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앞엔

오월의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 . .

이런 깊은 산골속에 장미라니?

언발란스적인 풍경이지만

장미는 언제 보아도

어느 때, 어느 곳에 보아도 항상 좋다.

장미 뿐만이 아니라

세상 어느 꽃일지라도

.

.

조금 더 안으로 걸어가니

산골마을 느낌이 난다.

오래 된 지붕위의 굴뚝 하나

겨울엔 저 굴뚝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날까?

돌로 만들어진 어느 집 입구는

문짝이 떨어져 있고 , , ,

허물어가는 집인 듯

허술해 보이지만

이런 집을 보수해서 사람이 산다면

그 집주인은 산천초목 아름다움속에 행복해 할까?

포도주 저장소 앞을 지나는 데

아랫동네에서 실컷 보았다 싶으

산수국꽃?이 이 곳에도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낡은 포도주 저장소 문은 굳게 닫혀있는데

저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루 형용 할 수 없는 시원함이 가득할텐데 . . .

저 안은 컴컴한 땅 속 동굴이라는 걸

이미 어느 마을 지나 올 때

마을 주민의 친절한 초대로

그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기에

.

.

.

동네 길 가에

노랑 개 한마리가 힘없이 누워있다.

뒷다리엔 상처도 보이고 . . .

주인이 없는 아이일까?

.

.

.

개를 볼 때 마다

우리집 강아지 깐돌이가 같이 생각이 나곤하여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곤한다.

잘 있었니?

그리고

잘 있으렴 

.

.

.

길은 하나로 계속 이어져 있기에

그 길만 따라가면 되기에

길 잃어버릴 수 없는 산골마을의 까미노

마을 집 담장아래엔

앙징스러운 아기똥풀이 여전히 자리잡고

.

.

.

한국이라면

담장아래엔 봉숭아 채송화 같은

토종의 꽃들이 예쁘게 자랄텐데 . . .?

봉숭아 채송화가 아니라도

세상의 꽃들은

(꽃들 중에도 키가 큰 꽃보다

작은 꽃들은)

모두 모두 아름다워~

.

.

.

어느 집 담벼락에

노랑 화살표가 크게 그려져 있다.

오른 쪽 돌 위에도

두개씩이나?

.

.

.

여긴 동네가 작고

길도 하나이기 때문에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는데

그럼에도

노랑화살표는 

이 길을 걷는 순례자에겐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처럼 생각 되기에

아무리 보아도

든든하기만

.

.

.

현대적인 건물 같은 집들 사이로

길은 이어지고

.

.

.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길가의 꽃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듯 선한 마음으로

마을을 지나간다.

선한 마음이라고 글이 적어졌는데

그 때는 그런 것 같았어........그 누구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

화가 난다든가  일상의 소소한 부작용으로 인해

짜증이나 불쾌한 감정의 느낌이 전혀 없는........

오로지 자연과 나와의 만남

오로지 침묵과 나만의 만남

오로지 오늘 이라는 시간과 나만의 만남

오로지 . . .

그랬었으니까

.

.

.

마을 길에

오늘의 목적지인 오 세브리오 마을까지 4킬로 라는 안내비석이 보인다.

4킬로라 함은

나의 걸음으로 평평한 시골길을 걸었을 때

한시간이 소요되기에

앞으로 한시간 후면 도착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 계속 산길을 올라야 하므로

더 시간이 소요될 듯.....

안내 비석 아래에

어디를 기어 오르는 듯한 액션의 도마뱀 이미지

저 아래 도시인 카카벨로스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

아니 그보다 더 폰페라다 거리에서 이미 보았던

도마뱀은 이 곳 사람들에겐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인걸까?

마을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산길

이 시간때 쯤이면

튼실한 체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피곤함이 찾아드는 듯

앞서 가는 사람들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침묵만으로 걸어가고

.

.

고요함이 가득한 숲길

내 곁을 스쳐가는 사람

누구에게도

부엔 까미노....라는

인사도 허락되지 않는 듯

그저 걷기만 하는 길

숲길을 빠져 나오니

푸른 하늘이 반긴다.

푸른 하늘 아래엔

노랑 야생화들이 가득하고

.

.

.

무얼 바라고

무얼 꿈꾸리요

지금 이 순간이 좋은 것을

.

.

.

산 길 어디쯤에

무너져 있는 길에 누군가 낙서를 적어 놓은 모습

2015년

5월

그리고 20일

지금의 나보다 4일 먼저 이 길을 지나간 사람이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고 싶었나보다.

왜 사람들은

흔적을 남겨 놓은 걸 원하는걸까?

사람들.....이 아닌

그냥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가던 길 멈추고

유성마크 펜을 꺼내어

자신의 흔적을 굳이 남겼을까?

법정 스님의 (무소유)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법정 스님이 살아 계실 때였으니 좀 오래 된 듯 하다.

서점에서 그 책을 왜 선택한 건

무소유......라는 

가볍고 심플한 뉘앙스 

그 책제목에 끌려서

.

.

.

위의 길가의 벽에 검정색 매직펜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긴 글을 보다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 라는 책 제목까지 생각난 건

이름 마저도

작은 흔적마저도

세상에 남겨놓지 않고 떠날 수 있다면....

그만큼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 . .

하는 바램이 스쳐갔던

그 때 그 산길에서의 작은 상념

올라가는 산길에 나무 하나가

온 몸으로  인사를 ?

어서 오시라고 . . .하는 듯?

오, 저런 ~

참으로 겸손한 나무를 봤나?

멋진 나무 아래로

기분좋게 통과하며

계속 커브로 이어지는 산길을 오른다.

산길을 돌면

또 다시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들

오랫동안 사막기온인 캘리포니아에만 살았던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멋진 칼라의 산을 본 적이 있었던가?

나도 모르게 탄성이 저절로~ !!!

산 아래의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은 가는 곳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 . .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이 풍경에 해당될 지 모르겠지만

나의 눈엔 그저 무릉도원처럼

다른 세상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

산길은 점점 더 가파르게 오르고

.

.

.

그 가파른 산길 한쪽엔

고사리같은 식물들이 줄줄이 자라고 . . .

건너편 산 아래엔 자동차길이 보인다.

드라이브 하기 참으로 아름다운 코스같다. 이 곳은 . . .

 점심을 먹지 않아서인지 배가 출출하다.

배낭안에 복숭아 하나 남아있는 것과

어제 구입한 체리 약간이 있기에 그 걸 꺼내에 먹기 위해

돌담이 있는 길에서 잠시 멈추었다.

배낭에서 복숭아를 막 꺼내려는 데

바로 앞에 미국에서 온 조앤 여사가 나타난다,

나보다 먼저 앞서 걸었었는데

내 뒤에 오고 있었네?

그녀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난 배가 고파 복숭아를 먹는다고 하니

그녀가 자신도 배가 고프다고??

배가 고프다는 그녀에게

그러냐고.....하며

내 손에 든 복숭아를 내 입에 넣을 수가 없어서

혹시 이 복숭아 먹을거냐고 물으니

그녀가 단숨에 거절도 아니하고

바로 받으며

땡큐......?

사실 난 이 복숭아 하나를 많이 아꼈었다,

배가 아주 고프면 먹으려고.....비상식량처럼....

그래서 산길 중간에 이르자

이제 그 복숭아를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배낭에 고이 넣어두었던 복숭아를 꺼냈는데.....

자신도 배고프다고 하는 여인앞에서

내 입에 냉큼 베어물지 못하고

동양인의 몸에 배인 인삿말로 

그녀에게 물어보았을 뿐이었는데.....

덥썩 받아갈 줄이야??

체리를 먹으려고 보니

에이쿠

너무 물려서......상해버린 상태

.

.

.

조금 남음 물병의 물로 목이 축일 수 밖에

.

.

.

@.@

산길 넘으니 

마을이 다시 나오는 듯

마을 입구쯤에 도착하였을 때

소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있다?

소들은 주변의 사람들을 개의치 아니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앞에 먼저 가는 녀석 뒤ㄹ

뒤따라 오는 소들이 우르르 따라오고?

나의 옆을 지나가는 소의 뿔을 보니

어마어마.....

저 소들이 스페인의 소몰이 축제때 등장하는 

그 소들일까?

계속 이어지는 소들의 행렬들

나의 앞을 걷던 조앤 여사가 길 담벼락쪽으로 몸을 비키고 . . .

산길을 내려가는 소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소 키우는 집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소를 방목하지 않고

항상 집의 헛간 같은 곳에서 풀을 먹이면서 키웠던 것 같고

농사철이 되면 소에게 일 시키기 위해 밖으로 외출 시켰을 뿐

저렇게 산에 방목하여 키우는 걸 본 적이 없다보니

지금 이 산골에서 만난 소들의 행진이 진풍경일 수 밖에?

수십마리의 소들이 지나가고

마지막 즈음에 소 쥔장과 소몰이 하는 개가 나타난다.?

수십마리 소들을 몰고가는

소몰이 개

녀석의 눈빛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녀석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소들에게 얼마큼 학대를 가했을까?

녀석의 머리위에 묻혀져 있는 흙이 눈길을 끈다.

소 쥔장이 백마의 고삐를 잡고

천천히 내려오는 모습

백마의 순종적인 모습과

앞서 가는 또 다른 소몰이 개의 대조적인 모습이 . . .

제일 나중에 걸어가는 소 한마리

다리가 참으로 짧고

소 귀에 나온 뿔도 작은 걸 보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송아지 인 듯.....

참으로 많은 지구상의 생물체중

넌 왜 소로 태어났을까?

.

.

.

산길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소떼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한참동안 보았다.

숲속 길 아래로 내려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

.

.

소떼들과 헤어진 후

조금 더 걸으니

마을이 바로 나타난다.

네팔이나 티벳의 높은 산에 바람에 휘날리는

다섯가지 칼라의 타르쵸 라고 하는 깃발같은 풍경이

눈앞에 보인다?

만약 나하고 같은 걷는 동행이 있었다면

난 동행에게 이렇게 부탁하였을 것이다.

"부디. . . 저 물건들이  빨래라고 하지말아주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