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예쁜  파도르넬로 마을 사람과 헤어져

몇 발 걸으니

마을을 빠져 나가는 통로가 나타난다.

담벼락에 그려져 있는 노랑화살표 역시

그 길속으로 들어가라고 . . .

산으로 올라가는 길 가에

개나리 꽃같은 노랑 야생화가 지천

꽃이 있는 길을 걷는 다는 게 꽃길일까?

길 바닥은 자갈밭인데.....?

그러나 꽃이 있기에

발바닥이 아프다는 걸 잊을 수 있다는 건

꽃길이 있기에  잊을 수 있는 작은 고통~

마을 길 조금 벗어나니

길 오른쪽으로 공동묘지가 보인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는데

누군가 문 앞에 꽃들을 꼿아두고 . . .

이렇게 문이 닫혀있으면

언제 성묘를 하는걸까?

철문 사이로 빼꼼히 들여다보니

지붕있는 묘지들

그 앞엔 잡초들이 무성하고

.

.

.

각자의 끌림이겠지만

난 마을이 끝나는 길에 위치한

공동묘지를 그냥 지나가지 못한 습관이 있곤한다.

나 어렸을 때

사랑하는 형제가 돌아가신 후

묘지를 찾아가는 일에 익숙함이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머물지 않고

슬픈 이별을 한 경험이 진하기에

.

.

.

묘지를 떠나 다시 산길로 올라간다.

길은 팍팍하지만

아직은 걸을 만 하다.

설령 걷고 싶지 않다는 유혹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목표한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걸어야 한다는 걸

이미 나 자신과 약속을 하였기에

난 걷는다.

걸어야만 한다.

누가 시켰다면

이 더위에 

흔쾌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을까?

한 발 한발 오르면서

아래를 바라보니

산 길 아래엔 자동차길이 보이고

사방이 모두 푸른 칼라의 상큼함으로 가득

이 산길을 오르면서

순례길 첫날의 피레네 산을 올랐던 기억이 스쳐간다.

그 첫날의 고통스러웠던 숨가품으로

헉헉......거렸던......

등뒤에 맨 배낭은 무척 무거웠고

다리는 후들거렸고

숨은 차 오르고 

.

.

저 앞에 이탈리아 남자가 걷고 있었는데

그 남자가 빠른 발걸음으로 전망좋은 언덕에 올라

자신들의 동료들과 껄껄......웃으며

피레네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던 모습과 대조적으로

난 온 몸을 땀으로 적시며

한발 걷고 한발 쉬고

또 한발 걷다가 내 발 한번 쳐다보고 . . .

그때처럼 산길 오르기가 힘든 적이 있었을까?

길의 경사가 점점 더 높아진다.

눈 앞에 두 여인도

한발 걷고 한발 쉬고

오르다 또 쉬고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랬었는데.....

하는

여유로운 미소가

나모 모르게 ~

*^^*

앞 서 오르던 두 여인이

천천히 올라오는 나를 바라보며

부엔 까미노~

나 역시

밝은 미소와 함께

부엔 까미노~

어느 나라에서 왔냐 하니

브라질에서 왔다고.....

두 사람은  쌍둥이자매관계이며

이번 순례길이 처음이고

레온에서부터 출발했다고 . . .

나보고 어디서부터 출발했냐고 묻기에

난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두 여인들이 자신들도

프랑스 생장에서부터 출발하고 싶었지만

날짜가 맞지 않아

레온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고 . . .

힐러리(왼쪽) 와 그녀의 쌍둥이 동생 

이름이 힐러리 라 하여서

어?

힐러리 이름을 가진 브라질 여인 역시

내가 그 이름 잘 안다는 표정을 하니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는 듯

하하하~~~

쌍둥이 자매답게 노랑색 커플셔츠와

같은 모자

심지어 스틱마저 서로 반반 나누어서

길을 걷는 두 여인들

쌍둥이 자녀가

어른이 되어 

브라질 그 먼나라에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함께 걸을 생각과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다니!!!!

오래 전 남미 여행 할 때

브라질을 다녀 온 경험이 있기에

브라질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이나마 나누다보니

방금 이 길위에서 만난 사이지만

 친근한 계기가 되어지는 듯 하다.

그녀들 역시 완전 무장한 상태로

길을 걷는 중

뒤에 매고 있는 배낭의 무게도 심상찮게 보이고 . . .

그녀들이 먼저 오르고

나도 역시 뒤따라 같이 오른다.

힐러리와 동생  그리고 내가

천천히 느리게 걷는 동안에

뒤에 오는 사람들이 추월하여 지나가고 . . .

이 산고개가 오늘의 피크인 듯

저마다 지쳐있는 모습들

오 세브레이로 알베르게에서 본 적 있는

여성 순례자

이 분은 아침일찍 출발한 듯 한데

나의 뒤에서 오고 있네?

연세가 만만찮게 보이는 데

배낭의 무게 역시......?

그 여성 순례자는

힐러리와 아만다 그리고 나를 가볍게 추월하며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는 반면

브라질의 두 여인과 나는

한 발 한 발

사목사목 

.

.

.

올라가면서 내려다 본

마을의 모습

참으로 평온한 한폭의 그림같은 정경

산 길에 피어있는

이름 모르는 야생화들의 모습을 보면

항상 마음이 환해진다.

저 꽃들이 그냥 꽃들이 아니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나의 친구들 같아

.

고개를 모두 오르니

뜻 밖의 하얀 파라솔이 가득한

카페가 제일 먼저 나타난다?!!!

어 

카페닷~~~!!!!

저 카페는

그냥 카페가 아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그동안 걸으면서

마을에 쉴 곳이 없었기에

엉덩이 붙이질 못하였는데

이 얼마나 반가움인가?!!!

입술에 썬크림을 가득 바른

힐러리 여사가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른다.

브라질에서도 늘 운동을 하는 체력인데

막상 순례길에 들어서니

생각외로 힘이 든다며 . . .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까미노 친구

그녀는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듯

손으로 사진찍는 모션으로 인사를 한다.

이 길을 걸으면서

서로 지나치면서 그냥 가는 듯 하면서도

저 사람이 누구라는 것......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는 이미 파악된다는 건

눈치로 알고......

난 이미 많은 순례자들에게

사진찍는 까미노.......라는 걸

알게 모르게 인식되어버린 캐릭터(?)

나의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주는 까미노 친구

님이 

그 날 .....1335미터의 포이오 산을 

힘들게 오른 후

그 산의 정상에 있는 카페에서

콘 라체 한잔 마시면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

이 모습을  보면  반가울텐데.......

사진을 전해 줄 길은 없지만

지금 이 시간에 다시 생각나게 하는 

그때의 순간들

나도 콘레체 한잔 받아들고

빈 테이블 있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다.

땀에 젖은 모자도 벗고

등산화도 벗어서 바람을 쐬게 하고

양말도 벗어서 발에 공기를 들어가게 하고

.

.

.

늘 하는 말이고

생각이지만

스페인의 커피잔은 참으로 작아

몇모금 홀짝 홀짝 하니 .....

@.@

충분한 휴식을 한 후에

다시 배낭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한다.

브라질의 두 여인들은

이미 출발하였고 . . .

그녀들이 떠나기 전

같이 걸을까요?

라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고

나는 좀 더 휴식을 취하다 떠나겠다고....

예전에 순례 중반쯤에

길에서 만난 스페인 여인 비앙카가 같이 걸었을 때

보폭도 크고 걸음도 빠른 그녀와 보조를 맞추며 걷는 것도 버거웠고

휴식도 충분히 못하고 다시 길을 걷다가

힘이 들었던 후로

나만의 페이스대로

내가 충분히 휴식을 한 후

길을 걸어야 한다는 걸 경험상 깨달았기에

싹싹하고 명량한 브라질 여인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할 수 밖에 . . .

카페 옆엔 바로 큰 자동차 도로 로 연결되어 있고

건너편에도 카페가 보인다.

그런데 그 카페는 한산?

방금 내가 머물렸던 곳은

시골 장날처럼 왁자지껄 정신이 없었는데?

@.@

그 한적한 카페 테이블에

낯익은 노신사 한 분 보인다.

저 분과는 오랫동안 길을 걷고 있는데

언젠가 어느 시골의 카페에서

서로 배낭을 보아 달라며

화장실을 다녀온 적도 있을 정도지만

뭔가 꼬장꼬장한 성격

다 들 산언덕 카페에서 쉬었는데

한적한 카페에서 쉼을 갖고 계시는 모습

카페 옆에 세워져 있는 관광버스 한대

어느 그룹이 오늘 또 걷나보다.

여기서부터 다른 어느 마을까지 걷는 팀들이 온 듯  . . .

이제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

자동차길과 나란히 걷게 되는 코스

혼자 걷는 사람......

둘이서 걷는 사람

노랑 야생화가 가득한 길

앞 서 걷는 사람들은 이미 멀리 사라지고 . . .

어느 마을에서 본 적있는

여성 순례자가 나의 곁을 지나간다.

여전히 그 포즈

그 발걸음으로 . . .

앞으로 141. 5 킬로 남은

산티아고까지의 거리

풀속에 세워져 있는 비석이 노랑 화살표 역할을 하는 듯 . . .

경사진 언덕을 오르기 시작

고압선 전봇대의 선 세가닥이

푸른 하늘에 연실처럼 보여 . . .

하늘이 푸르다

하늘이 

.

.

바위에 그려져 있는 

노랑 화살표

화살표는 하나이면 혼동이 없는데

두개가 있으면

혼동

그러나 

앞으로 전진

자동차 길과 나란히 걷는 순례자 길

시골길이어서인지 도로에 차가 안 보여 . . .

멀리 보이는 산의 풍경

시야가 상큼~

시골의 봄길 같은 까미노 

간단한 가방만 매고 

걸어가는 사람들

간편함이 좋아보인다.

오래 된 세월로 인해

글자가 사라진 비석위엔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돌들이 가득하고 . . .

.

.

.

그동안 걸으면서

시골 집에 있는 말들

오 세브레리오 산길을 오르내리는 말들

이런 말

저런 말들을 보았지만

저토록 뒷모습이 탱탱하고

말꼬리가 건강하게 보이는 말은 처음

저 사나이들은

이 대낮에 말을 타고 산길을 활보하는거지?

@.@

그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사라진 뒤 끝엔

.

.

.

순례자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길만을 걷는다.

말똥을 피하면서 . . .

산길은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마을안으로 이어지고 . . .

마을 입구의 집 벽에 그려져 있는

노랑 화살표

사람들은 화살표 방향으로 걷는다.

난 화살표도 보고

사람들이 걷는 그 뒤를 따라 걷기도 하고

.

.