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오 산언덕에서부터 폰프레아 마을까지는 

3.5킬로미터

그리 멀지 않는 거리

중간 중간 마을들이 있어서

무언가 쉼표를 찍고 가는 것 같아

마을이 나타나면

새로운 느낌이 되곤 한다.

폰프레아 마을 초입은

여느 산골마을처럼 

화려하지 않고 있는 농가모습 그 자체로

처음 온 순례자를 맞이하는 듯

.

.

.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중에 보았던

검은 색 지붕위로 유리창이 나 있고

하얀 벽이 돋보여서 한 눈에 시선을 끄는 집

집 앞엔 빨래가 걸어져 있고

자동차도 세워져있고

큰 나무들은 밑둥이 잘라져있고 . . .

파아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예쁜 집 한 채

길을 따라 마을안으로 들어가며 . . .

길 왼쪽에 알베르게 글자가 보인다.

이 조그만 마을에도 알베르게가 있는거구나 . . .?

알베르게 레보레이라

가이드북에 의하면 47개의 침대가 있고

주방시설은 없지만

편의 시설은 갖추어져 있기에 큰 불편함이 없는 숙소라는 설명

아직 오픈 시간이 안 되어서인지

알베르게 문은 닫혀져 있고

순례자를 위해 놓여져 있는 벤치엔 아무도 아니 보이고

.

.

그러나

몇 발자국 앞으로 가니

몇몇 순례자들이 배낭을 내려놓고 휴식하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들은 더 이상 걷는 걸 중단하고

이 산골마을 알베르게에서 쉴 것이라며

오픈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 . .

그들은 새벽부터 출발하여

오후 2시가 지나면 더위 때문에

더 이상 걷질 않는다며

나보고 계속 갈거냐고 묻는다.

난 새벽에 출발하지도 아니하였고

오늘 걸을 목적지가 정해져 있기도 하였지만

아직 걸을 수 있는 에너지가 소멸되지 아니하였기에

계속 걷는다며.....

부엔 까미노.....로

인사하고

.

.

눈 앞에 성당의 종탑이 보인다.

푸르른 산과 마주하는 2개의 종들

그 종이 울린다면

산마을이 얼마나 청아한 소리로 가득할까?

그러나

종은 울리지 않는다.

설령 울린다 해도

기계적으로 장치를 하여

타이머로 울린다는 걸 . . .

마을 길 처마 아래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들

지붕은 이끼로 가득하고

벽에도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얼룩져 가는데

처마밑의 알루미늄 틀이 새 것인 걸로 보아

최근에 보수를 한 듯 . . .

사람은 살지 않지만

집이 쓰러지지 않도록

스페인 당국에서 문화재처럼

낡은 집들을 보존한다는 소식을

걸으면서 카페 주인들에게 여러번 들었어.....

마을 길 코너를 돌아가기 전에 보였던

텃밭 모습

푸른싹 모습이 제법 커 보이는데

아마도 배추일 듯.....?

이젠 푸성귀 하나하나가 예전과 달리

귀하고 보이고

저 배추싹에 된장과 함께 밥 먹고픈 생각이 저절로 . . .

남의 집 텃밭을 바라보면

사진을 촬영하는 나를

지나가는 마을 어르신께서

물끄러미 바라보셨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다.

"저 밭이 내 밭이여~ "

라고 얘기 하는 듯

할머니는 들고 있는 지팡이로 밭을 가리키며

여러 말씀을 하신다.

그 할머니 말씀 끝나기를 기다려

사진 한 컷 담으니

할머니는 기꺼이 카메라를 바라봐 주시고 

.

.

현지인은 별로 없는 이 산골마을에서

오래토록 살으셨을 할머니

지나가는 수 많은 순례자들을 날마다 보면서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 . .?

노랑 금발머리와 작업복인 에어프런 차림의

산골 할머니에게

아디오스......

마을 길은

흙길인지 세멘길인지 구분이 잘 안 되었지만

길 따라 계속 걸어간다.

이 높은 산골 마을에도 어김없이 전봇대는 보이고

.

마을의 끝 즈음에서

카페를 보았다.

허기도 지고 쉴 곳도 필요하였기에

카페안으로 들어가니 . . .

카페안에는 아무도 없어 . . .

누군가 앉았다가 일어난 듯

흐트러져 있는 테이블이 보이기에

그 빈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리니

얼굴이 화사한 여주인이 나타나며

반기는 인사를 한다.

런치타임이지만

식사가 되냐고 하니

당연히 된다며

순례자 코스 요리가 있다고 . . .

처음엔

딱딱한 바케트 빵 2쪽이 나오고 . . .

코르크 마개가 없는 포도주 병에

나 혼자 마시기엔 너무 많은 붉은 포도주가 나오고  . . .

따뜻하게 데워진

야채 스프가 나왔는데

맛이 정말 좋다.

그토록 갈망하였던 배추국맛은 아닐지라도

케일로 만든 야채스프였는데

감자도 으깨어 있어서 먹기에 참 좋았다.

메인 요리는

쇠고기 한쪽과 튀긴 감자

모든 그릇이 깨끗하게 보이도록 먹고 보니

뇌에 산소가 공급이 되는 지

이제야 눈이 뜨인 것 같다.

카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에

다시 길에 오른다.

전봇대에 그려져 있는 노랑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올라가는 데 벌써부터 땀이 흐른다.

이 길을 걸으며 저절로 알게 된 여러 가지 중에 하나는

땀이 너무도 많이 흐르는 약한 체질자였다는 걸 . . .

난 몸은 약해도 강한 체질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는 걸 . . .

마을길을 벗어나니

다시 푸른 하늘과 마주하고 .  .  .

자동차길과 나란히

까미노는 이어지고 . . .

누군가

터벅터벅

나의 앞을 스쳐간다.

태양 알러지가 있는 나는

얼굴부터 온 몸을 감싸듯 무장하였는데

저 처자는

모자는 커녕

무방비 상태로 길을 걷다니?!!!

배낭과 지팡이

그 간편한 뒷모습을 보며

저렇게 걸어야 하는 게 정상인 것도 같고 . . .

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다르 듯

각각 취향대로

이 길을 걸으터이니

.

.

하얀 배꽃처럼 우거진 숲앞에 세워져 있는

순례자 비석은

138 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고 . . .

길은 

점점 가파른 오르막으로 올라가고 . . .

또 다른 처자가

조금 전 처자보다 더 가벼운 차림으로

사박사박 올라간다.

이 길을 떠나기 전

준비물을 생각 할 때

신발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다.

어떤 신발을 신어야 하나요?

라고 물어보았는데

난 이 길을 걷기 전엔

이 길을 다녀온 사람들의 다수 의견이

중등산화를 꼭 신고 걸으시오.... 라고 하여

무거운.....발목꺼지 덮히고 바닥은 아주 튼실한

무거운 등산화를 선택하였고

그 신발을 신고 36일째 걷고 있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경등산화 혹은

지금 사진속의 저 처자처럼

일반 운동화를 신고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걷는 사람은

피레네 같은 위험한 산길을 넘지 않았고

도중 도중 험한 바윗길을 걷지 않았다는 걸 . . .

레온을 지나온 후부터는

중등산화 보다는 경등산화 착용이 수월하다는 걸

참고로 하시기를.....

이도 저도 아니면

신발을 2컬레를 준비해 와서

상황에 맞게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이 또한

각자의 취향대로

이 길을 걸으면 될 것 같다.

산길에 돌로 만든 담이 보인다.

돌 하나를 켜켜이 쌓아 올렸는데

떡시루처럼 교대로 층층이 올려진 모습이

나의 눈에는 예술처럼 보여........

얼마큼 걸었을까?

길이 자동차길과 만나고

그 길은 두 갈래로 또 나누어지고 . . .

노랑화살표는

자동차길로 걷지 말고

이쪽으로 오라는 듯

산비탈쪽에 세워져 있는

비석앞에 야무지게 새겨져 있다.

간혹 노랑화살표가 지시하는 대로

걷지 아니하고

자동차길로 걷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난

자동차길을 싫어하므로

숲속길을 걷는 걸 선호하여

노랑화살표가 지시하는대로

착한 학생처럼 잘 따르고 . . .

자갈길로 이어진 경사진 언덕길

그 끝에 이르니

산을 깍은 모습이 보인다.

아....

자연 훼손....!!!

무슨 뜻한 바 있겠지만

산을 깍아버린 모습을 보면

웬지 마음이 아프다.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그래도 . . .

고개길을 넘으니

삼각형의 예쁜 사인표

눈 모양이 그려져 있는 걸 보니

겨울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인가 보다.

이 푸른 나무들이

하얀 눈으로 변했을 상상을 하니

이 또한 아름다운 풍경일 듯 . . .

나무 터널길

아름다운 터널을

이리보고 저리 보면서

빙그르르......

길을 걸으며

길에 취한다.

술에 취한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길에 취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 밝은 대낮에 길에 취한 듯

한번 돌고

두번 돌고

.

.

.

나 혼자

이리저리 돌아도

마침 지나가는 사람 아무도 없기에

저 사람 왜 그러지?

라고

신경 쓰이지 않아서 더 좋은

호젓한 산길

얼마큼 걸으니

눈 앞에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마을에는 움직이는 생물도 아무도 없고 . . .

저 멀리에 순례자 표시만  덩그러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