품어주는 펌프물?
어렸을 때
마중물을 안에 넣고
펌푸질을 힠주어서 하다보면
물이 콸콸 쏟아졌던 기억~
펌프질을 해 보니
물이 나온다?
물맛이 좋다~
떨어지는 물방울로
얼굴과 손을 씻으니
잠시나마 더위가 가는 듯~
어느 집 담벼락 아래에 적혀있는
세요 (스탬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글에
그 글자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보니 . . .
알베르게와 카페를 겸한
주인께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그녀는 나의 크레덴셜에 스탬프를 찍어주며
이 곳에서 하룻밤 자고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특별히 쉴만한 마을의 모습이 아닌 것 같기도 하였지만
오늘 난 피니스테레까지 걸어야 하기에
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스탬프를 받은 뒤
물을 구입하고
잠시 휴식한 뒤
순박하고
온화하게 보이는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였다.
아,
사람을 보았어.
현지인을.......
사람 만나는 게
이토록 귀하다니?
서쪽으로 갈수록
더 많이 보이는
곡물 저장소인 오레오들
마을을 벗어나
순례자 길위를 걸어가며 . . .
하늘의 구름이
너무도 가깝게 보이고
하늘은
왜 이리도 맑고 푸른겐지~
큰 길 마지막에 다달았을 때
길바닥에 그려져 있는
노랑화살표 방향
어제까지는 M이
눈에 뜰어왔었는데
오늘은 F,
M에 대한 목표를 이루고
새로운 목표가 되어버린 F
만약
M과 F가
지명 이니셜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인간의 마음이 보이기도 할 듯한
갈림길에서의 선택~
큰 길을 벗어나
길같지만 아닌듯도?
길이 너무도 좁은데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의문이 들면서도
후퇴할 줄 모르는 나의 발걸음
난 늘 그렇게 걸었던 듯.....
마음은 의심이 되면서도
발은 그 마음과 달리
계속 앞으로만 걷고 있었던
지난 시간들의 경험들
어느 때는 발의 움직임이 옳았고
어느 때는 마음이 소리가 옳았었고?
반반의 성공과 실패의 확률이기에
처음 걸었던 그 발걸음을 그대로 걷는 게
옳다라는 결론~
한참을 걷다보니
조그만 오솔길이 끝이나고
다시 딱딱한 돌길로 이어진다.
누군가
나무가지로 화살표 형상을 만들어 놓은 모습에
씨익~
웃음이 ~
이 또한
뒤에 오는 타인을 위한
배려이리라.
한적한 길 끝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누군가 열심히 샤워하는 모습이?
@.@
마실 수 없는 물이라는 표시가 있는
샘터에서
빈 병에 물을 받아 샤워하는 남자
"올라~~!"
남자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떨결한 목소리로
"올라~~"
남자의 개나리보따리가
샘터 바닥에 놓여있고
벤치아래엔
개 한마리가?
주무시던 녀석이
갑자기 나타난 낯선사람을 보고
고개를 들면서
경계모드?
녀석의 발바닥이
곰발처럼 딱딱하게 ?
잠시 후
난 나의 길을 가기위해
아디오스~
굿바이 인사를~
샤워를 하는 남자는 계속 샤워를 하고
주무시던 견공은 다시 주무시고~
남자는 자신의 개와 함께
산티아고 여정을 하는 중인데
항상 길위에서
개와 함께 잔다며 . . .
그래서
길을 걷다가 샤워할 수 있는 물이 보이며
샤워를 하면서 쉬어간다고~
개와 함께 이 길을 걷는 사람들
벌써 여러 사람 보았다.
그들은 개를 사랑해서 같이 걸으며
순례여정을 하는 데
개들은 어떤 심정으로
산길을 주인과 함께 몇날 며칠을 걸어가는걸까?
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온통 물이 가득
산골 마을 어느 집 벽에
걸어져 있는 제라륨 화부과 재미있는 데코
돌벽으로 만들어진 벽도 인상적인데
간단한 데코도 정감을 주고~
아기자기한 조그만 마을을 지나는 데
무언가 나를 톡 ~
쏘아보고 있는 듯한 땡김이?
들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마을 집 담벼락 앉아있는
나비녀석이?
@@
얌마~
놀랬잖아?~
....... 길위에서 수 많은
길고양이들을 만나고보니
나도 모르개
고양이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 ........
꽃도
집도
개나 고양이같은
동물들도
무관심하면
무관심 하는 만큼 삭막한 모습이고
관심과 사랑으로 돌보면
사랑받는만큼
윤택이 흐르고
아름다움으로 결과를 보여준다는
아주 지극히 상식적인 순리라는 걸~
마을이 예쁘다라고
생각하며 . . .
터벅터벅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 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
"올라~~~
올라~~~!!"
처음엔 내가 아닌 줄 알고
무심코 계속 걸어가는 데
계속 부르는 소리에
언뜻 뒤를 돌아보니
어느 할머니께서
나를 보며 손짓을?
무슨 일이지?
되돌아 가 보니
손에 물병을 들고
받으라고?
왜 물을 주냐고 물으니
그저
받으라는 뜻으로
당신의 손을 앞으로 당기신다?
그라시아스~
무쵸 그라시아스~
얼떨결에
뜻하지 않는 물선물을 받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거듭 인사를 드리고 . . . .
할머니께서
왜 나에게 물병을 건네주셨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더운 날씨이기에
물 한방울도 아껴가며 마시며 걷고 있었는데
전혀 뜻하지 않는 물병 선물은
고맙고 감사함 그 자체였지만
물병 하나로 인해
축 쳐지고 지쳐가는 마음에
다시 활력이 되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었슴은 물론,
물병 하나만의 가치가 아닌
그보다 더 귀한 사랑과 따뜻한 사람의 정을
만났다는 게
오늘 여정의 아름다운 순간이었으리라.
시원한 물 한병 건네주었던
어딘가 몸이 아파보였던
그 할머니는
천사였을까?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산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올라가며
순례길 47일차
피니스테레를 가며
6/5/2015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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