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외진 곳 숲속 그늘진 곳에
빼꼼이 보이는 닭들의 모습
어? 숲속에 웬 닭들이?
마침 그 안에서
깃털이 우아한 장닭? 이 걸어나고
그 옆에는 여러 마리 키작은 닭들이
수풀속에서 사부작 사부작 ~
닭들이 수풀속에서 살고 있다니?
너무 신기헤!!!
오스피탈 마을에서 파도르넬로 마을까지
순례길 3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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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피탈 마을을 나오니
자동차길과 나란히 걷게 되고 . . .
그러나 지나가는 자동차도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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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지긋이 많아 보이는
여성 순례자가 등산용 스틱에 의지하여
한 발 한 발 걸어 가고 있다.
등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만만찮게 보이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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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길가엔
노랑 꽃들이 가득하여
꽃들을 보는 재미도 솔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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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큼 더 걸으니
한국의 개나리처럼
노라 꽃들이 활짝 만발한 조그만 길이 나온다.
개나리꽃같은
오솔길을 걸으면 좋을텐데 . . .
그러나 카미노는
여전히 자동차 도로와 함께 걸으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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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길
터벅 터벅 걸으며
여러 생각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지금 왜 난 이 길을 걷는 걸까?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오늘로 36일째 난 길위에 서 있다.
한달 넘은 시간을 계속 걷고 또 걷고
.
.
그러나
아직까지도 난 이 길위의 시간이 좋다.
혼자라는 이 자유도 좋고
깨끗한 자연도 좋고
낯선 나라 풍경도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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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걸어오던 두 사람
조금씩 서로를 향해 걷게 되다보니
드디어 나의 곁을 지나가게 되고 . . .
수줍어 하는 그녀에게
카메라 셔터 누른다는 모션을 하며
한 컷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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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의 또 다른 여인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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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골에서는
유난히 여자들이 밭일을 하는 걸 보곤 한다.
지금 나의 곁을 스쳐가는 두 사람
밀짚모자를 쓰고 작업복 차림으로
자동차길을 유유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조용한 도로위에 여운 처럼 사라지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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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한번씩 옆으로 바라보는 초록세상의 풍경들
이런 풍경은 보고 또 보아도
평온함이 느껴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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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건너편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
오늘의 목적지인 트리아카스텔라 16킬로
내일의 목적지인 사리아는 37킬로 남았다는 안내글을 읽어본다.
이 길을 걷고 난 후에
깨닫게 된 건
꼭 계획대로 목적지에 도착하려 말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동네나 숙소가 있으면
더 이상 걷는 걸 중단하고
그 곳에 머무르면 좋았을 것......이라는.....
그때는 몰랐었다.
내가 정한 목표지점까지 걸어야만 되는 줄 알았던
순례길 처음이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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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길과 순례자 길이 나누어지는 곳에 도착
나는 순례자 표시가 가르키는 길로 저절로 방향을 옮긴다.
저 만큼에 나의 앞을 걸어가는 두 청년들의 모습이 보이고 . . .
나의 앞에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는 것만도
항상 반가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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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호젓하면서
때때로 그늘도 만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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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얖엔
이름모르는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있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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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길위에
조그만 트럭이 보인다.
동네길에 자동차가 보이는 것도
반가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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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어느 새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어느 오두막집처럼 생긴 건물 벽에
노랑 화살표가 어여 가라는 듯
방향을 지시해 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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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두막집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피네레 산의 꼭대기에 있었던
순례자들의 쉘터같은 곳인걸까?
안을 들여다보니 . . .
너무 방치된 상태.
누군가 정돈하고 의자 몇개와 테이블 하나만 놓여있어도
근사한 쉘터가 될 수 있었을텐데
무성한 잡풀과 꽃들만 가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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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오니
알베르게 혹은 팬션을 홍보하는 사인판들이 보인다.
이런 홍보판이 보이면
마을이 가까워진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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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밭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겸허한 마음이 저절로 들곤 하는데
노동의 신성함도 그렇고
일하는 모습속에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지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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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계속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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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나의 앞을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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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사람들은 나의 앞을 추월하며 지나가는 데
지나가는 그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고 . . .
날씨가 많이 따가운데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청춘들
- 청춘이라 하여 꼭 젊은 연배는 아니라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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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속에 세워져 있는 카미노 비석
갈라시아 지방부터 나타난 안내표석지
산티아고까지 143.5 킬로 남았다고 하는 . . .
이 표지판이 안 보이면
산티아고까지 얼마 남았는지 신경 안 쓰고
걸으텐데.....사실 걷다보면 생각도 잘 안나기도 하고 -
그런데 0.5 킬로마다 보여주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정보?
이 비석 역시
카미노 길을 잘 걷고 있다라는 암시를 주기에
노랑화살표처럼 반가운 건 감추지 못하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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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면서
푸른 나무 한그루 보았다.
평범한 나무일 뿐인데
나의 눈에 아름답게 보인다.
싱싱한 푸르름
아직 거목이 되지 못하고
유년기를 벗어난 듯한
작은 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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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가엔
하얀 꽃들이 가득하고 . . .
누가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참 예쁘다.
하얀 꽃들의 밝은 미소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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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벗어나자
바로 보이는 빨래가 있는 풍경
하늘위에 빨래가 가득 걸려져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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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빨래가 가득 있는 집
아래층 계단 바닥엔
큰 개가 낮잠 주무시다가
지나가는 나그네의 카메라 서터소리에 눈을 뜨고 바라보고 . . .
안녕?
녀석이 앉아있는 맨바닥이
차갑게 느껴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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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니는 길가에 위치한 집 하나
그 집사람들의 빨래가 걸어져 있는 밑으로 걸어나와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희안한 집이라는 생각.......
대문도 없고
바로 길의 공간 사이로 저 건너편 전봇대에 빨래줄을 이어서
빨래를 널고 있는
만화속 이야기 같은 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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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동네인 듯
집 몇채와 방치해 놓은 농기구 뿐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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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외진 곳 숲속 그늘진 곳에 빼꼼이 보이는
닭들의 모습
어? 숲속에 웬 닭들이?
마침 그 안에서 깃털이 우아한 장닭? 이 걸어나고
그 옆에는 여러 마리 키작은 닭들이
수풀속에서 사부작 사부작 ~
닭들이 수풀속에서 살고 있다니?
신기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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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위로 길은 이어지는데
이젠 자갈길이 시작된다.
발바닥이 아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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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비석 아래엔
노랑 화살표가 그려져 있고......
파도르넬로 라는 지명이 새겨져 있는 걸 보니
방금 지나온 마을이 바로 그 파도르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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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숲길을 벗어나니
눈 앞에 성당의 종각이 보인다.
조금 전 지나온 마을도 파도르넬로이고
지금부터 나타나는 마을도 파도르넬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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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이 건물이
성당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성인을 모셔둔 묘지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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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뒷에는 한 여름 무성한 신록이 빛을 발하고
빈 공터엔 민들레꽃씨들과 야생화들이 피어있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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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이색적인 성당
그러나 나중에 읽게 된 가이드 북에 의하면
이 성당안에는 성인들의 묘지가 있고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지붕이 있는 묘지라는 글을 읽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기 전 까지는
난 그저 성당의 지붕이 희안하다.....라는 생각으로
이리 저리 둘러 보았는데
차라리 모르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던 게 좋았던 듯 . . .
알았더라면 발걸음을 빨리 하였을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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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에 놓여있는 샘터
물이 계속 흐르지만
나는 물을 먹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식수 라는 안내글이 없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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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앞을 떠날 즈음에
마을 주민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이
이리도 반가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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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한 분을 모시고 가는
미소가 밝은 여인
올라...... 라는 짧은 한마디 인사에
부엔 까미노......라는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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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은 내려가고
나는 다시 길을 찾아 올라간다.
동네에서 사람 만난다는 것이
반가움이라니......
이 길을 걸으며
마치 먼 과거의 영화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이미 여러번 들곤 하였다.
현실이 아닌 타임머쉰속의 과거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그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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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따듯하였던
동네분과 헤어지자 마자
곧 나타난 새로운 길
돌담에도 노랑화샆표가 그려져 있고
길에도 그려져 있는 노랑화살표
그 화살표가 가리키는 또 다른 마을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산속과 산속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여정을 향해 . . .
오스피탈마을에서 파도르넬로 산골마을까지
순례길 36일차
- 별 빛 속 을 걸 으 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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