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 마을 입구엔

아주 큰 아름드리 나무가 반겨준다.

거대한 푸르름의 위용

그 멋진 나무아래를 통과하며

계속 마을속으로 걸어간다.

마을은 다른 마을처럼 비슷비슷

산속 마을이 단정하다는 느낌~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규모가 많이 적어

마을을 통과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동네 길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웬지 오래 전 어린 시절 살았던 나의 동네와 비슷한 듯도 하고?

겨울방학 때 동네 친구들과 이런 골목길에서

고무줄 놀이며 땅 따먹기 .....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밥먹으라고 부를 것만 같은 그런 동네길

유년의 기억이 자꾸 생각나게 하는

조금 전 소떼들의 흔적이 길바닥에 그대로 묻어있는

스페인 산골마을 집 앞을 지나고 . . .

잠시 후

길은 그대로 까미노로 이어진다.

경사가 있지만

앞으로 계속 산 정상까지 걸어야 하므로

이런 경사는 이미 각오하고 있던 터라

무난하게 오른다.

조금 더 오르니

시원한 정경이 펼쳐지고  . . .

저 멀리 산 어디쯤에 마을도 보인다.

가까이 줌을 해서 본 마을의 모습

마을이 아니라

종교적인 건물같은?

수도원일까?

한국의 사찰처럼 산속에 자리잡고

수도를 하는 듯?

본격적으로 오르막 길 시작.

돌멩이들이 깔려있기에 돌들을 피해서

등산용 스틱에 의지하며

한발 한발 걸어 오른다.

산에는

이름 모르는 하얀꽃들이 만발하였는데

향기가 안 난다.

만약 향기가 진동하였더라면

아카시아라 생각하며

더 깊은 애정을 하였을텐데 . . .

길은 점점 더 가파르게 이어지고 . . .

나의 이어폰속으로 흐르는 음악은

김신우의 귀거래사

1.하늘아래 땅이있고 그위에 내가있으니

어디인들 이내몸 둘곳이야 없으리

하루해가 저문다고 울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 지는 저 산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몸 실어 떠나 가련다

2.해가지고 달이뜨고 그안에 내가숨쉬니

어디인들 이내몸 갈곳이야 없으리

작은것을 사랑하며 살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말이없는 저들녘에 내님을 그려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몸실어 떠나가련다

이 길을 걸을 때 

발걸음이 지치다 싶으면 듣기 위해

템포가 빠른 곡들을 저장하였는데

그 중의 한 곡인 귀거래사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도 전환이 되고

발걸음에 힘이 생기기도 하고

가사 내용이 좋아서

자주 듣곤 하였다.

그저

푸르름만 가득한 세상

내가 프랑스와 스페인국경인 피레네 산을 넘을 때는

눈이 쌓이고 날씨도 무척 안 좋아 힘이 들었는데

그때가 아늑하게 느껴지고

겨우 35일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이 곳은 말 그대로 무릉도원......

평온함이 저절로 느껴지는 평온한 세상

산 중턱에 하얀 양떼들처럼

하얀 야생화들이 줄줄이 피어있고 . . .

내 언제 다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으랴 . . . 싶어

한발 걷다가 풍경 바라보고

두발 걷다가 또 바라보고 

.

.

.

산길 중간쯤에

한 소녀가 검은 개와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뜻밖의 현지인과

내가 좋아하는 견공

이런 모습을 보고 어찌 그냥 지나갈 수가 있으리오?

^.^

내가 아는 몇마디 스페니쉬

올라 (Hola)....!!!

소녀가 웃는다.

상냥하고 상큼한 미소와 함께 . . .

소녀는 자신의 개가

 혹시나 공격할 까 싶어서인지 목줄을 잡으면서 

.

.

.

난 괜찮다고.....

난 개를 좋아한다고

내가 좋아한다는 걸 개들도 이미 알거라고 . . .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스페니쉬가 잘 안 되어

두손과 몸.....그리고 몇마디 스페니쉬를 다 동원해서

뜻을 전하니

그녀도 이해를 하고

.

.

.

소녀에게

나의 카메라 앵글을 바라 보아 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흔쾌하게 바로 포즈를 취해 준다.

라구나 마을에 살고 있다는 소녀는

자신의 개와 함께 이 산을 즐겨 오는 데

며필 전 넘어져서 팔을 다쳐서

한 손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액션을 보이며

환하게 웃어준다.

소녀의 검은 개는

오로지 소녀만 바라보고

소녀도 개를 쓰다듬어 주며

서로에게 무슨 대화를 계속 나누는 모습을 보는 데

어렸을 때 나의 모습이 스쳐간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멘타라는 개와 함께

동네 뒷산을 얼마나 헤메고 다녔던가?

.

.

.

맑은 미소의 산골소녀

그 소녀의 손이 속히 쾌유되길 빈다는 인삿말을 전하고 . . .

아디오스 . . .

소녀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생각났다.

그 소녀와 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서였을까.....?

나도 어린시절

소녀보다 더 어린 시절에

집에 검은 색 개 한마리를 키운 적이 있었고

그 검은 개 이름이 멘타....그 당시 영어도 잘 몰랐을 시절임에도

Menta......Men 사람

Ta....Tarzan 이라는 만화영화가 인기 였기에

사람같은 타잔이 되라는 의미로 지었던

내가 아주 사랑하였던

내 인생의 첫 개와의 만남인

무척 영리하고 사랑스러웠던

멘타.

이미 40여전의 일이라

그 녀석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조금 전 푸른초장에서 소녀와 즐겁게 놀고 있는

검은 개를 보면서

내 생애 개와의 첫 만남이었던

그 멋진 멘타가 생각나다니?!!!!

노랑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까미노 비석을 통과하고 . . .

걷다가 잠깐 바라 본 하늘

오 세브레이오 마을 가는 길에 바라보는 하늘은

왜 이리도 아름다운겐지?

그리운 사람들 얼굴이 스쳐간다.

K.

L.

C.

그리고 

우리집 강아지 깐돌이도

.

.

.

그들도 나를 그리워할까?

순례자 한 사람이

종종걸음으로 산을 올라간다.

뒤에 매인 배낭이 무척 무거워 보이는데

그의 발걸음은 탄력이 붙은 듯

마치 리듬을 타듯 핫둘 셋넷 셋둘 셋넷 ~

얼마큼 오르니

길가에

하트모양의 돌들이 보이고 . . .

분명히 누군가

돌멩이들을 모은 후

허리를 굽혀서 하트를 완성하였을

그 수고의 흔적을 보는 순간

씨익~

.

.

.

산길은 자갈과 함께 가파르게 오르고 . . .

이미 체력으로 무장된 사람들에게는

이 정도쯤이야.....동네 뒷산 오르는 정도로 여길 그런 고난도 코스

체력이 약한 나 같은 사람에겐

한 발자국 걷고 땀 한번 닦꼬

두 발자국 걷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 . .

누가 앞에서 기다린다고

약속된 사람이 없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박 사박 올라간다.

길을 걷다가 동행과 발걸음이 안 맞아

헤어지면서 어디 어디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 하는 사람들을

수 없이 보아온터라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나

누가 기다릴까봐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 모두

평온함이 자리하지 못할것 같기에

애당초부터 홀로 이 길을 걷는 나는

무한한 자유를 한껏 만끽하고 있지 않는가?

길이 비록 험하다해도

누군가 이미 걸어간 길이기에 

나 역시 따라서 걷고 있을 뿐이니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으리 ~

.

.

.

산길 한켠에 고사리 종류의 풀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저 풀들이 고사리처럼 보이지만 고사리는 아닌 듯 하고.....

산길은 어느 새

자갈이 사라지고 흙길로 변해 있고 . . .

계속 오르다보니

사거리가 나타난다.

산길에 사거리라니?

어디로 가야할까?

잠시 주춤하였지만

길위에 아무런 표지가 없으면

왔던 길 그대로 반듯하게 걸으면 된다는 진리

그리고 가만히 보면

사람이 걸어간 흔적이 보이기에

그렇게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될 상황

계속 직진을 하며 산길을 오른다.

산길 모퉁이를 도는 곳에

그 유명한 갈라시아 지방의 경계석이 

날 환영하듯이 반겨준다.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지나면서 

자신들의 흔적을 남기면서

기념사진도 찍었던 아주 오래 된 표지석이기도 한

위풍당당한 비석

이 곳부터

레온 주는 끝나고 

갈라시아 주로 입성하게 되는 데

마치 예전에 피레네 산에서

프랑스 국경과 스페인 국경사이에 있는

나바라 주의 경계석을 지나는 그때가 떠오름은

비석 하나 사이로

국경이 나누어지고

주 (State) 도 나누어지는 심플하면서

확고한 갈림이라는 세상현실이 

그리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곳부터는 주 가 다르므로

사람살아가는 모습도 조금씩은 다를 것이라는 

이상한 기대감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리라

갈라시아 지방으로 들어왔다지만

그 산이 그 산이고

그 길이 그 길임을 

.

.

.

계속 오르며 걷는다.

이리 저리 산 모퉁이를 돌며 

.

.

.

지구가 둥글다 ... 라는

그 말이 맞다는 듯

산 모퉁이를 돌때마다

길은 하늘과 같이 하게 되고

.

.

.

그 산 모퉁이 길을

두 사람의 순례자가  지나간다.

오늘 따라 바람 한점도 없고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 

평온함만이 가득한 산길

성격이 급한 사람은 이런 산길을 어떻게 걸을까?

그보다 더

이런 고독함을 어떻게 견딜까?

.

.

.

긴 산길이 끝나가는 지

오른쪽 길 방향으로 돌담이 보이고

그 돌담엔 노랑화살표가 길다랗게 그려져 있다.

계속 가시오......라고 말하는 듯이

.

.

.

멀리에 건물이 보인다.

아....

드디어 마을에 도착하나보다......

.

.

.

그러나 마을은 바로 보이지 않고

조그만 오솔길 같은 숲길로 이어지는데

청량함이 향기로울 정도.

이 길 끝에는

오 세브레이오 라는 마을이 곧 나타나리라.....는

희망감이 가득함이어서인지

이젠 발걸음이 전혀 무겁지 않게 느껴질 정도

그 오솔길 밖을 나오니

눈 앞에 하얀천들이

영화속 화면처럼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첫 인상이었던 오 세브레이오 마을에 대한 첫 소감?

이 마을은 무언가 다르구나?

하며 설레인 마음으로 숲속길을 빠져 나가 도로 길로 들어가는데

앞에 미국에서 딸과 같이 순례길을 왔다는 조앤씨가

얼굴이 사색이 되며 나의 앞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거의 울다시피한 목소리로

딸을 잃어버렸다고 .....

산을 올라오면서 혹시 딸을 보지 못하였냐고......묻는데

난 그녀의 딸을 보지를 못하였기에

못 보았다고 하니

나에게 부탁을 한다며

마을 안에 들어가서 당신의 딸 크리스틴을 찾아 달라고?

아.....조앤씨 딸의 이름이 크리스틴이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조앤씨에게

만약에 딸을 찾게 되면 어떻게 해 주면 좋겠냐고 하니

마을입구쪽으로 나와서 기다려 달라고....

.

.

.

마을 입구로 가는 길은

참으로 운치가 가득하였는데

조앤씨가 딸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바람에

사진을 제대로 못 찍고

갑자기 급한 마이 되어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마을 안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 중에

나의 쪽으로 오는 젊은 숙녀.

난 그 숙녀가 바로 조앤씨 딸 크리스틴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 역시 엄마를 찾느랴고 얼굴이 거의 울상이었으니까

.

.

그런 크리스틴에게 

너의 엄마가 너를 찾으러 산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금방 내려갔으니 바로 만날 수 있을것이다.

너의 엄마는 너가 마을 입구에서 기다려 주라고

나에게 부탁하였다......라는 말을 전해주니

크리스틴은 

땡큐 ... 를 연발하며

아주 빠르게 마을 입구쪽으로 달려간다.

휴...

좁은 산속 마을이기에

딸을 잃었다해도 큰 걱정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무슨 사고나 당하지 않았을까....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세상 모든 엄마와 똑같았으리라

오 세브레이오 마을의 공립 알베르게는

마을 끝 나지막한 언덕아래에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그 곳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햇살아랴에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서에 따라  알베르게 직원이 요청한 

신분증인 여권을 제시하고 5불을 내니

침대커버라며 일회용 침대커버와 함께 나의 방 번호와 침대번호를 알려준다.

방은 2층의 제일 끝인 조용한 곳으로 배정되었고

침대는 제일 마지막이어서 여러모로 좋은 여건이 되었다.

침대가 중간정도이면

나의 배낭안의 짐들을 풀기에 어중간하고

카메라와 밧테리등 Charge 하는 문제등이 여의치 않기 때문인데

제일 끝 침대이기에 무난하게 카메라 장비들도 보관하기에 좋았다.

침대 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귀에 꼿은 아이팟도 내려놓고 보니

오늘은 제법 오래 걸은 듯 3만보에서 얼마 빠진 29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